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300]국회 파행돼야 종교인 과세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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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로교총연합회 사회인권위원장 박종언 목사가 2014년 11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종교인 과세 관련 간담회를 마친 후 귀빈식당을 나서고 있다/사진=뉴스1


종교인 과세를 법으로 명문화하기 위한 시도가 올해도 되풀이된다. 벌써 47년째 되풀이되는 해묵은 논쟁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오는 10일부터 3주가량 정부의 세법개정안을 중심으로 그동안 계류된 법안을 심사하게 된다. 종교인 과세 내용은 이 중에서도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로 정치권과 종교계 안팎의 관심을 받고 있다.

정부는 올해 소득세법 개정안에 기타소득 중 종교소득 항목을 신설해 법률에 과세 근거를 명시하기로 했다. 또 소득이 많은 종교인에게 세금을 더 걷기 위해 차등경비율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원천징수의 경우 종교단체별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논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많은 이들은 종교인 과세가 사실상 물건너간 게 아니냐는 부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등을 앞두고 대형교회 등의 '표심'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것. 종교인 과세에 조세소위원 대부분이 '반대'하고 있다는 비판도 공공연히 나온다. 반면 주변 입법 관계자들은 종교인 과세의 내년 시행을 상당히 높게 점치기도 하는 등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그렇다면 내년에 종교인 과세가 실제 시행될 가능성은 얼마나 높을까. 시행까지 정부와 국회 앞에 놓인 선택지는 몇 가지나 될까.

가장 확실하게 종교인 과세를 시행되는 방법은 아이러니하게도 조세소위가 '파행'되는 것이다. 여야가 11월30일까지 합의해 위원장 대안을 만들지 못할 경우 12월2일에는 정부안이 그대로 본회의에 직행한다. 법인세 인상 등 전통적 '쟁점'을 가지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거나 상임위 일정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 현안에 발이 묶일 경우 정치권의 의지와 관계없이 종교인 과세는 시행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여야 의원들이 합의해 위원장 대안을 만든다면 경우의 수는 많아진다. 의원들이 미적지근한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정부와 국회 관계자들은 조세소위원들이 '못이기는 체' 정부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을 가장 높게 제기한다. 정부가 시행의지를 가지고 강하게 밀어붙이면 여야 의원들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대안에 종교인과세 부분을 반영시킬 것이란 기대다.

기재위 전문위원도 법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정부안에 적극찬성하고 있다는 점도 기대감을 크게 하는 부분이다. 권영진 기재위 전문위원은 "국민 개세주의 원칙상 종교인만 과세대상의 예외로 인정하는 것은바람직하지 않고 외국의 경우도 종교인 소득에 전면 비과세하는 사례가 없는 점, 그리고 여론조사에서 대다수 국민이 종교인 과세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난 점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종교인 과세에 대해 강한 반대기류가 예상보다 강할 경우 여야가 '합심'해 위원장 대안에서 해당 내용을 빼버릴 수도 있다. 혹은 본회의에 올라간 법안까지 여야 의원들이 '반대표'를 대거 던져 부결시키는 시나리오도 예상 가능하다.

이때부터 공은 기획재정부로 넘어간다. 종교인 과세 근거를 담은 시행령은 이미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2013년 9월 정부는 종교인의 소득세를 원천징수한다는 내용이 담긴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가 법안통과에 실패하자 국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시행령으로 눈을 돌렸다. 종교인 소득을 사례비와 같은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4.4%의 세율로 원천징수하는 내용이다. 정부가 제출한 소득세법 개정안보다 훨씬 강력한 방식인 셈이다.

지난해 이를 조금 완화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시행령이 예정대로 올해 1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정부는 여당의 요청으로 시행령 적용을 1년 유예했고, 시행령은 내년 1월1일 시행된다.

기재부는 올해 제출한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시행령을 그대로 시행할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문제는 이 경우 '법 위의 시행령'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법안없이 시행령만으로 시도하기에는 정부 역시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결국 어떤 선택지를 고르느냐는 국회의 '의지'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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