#"300인 이상 근무하는 대기업에 매년 3~5% 청년 고용을 의무화하면 무려 33만개의 일자리가 생긴다."

#"청년고용할당제는 이미 벨기에에서 4년간 실시했다가 실패한 제도다."

정부주도의 노동시장개혁이 정국 이슈 한 가운데 위치했던 지난해 11월13일,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경제정의·노동민주화특별위원회 위원장 추미애 의원과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특별위원회 위원장 이인제 의원이 정당정책 토론회에서 청년고용할당제를 두고 벌인 설전 내용이다.

다른 어떤 정책보다 야당의 입김이 큰 청년고용할당제는 이처럼 정부와 여당의 노동시장개혁에 맞선 대항마로 등장했다. 여당이 노동개혁에 포커스를 맞춘 청년고용 정책을 추진하고자 했다면, 야당은 청년고용할당제를 전면에 내세웠던 것.

이 같은 정책적 흐름은 총선 공약으로까지 이어졌다. 여당은 청년고용할당에 반대하지만, 야3당은 서로 비슷한 내용의 공약을 내고 20대 국회 전부터 여론몰이에 나서는 모습이다. 

◇청년 일자리 與 "노동개혁 통해" VS 野 "청년고용할당"= 청년고용할당제는 지난 2009년 개정된 청년고용촉진특별법에 근거해 근로자 30인 이상 공공기관은 정원의 3% 이상에 해당되는 신규 직원을 매년 청년으로 채용하도록 한 제도다. 2013년까지는 '권고'였지만 2013년 또 한 번의 법 개정으로 2014년부터 '의무'가 됐다. 2016년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야3당이 총선 공약으로 내세운 청년고용할당제는 이 같은 청년고용 의무 비율을 더 확대해 민간 기업에 까지 적용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새누리당은 공공기관에 청년고용할당을 의무화 하는 법 개정당시에도 기업 부담을 우려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었다. 이에 따라 관련 공약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 청년고용 확대에 대해서는 노동5법 처리 등 노동개혁을 통해 이룰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3%인 공공기관의 청년고용 할당 의무 비율을 5%까지 올리고 한시적으로 민간 기업에도 정원의 3%이상 청년을 고용하도록 하면 25만2000명의 일자리를 구해줄 수 있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아울러 국민의당은 5년간 한시적으로 공공기관 뿐 아니라 민간 기업도 5%의 청년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방안을, 정의당도 청년고용을 5%로 확대하는 한편, 기준 미달 기업은 명단 공개 및 부담금을 징수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제안 중이다. 정의당 공약의 경우 더민주·국민의당과 달리 청년고용할당제 적용 기한을 한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청년고용할당제, 공공기관 4곳중 1곳 안 지켜…= 공공부문과 민간 기업들에게 청년 고용을 강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청년고용할당제는 청년 취업률을 높이는 가장 직접적이고 공격적인 정책으로 평가 받는다. 그러나 야당 내에서도 각 기업들의 경영 사정이 다른 상황에서 청년 고용 비율을 강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스러운 시각이 분명 존재한다.

실효성에 대한 우려인 셈. 실제로 2014년 공공기관 등에 대한 청년고용할당이 의무로 개정된 후에도 전국의 적용대상 기관 393개중 청년고용 의무기준을 지키지 못한 곳이 102개로 전체 2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처벌이나 제재 항목이 없다보니 의무라는 법 조항이 무색할 정도로 정부나 공공기관들의 이행 의지가 약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청년고용할당제의 모델이 된 벨기에의 '로제타 플랜(Rosetta plan)'처럼 시행 초기에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기업들이 의무 기준을 맞추기 위해 대부분 비정규직을 고용한 후 기간 만기와 함께 재계약을 포기, 다시 청년 실업이 증가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따라 청년고용할당 공약이 실효성 있는 법안으로 구체화되기 위해서는 야3당의 공약 중 국민의당 안에 포함된 △청년 할당 인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방안과 정의당 안 내용인 △기준 미달 기업 명단 공개 및 부담금 징수 방안이 적절하게 녹아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청년고용할당제의 성패는 모태가 된 '로제타플랜'(rosetta plan)의 평가를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다. 질 낮은 일자리를 일시적으로 만들어 내는 데 그쳤다는 비판과, 단기적으로는 성과를 거뒀고 단점은 보완 가능하다는 반론이 맞선다.

로제타플랜은 1998년 벨기에에서 실시된 청년실업대책이다. 당시 벨기에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고발한 영화로부터 이름을 따 왔다. 종업원 50명 이상의 사업장에서 근로자의 3%를 청년으로 의무 고용토록 하고, 이를 위반한 고용주에게는 미채용 청년 1인당 매일 3000BEF(약 12만원)의 벌금을 물리는 게 골자다.

