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신해철 사망 1주기…'신해철법'은 감감 무소식

[the300]'의료분쟁 자동조정개시·수술실CCTV…의료계 반대에 보건복지위 테이블 아래로

25일 오후 경기 안성 유토피아추모관에서 열린 고(故) 신해철 사망 1주기 추모식에서 영정사진 주위에 팬이 남긴 쪽지가 붙어 있다. /사진=뉴스1

가수 신해철이 갑작스러운 ‘의료사고’로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지났지만 소위 ‘신해철법’은 국회 통과가 힘든 상황이다. 신해철 사망 1주기(10월27일)를 지난 28일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돼 법안심사소위원회 논의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오제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보건복지 위원장 시절인 지난해 3월 발의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은 애초 의료사고로 사망한 9살 '예강이' 이름을 따 '예강이법'이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이후 신해철의 갑작스런 수술 후유증 사망으로 의료사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신해철법'으로 불리며 기대를 한 몸에 받은 바 있다.

법안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신청인(의료 사고 피해자)이 조정신청을 하면 피신청인(의사·병원)의 동의여부를 묻지 않고 조정개시에 들어가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행법은 조정절차에 들어가려면 피신청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여론이 만든 '신해철법'여론 열기 식자 국회도 '손 놓아'

의료사고 피해자와 유족들은 이 법안을 계기로 의료 분쟁에 있어서 '정보 비대칭'으로 상대적 약자입장이었던 피해자들이 의사와 병원을 상대로 '조정개시'라도 제대로 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에 지지를 보냈다. 신해철 팬클럽에선 '신해철법' 통과를 위한 서명운동까지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등 의료사고의 ‘피신청인’ 당사자 단체에서는 ‘강제 조정’은 불합리한 방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진료에 전념할 수 없고 방해를 받을 수 있는 불필요한 조정 신청에도 응해야 한다는 점을 반대이유로 꼽고 있다.

의사협회는 법안에 대해 "의료분쟁조정제도의 취지는 자율성에 근거한 분쟁해결인데 조정절차 진행을 강제하는 것은 피신청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의료)소송 과정 이전에 거치는 단계를 추가하여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며 당사자들의 소송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현재 설립된 지 4년차로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법안 통과를 강력히 바라고 있다. 현재 40% 대에 머물고 있는 조정개시율을 높여 의료분쟁 조정기관으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조정 실효성을 높일 수 있어서다. 중재원은 한국소비자원과 의료분쟁조정을 두고 경쟁관계에 있기도 해 개정안 통과가 절실하다.

최근 내년 예산을 심사하는 보건복지위 예산소위원회에서 '실적 부진'에 대한 지적도 나온 바 있어 중재원으로서는 다소 억울한 입장이다. 정부(보건복지부)에서도 통과를 원하는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지 않고 있으면서 예산 심사와 국정감사에서 '조정개시율이 낮다'는 평가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임위 내에선 의사협회 대변인 출신의 문정림 새누리당 의원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도 ‘자동 조정개시’에 대한 의료계 반대에 대해 ‘대안 마련’을 나선다는 입장이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여당 간사인 이명수 의원이 '사망이나 중장애'에 한해서 자동 개시를 적용하는 수정안을 제시하고 있어 이러한 수정 내용으로 추가 논의를 할 가능성은 있다.

보건복지위 관계자도 "오 의원의 안은 전체를 자동 조정개시하자는 내용이라 이에 대한 (의료계의)우려가 있다"며 "절충안 마련을 위한 얘기들이 오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수술실 CCTV설치 추진은?

신해철 사망시 수술과정을 찍어야 할 영상이 제대로 찍히지 않았다는 논란도 있었다. 이에 최동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1월 의료사고 발생 위험이 높거나 환자가 희망할 경우 수술 과정을 CCTV(폐쇄회로TV)로 촬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지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된 이후 진전이 없다. 이 법안 역시 의료계 반대에 막혀 있다.

보건복지위는 검토의견에서 "개인 사생활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설치 장소를 구체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전제 하에 신속하고 공정한 분쟁해결뿐 아니라 타 입법례와 마찬가지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함이라고 판단된다"고 했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난색을 표하고 있다. 

병원협회는 법안을 내놓은 최 의원을 직접 찾아 "진료위축 및 개인정보보호 위반 등의 역기능도 적지 않다"는 의견을 전달하는 등 법안 저지에 총력을 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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