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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달 24일 김정은 제1비서가 참관한 가운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노동신문) /사진=뉴스1

관건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지시사항 이행 여부에 대한 판단이란 평가다. 김 제1위원장은 지난 3월15일 "핵 공격 능력의 믿음성을 보다 높이기 위해 이른 시일 안에 핵탄두 폭발시험과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탄도로켓 시험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은 지난 1월7일 4차 핵실험과 2월6일 장거리로켓 발사라는 연이은 도발을 강행했다. 3월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제재 결의를 채택한 후에도 북한은 '핵탄두 소형화'를 주장하는 등 위협 수위를 높여왔다. 이는 김정은이 강조해온 '핵-경제 병진노선'의 성과를 당대회에서 드러내기 위한 일련의 작업이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 제1위원장은 지난해 10월 7차 당대회 개최를 천명한 후 '핵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이 같은 도발을 계획적으로 벌였을 가능성이 높다.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기폭장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시험 등의 성과를 조합해 당대회에서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핵능력을 뽐내고 김정은 유일영도체계를 확립하려 했단 것이다.

실제 북한은 지난 3월9일 '핵탄두 경량화'를 주장하며 노동신문에 핵폭탄 모형과 핵탄두 설계도 사진을 최초로 공개했다. 같은 달 15일에도 재진입 기술 모의실험의 장면을 사진으로 공개하는 등 과거 어느 때보다 '내부 홍보'에 공을 들였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이번 당대회에서 노동당 규약을 개정해 '핵보유국'을 명문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북한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핵능력'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추가 핵실험보다 '핵탄두 폭발시험'이 더 시급하다. 이 같은 이유에서 최근 북한이 3차례 무수단 미사일 발사를 실패한 것도 핵탄두 재돌입 모의시험 등을 했기 떄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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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탄도로켓 전투부(미사일 탄두 부분) 첨두의 대기권 재진입환경 모의시험을 지도했다고 노동신문이 지난달 15일 보도했다. (노동신문) /사진=뉴스1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의 행동들이 대외적 위협보다는 대내적 당대회를 목표로 로드맵이 짜여져 있다"며 "김정은이 '핵-경제 병진노선' 3년간의 성과 총화를 하는데 종착지가 5차 핵실험은 아닐 거다. 당대회는 엄청난 축제이고 성과를 과시하고 미래의 비전을 밝히는 자리인데 핵실험을 또 해버리면 제재국면으로 간다. 4차 핵실험 하고 견뎠던 모습으로 충분하다. 오늘 70일 전투가 끝났고 곧 기자단이 들어가는데 핵실험은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핵 독트린'을 위한 마지막 액션플랜, 화룡점정이 무수단이었던 것 같다"며 "그간 핵실험, 각종 핵미사일, 기폭장치, 엔진점화실험 등 믿을 수 있을 만한 것을 사진까지 실어서 인민들에게 계속 보여줬는데, 딱 한가지 미국까지 날아가는 투발수단과 핵탄두 폭발시험을 못 했다. 무수단에 집어넣고 실험했다 실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실전배치된 지 9년 된 무수단이 실패한 이유는 이 같이 변형된 실험을 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병진노선 중 경제적 성과가 적어 핵에 집중해야 하는 북한으로서는 무수단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우발계획을 작동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실패에도 김정은이 추가도발 하지 않고 차기를 도모한다면 더 위협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의 3월15일 지시 중 '핵탄두 폭발실험'을 갈음할 수 있는 성과가 있었는지가 관건"이라며 "북한이 최근 SLBM 실험에서 핵기폭장치 동작 등 4가지 테스트를 한 결과 원하는 곳에서 성공적으로 폭발했다고 했는데 이 사실을 선전하진 않았다. 무수단도 실패해 추가조치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으로서는 당대회에 임박해 축포의 의미로 핵실험을 하고 김정은이 이를 총화보고할 가능성도 있다"며 "다만 북한의 5차 핵실험이 기술적으로 4차 핵실험과 대동소이할 경우 효과는 반감되고 부담은 배로 늘어날 것이다. 우리 정부가 계속 핵실험 가능성을 주시하니 뒤통수 치려 일부러 안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조영기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5차 핵실험 준비는 거의 다 돼있다는 게 북한 전문매체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라며 "중요한 건 북한이 한다, 하지 않는다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핵으로 위협받는 상황에서 정부의 대응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북한이 우리 말 듣고 핵 포기할 것도 아닌데 아무 것도 안 하고 예의주시한단 말만 해서는 핵 인질이 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