3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벨기에는 로제타플랜 시행 첫해 5만개의 최초고용협약(CPE)이 체결됐고 미숙련 청년실업자의 40%가 새로 일자리를 얻었다. 1996년 22.6%에 달했던 청년실업률은 17.5%로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2000~2002년까지 3년동안 약 12만6000개의 최초고용협약이 체결되는 효과를 거뒀다.

하지만 로제타플랜은 장기적 청년실업률 감소효과는 미미하거나 불분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벨기에의 2003년 청년실업률은 21.8%로 로제타플랜 도입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이인재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로제타플랜의 혜택이 고숙련 노동자 등 상대적으로 노동시장에서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던 집단에게 집중됐고, 이 제도가 아니어도 청년을 고용할 기업이 제도를 이용해 보조금을 받는 등 비효율이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또 이 제도를 통해 만들어진 일자리가 대부분 단기고용 일자리이거나 파트타임 일자리로 고용의 질이 낮다고 비판했다.

여당과 재계는 인위적 고용할당이 구조적인 청년실업을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민간기업의 고용을 국가가 강제하는 것은 매우 극단적 조치일 뿐 아니라 자유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 경제의 정체성과도 정면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야 3당은 로제타플랜이 실패한 부분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단기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 청년고용할당제를 도입할 실효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정치권이 내놓은 청년 대책은 크게 △일자리 △학자금 △주거로 요약된다. 국가경제와 직결되는 일자리 대책을 제외하고 청년 대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방안은 학자금 정책이다. 우리나라의 대학교 진학률이 전국 82%로 글로벌 톱 수준이라는 점에서다.

대학 교육이 열명 중 여덟은 진학하는 사실상 보편적인 교육 과정이 된 지 오래지만 일부 유럽 국가와 달리 국내에서 대학 무상교육을 정책으로 내놓은 정당은 아직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4·13 총선에서 등록금 인하와 국가장학금 지원을 통해 일부 학생에 한해 무상 수준의 대학 교육을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게 그나마 가장 파격적인 방안이다.

이 공약은 2014년 기준 400만원 수준의 국공립대 등록금을 사립대 평균 등록금의 3분의 1 수준인 250만원 안팎으로 인하하겠다는 게 골자다. 여기에 현행 국가장학금 지원까지 더하면 등록금 부담이 사실상 무상 수준부터 250만원 수준까지로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더민주는 소득에 상관없이 학자금 대출금리를 무이자로 전환하는 방안도 냈다. 법인세 인상 등을 통해 등록금 인하와 대출 무이자에 소요되는 연간 1조1000억원 규모의 재원을 충당할 수 있다는 계획이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등록금 심사제도 도입을 주장한다. 국공립대 등록금 동결, 대학입학금 폐지(이상 국민의당), 국가표준등록금제도(정의당) 등을 통해 실질적인 학비 부담 경감을 유도하겠다는 안이다. 야3당이 내놓은 이 같은 정책의 바탕에는 대학 등록금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새누리당은 학자금 자체를 깎기보다는 학자금 대출금리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행 대출금리 2.7%를 2.5%로 낮추겠다는 방안이다. 새누리당은 중소기업 취직자를 대상으로 학자금 대출의 거치·상환기간을 추가로 연장하는 대책도 제시했다. 야당에서는 국민의당이 학자금 대출금리를 1.5%로 인하하는 공약을 내놨다.

청년 주거 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정책은 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함께 청년·신혼부부 맞춤형 지원책으로 비슷해 보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에서는 차별성이 드러난다. 우선 새누리당은 정부가 추진하는 신혼부부·대학생용 임대주택인 행복주택과 기업형 임대주택 '뉴스테이' 지원을 늘리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행복주택 14만가구를 포함해 박근혜 정부 임기 안에 공공임대주택 55만가구 공급 방침을 지키겠다는 내용이다.

더민주는 국민연금을 활용한 공공임대 85만가구를 추가해 연간 15만가구씩 10년 동안 150만가구를 짓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이중 5만가구는 청년용 쉐어하우스로 배정하고 장기적으로 공공임대 재고량의 3분의 1을 신혼부부에게 할당해 청년·신혼부부의 주거불안을 해소하겠다는 구상이다.

국민의당도 국민연금을 재원으로 '청년희망임대주택'을 지어 만 35살 이하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제공하겠다는 방안을 냈다. 정의당은 현행 공공임대주택 건설 체계를 고쳐 '반값임대 공정주택'을 연간 15만가구 이상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더민주와 정의당은 전·월세가격 안정해법으로 임대등록제,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도입 등 세입자 주거권 보호방안을 추진한다는 구상도 밝혔다. 더민주는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금리를 현행 한국은행 기준금리의 4배(6%)에서 '기준금리+α'로 인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새누리당은 총선 공약으로는 내놓지 않았지만 지난해 여야가 합의한 전세·월세 전환 금리 인하를 20대 국회에서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