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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올해 9월 2016년도 예산안을 짜면서 '청년희망'과 '경제혁신', '민생안정' 등 세가지 슬로건을 내세웠다. 확장적인 재정정책으로 우리 경제에 생기가 돌게 하고, 구조개혁을 통해 체질 개선을 하겠다는 것이다. 당시 경제 사정은 안좋아도 너무 안좋았다. 당초 예상했던 경제성장률(3.8%)은 달성하기 힘들어 보였다. 적어도 3%대는 가능하지 않겠냐는 게 정부의 전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안좋다.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던 정부조차 3% 성장은 불가능하단 예측을 한다. 연초부터 추락한 수출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가 연말로 갈수록 크게 다가왔다. 수출은 1년내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중국 등 신흥시장 불안, 미국 금리인상 우려 등 대내외 여건이 최악의 상황이다. 국회가 확정한 내년도 예산안엔 이런 문제에 대한 대응책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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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적인 거시정책 "빚내서 경기부양"= 국회는 2일 내년 예산(총지출 기준)을 올해보다 11조원 늘어난 386조4000억원 규모로 결정했다. 당초 정부안보다 3000억원 줄어든 수준이다. 정부안보다 3조8000억원 감액하는 대신, 주요 정책 사업을 중심으로 3조5000억원을 증액했다. 총수입은 정부안(391조5000억원) 대비 2000억원 감소한 391조2000억원이 됐다. 정부안에서 국세 2000억원과 세외수입 400억원이 감소했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적자예산이다. 정부는 지난해 올해 예산을 짜면서 33조원 규모 적자를 무릅쓰고 20조원을 증액한 이른바 '슈퍼예산'을 편성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이후 가장 큰 증액 규모였다. 당시 예측한 올해 국가채무는 570조원이었는데 적자와 빚을 감내하고서라도 경기부양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올해 경기부양책의 약발은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다. 성장률 예측치는 갈수록 떨어졌다. 대외 경제여건이 안 좋은 상황에서 재정건전성마저 흔들리는 상황이 펼쳐졌다. 특히 국가채무가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가 지난 9월 발표한 ‘2015~201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올해 국가채무는 당초 지난해(2014~2018계획상) 예상치 570조원에서 595조1000억원으로 25조원 늘어났다. 또 내년에는 올해보다 50조원 가량 더 늘어난 645조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GDP대비 국가채무는 당초 올해 35.7%수준으로 예상됐지만 38.5%로 2.8%포인트 불어났고, 내년엔 사상 처음 40%대를 넘어서 40.1%가 예상된다.

경기침체로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았고, 메르스발 내수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추경까지 편성한 결과다. 재정적자도 크게 늘고 있다. 올해 관리재정수지는 무려 33조 4000억원 적자에 GDP대비 -2.1%에 달하는데 내년엔 36조9000억원 적자에 -2.3%까지 늘어난다. 정부는 오는 2019년까지 이를 -0.9%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결국 40%선을 넘나드는 국가채무를 감내하고라도 확장적 재정정책이 불가피하다는 위기의식이 담긴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 덕분에 수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소비가 살아나 성장률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며 “내년에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재정의 역할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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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자리 확충에 재정 집중 투입= 국회에서 이날 정부 예산안을 깎긴 했지만, 정부가 어려운 재정 여건 속에서도 내년도 예산을 늘린 건 경제활성화와 구조개혁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올해 본예산 대비 내년 예산이 11조원 늘어난 386조4000억원이지만 추경편성 등 조기투자분 9조3000억원을 감안하면 20조원 이상의 증가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내년 예산안은 청년일자리 창출에 방점이 찍혔다. 관련예산을 21%가량 늘렸다. 가장 시급한 청년고용절벽 해결이 이뤄지지않고서는 장기적으로 경제활력 제고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당장 고용률 70%달성이 어려워지는 가운데 내수회복이나 세수확대 등 현실적 과제는 물론 청년민심 이반을 막기 위해서라도 큰 폭의 예산투입이 불가피했다는 뜻이다.

전체 일자리 예산은 1조8000억원(12.8%) 늘어난 15조8000억인데, 이를 반영한 보건·복지·노동분야는 올해보다 6.7%(7조7000억원)늘어난 123조 4000억원으로 총지출에서 비중(31.9%)이 가장 높다. 액수와 비중 모두 사상 최대다. 당초 정부안보다 5000억원 더 증가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지원금은 기존 144억원에서 244억원으로 100억원 늘렸다.

전반적으로 일자리를 포함해 정부안보다 국회가 합의한 예산이 늘어난 분야는 △경제활력 회복 △서민생활 안정 △문화·안전투자 등이다. 경제활력을 위해 한·중FTA(자유무역협정) 추가보완대책으로 밭 직불금 371억원을 추가했고, 가뭄피해 대책에도 1000억원 더 투입했다. 사회간접자본(SOC)도 4000억원 증가했고, 전통시장 주차장 개선에도 예산이 200억원 더 늘었다. 온누리상품권 발행 규모는 4500억원에서 6000억원으로 확대하고, 한국형 블랙프라이데이 지원 대상에 전통시장을 포함시키는 등 관련 예산을 30억원 늘렸다.

미래 성장동력 창출에도 예산을 많이 늘렸다. 3D프린팅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안(32억원)보다 50억원 늘린 82억원을 책정했다. 달 탐사 예산도 기존 100억원에서 100억원 더 늘려 200억원으로 결정했다. 해운과 조선업 분야 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해운보증기구 출자규모를 기존보다 200억원 늘리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출자규모도 200억원 더 늘려 400억원으로 확대했다.

서민생활안정을 위해선 경로당 냉난방비 301억원, 영유아 보육료 6% 인상(1448억원), 보육교사 수당(269억원), 임대형 리츠 공급 규모 등을 확대했다. 이밖에 문화와 안전투자를 위해 평창아트센터 건립에 38억원, 대테러지원에 243억원, 국방력 강화를 위해 병 1만명 추가하는데 635억원을 더 늘렸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국가부채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경제가 어려울 땐 재정수지 악화를 감수하더라도 경제를 살리는 게 궁극적인 재정건전성 유지책이다"며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해 재정개혁을 추진하면서 사업원점 재검토와 유사중복사업 통폐합, 비과세감면 정비 등 뼈를 깎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