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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개성공단 입주기업 피해 대책 및 정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홍 장관은 이날 "북한은 전날 조평통 성명을 통해 도저히 입에 담을 수 없는 저급한 언사를 동원하여 당치도 않은 비난을 하고 우리 측에 책임을 전가했다"며 "모든 사태는 전적으로 북한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2016.2.1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홍용표 장관이 14일 "개성공단 임금의 70%가 북한 당국에 유입돼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쓰였다"고 발언한 가운데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를 위반했을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개성공단 임금,안보리 결의 2094호 위반?

논란은 정부의 개성중단 전면 중단 발표로부터 시작됐다. 정부는 지난 10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발표하며 "지금까지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총 6160억원의 현금이 유입됐다"며 "그것이 결국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고도화하는데 쓰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개성공단 근로자 임금이 북한 당국의 WMD 개발 비용 사이에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지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이틀 뒤인 12일 기자회견에서 개성공단 임금이 WMD 개발에 사용됐다는 발언의 근거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지금 이 자리에서 모든 걸 다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여러가지 관련 자료도 정부는 가지고 있다"고 재차 밝혔다.

그러자 개성공단 임금이 WMD 개발에 투입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개성공단을 계속해 운영한 것은 안보리 제재 위반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연철 인제대학교 통일학부 교수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홍 장관 발언이)사실이라면 그동안 박근혜 정부가 유엔안보리 결의안 2094호를 위반한 것이 된다"고 꼬집었다.

결의안 2094호는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안보리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대북 제재안이다.

김 교수는 "결의안은 '회원국에 핵이나 미사일 개발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는 다액의 현금을 포함한 금융자산의 이동이나 금융서비스 제공 금지를 의무화한다'는 내용"이라며 "홍 장관의 발언이 사실이고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했음을 시인한 것이라면 매우 심각한 국제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진화에 나섰다. 통일부는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개성공단 임금의 70%가 북 당국에 유입돼 WMD 개발에 쓰였다고 추가 정보를 밝히는 한편, 홍 장관이 한 방송에 출연해 "개성공단이 갖는 의미와 효과를 국제사회에서 인정해 그간 여러 차례 핵실험 과정에서도 개성공단은 계속 운영돼 왔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임금은 안보리 결의 2094호와는 무관하다는 국제사회 차원의 소명이 있었다는 얘기다. 이같은 발언은 홍 장관이 지난달 22일 새해업무보고 직후 북한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나가겠다며 덧붙였던 말과 같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핵개발에 사용된 자료를 갖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말했다면 국내적으로는 거짓말이고 국제적으로는 UN결의안 위반이 돼 우리가 제재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 '꼬리표 없는 돈'

북한으로 유입된 개성공단 임금이 당 39호실과 서기실에 상납돼 핵·미사일 개발 및 치적사업, 사치품 구입 등에 사용된다는 통일부 발표에 대해서도 '자의적 해석'이란 비판이 따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14일 머니투데이 the300(더300)과의 통화에서 "북한은 모든 외화를 당 39호실과 서기실에서 총괄 관리하며 우선순위에 따라 배분한다"며 "모든 외화를 이곳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개성공단 임금이 이곳을 거쳤다고 해서 WMD 개발에 사용됐다고 볼 순 없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돈에 꼬리표가 달린 것도 아니고 어떤 외화가 WMD 개발에 사용됐는지, 북한 주민들의 생활비로 사용됐는지 알 수 없는데도 이렇게 발표하는 것은 본질 흐리기"라며 "북한 체제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자의적 해석이고 무리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북한으로 많은 돈이 들어가고 있고 그러한 우려를 해소하고자 했지만 전혀 해소가 안 되고 북한은 핵실험을 앞으로도 계속하겠다는 상황"이라며 "안보 우려가 심각해지고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과거와 다른 단호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개성공단 중단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