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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국무총리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5회 장애인의날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15.4.2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완구 국무총리가 취임 두달 만에 전격 사의를 표명하면서 대한민국 총리수난사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총리에 임명이됐지만 국회 동의를 구하지 못해 낙마한 이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후보직을 사퇴한 이까지 '점입가경'이다.

21일 국무총리비서실 등에 따르면, 대한민국 초대 총리로 임명된 뒤 국회의 인준을 받지못해 총리직에 오르지 못한 이윤영을 포함해 총리 후보, 또는 취임직후 몇 달새 총리직에서 낙마한 인사는 무려 10여명이 넘는다. 총리직을 놓고 '대통령보다 더 힘든 자리'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대목이다.

역대 총리 가운데 재임기간이 가장 짧은 사람은 6대 허정 총리로 65일간 직을 유지했다. 박정희 대통령 당시 정일권 총리는 6년 7개월(2416일)이라는 최장기 재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장면(2대,7대), 백두진(4대,10대), 김종필(11대,31대), 고건(30대,35대) 총리는 두 번씩 총리직을 수행하기도 했다.

2000년 인사청문회 도입 이후에는 총리 후보들의 낙마가 잇따랐다. 초기에는 위장전입, 부동산매입 등 개인비리가 주된 검증기준으로 작동했지만, 최근에는 이완구 총리의 사례에서 보듯 거짓해명 등 도덕적인 문제가 더 큰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국민의 정부 당시 임명된 장상, 장대환 두 총리 서리는 부동산 매입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낙마했다. 통상 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대통령이 국회 동의없이 국무총리로 임명하는 경우 '서리'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총리 후보들의 사퇴가 유독 많았다. 김용준 후보는 아들의 병역문제, 부동산문제가 불거져 후보직을 사퇴했고, 안대희 전 대법관은 변호사 개업후 벌어들인 수임료가 문제가 됐다. 또 언론인 출신인 문창극 후보는 한 강연에서 행한 일제 식민지시대 발언이 국민들의 반감을 불러 일으켰다.

이 때문에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 국무총리가 다시 총리직에 복귀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정 총리의 뒤를 이어 박근혜 정부 두번째 총리로 취임한 이완구 총리는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국정운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예기치 못한 '성완종 리스트'에 연류되면서 재임 두달여 만에 총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총리는 어떤 자리? "의전 5번째, 업무추진비 8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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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무총리는 명실상부한 '국정2인자'로 군림한다. 대통령을 보좌하며 모든 정부부처를 통할하는 막강한 권한이 부여되는 자리다. 총리를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자리로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총리는 1대 이범석 총리부터 43대 이완구 총리에 이르기까지 영욕이 교차하는 경우가 많았다. 빛이 강한만큼 그림자도 깊었다. 영국이나 일본처럼 실질적 권한이 주어지지 않는데다, 모든 정보와 권력이 청와대로 향해 있기 때문이다.

◇'국정2인자'로 전 부처 통할= 국무총리는 대통령이 궐위하거나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대통령의 업무를 대행하는 막중한 자리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당시 고건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업무를 대행했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국무회의에서도 부의장을 맡아 대통령을 대신해 회의를 주재한다. 국무회의에 상정될 안건을 총괄 조정하고 대통령 지휘하에 정부 법률안과 예산안 등을 국회에 제출한다. 또 대정부질의 과정을 통해 국회에 국정현안을 보고하기도 하며 각료 임명 제청권 행사와 해임을 건의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총리는 중앙행정기관 지휘 감독권을 보유한다. 이에 따라 총리는 중앙행정기관의 명령이나 처분이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인정하면 이를 중지하건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총리를 보좌하는 기관으로는 총리비서실(실장 차관급)과 국무조정실(실장 장관급)이 있으며 각 부처에서 파견한 인원 등 약 40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대통령에 이어 의전서열 5번째= 공무원 보수규정에 따르면 총리의 한 해 연봉은 1억5896만원에 달한다. 대통령(2억500만원) 보다는 적고, 장관(1억1600만원)보다는 많은 정도다. 연봉과 별도로 업무추진비 8억3600만원을 쓸 수 있다.

공무원출신 총리와 달리 국회의원을 겸직하는 정치인 출신의 총리는 국회와 총리실에서 지급되는 급여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는 데 이 경우 대부분 총리 급여를 수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전서열에서는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관, 헌법재판소장에 이어 다섯번째다. 또 공관도 제공된다. 총리실이 세종으로 이전하면서 서울 삼청동(대지면적 1만5014㎡)과 세종시 어진동(대지면적 2만㎡)에 각각 공관을 운영중이다.

관용차량과 운전기사(별정5급)도 지원된다. 정치인의 경우, 총리실에서 나온 운전기사보다는 '자기사람'을 데리고 오는 경우가 많다. 이때 운전기사는 별정5급 신분으로 채용되며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총리와 임기를 같이한다.

대통령 경호실과 같은 규모는 아니지만 총리의 신변보호를 위한 별도의 경호팀이 운영된다. 경호팀은 소수 정예요원으로 구성되며 대부분 태권도, 유도 유단자 등으로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발된다. 이동시 경찰의 에스코트와 외곽경호가 제공된다.

◇'의전총리''대독총리' 불리우는 까닭= 국무총리비서실에서 역대 총리를 지켜본 한 고위간부는 "우리나라 총리는 있는 듯, 없는 듯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총리가 '방패'가 돼 주어야 하고, 제 목소리를 내기시작하면 대통령을 불편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처신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실제 국무총리는 의원내각제에서 운영되고 있는 제도인데 우리나라는 대통령중심제에 내각책임제를 가미하다 보니 '책임총리'로서 기능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역대 총리들중 몇몇 인사를 제외하곤 상당수 총리들이 국회로부터 '대독총리''방탄총리' 등으로 불리운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대통령을 대신해 연간 수 백건의 국내행사에 참석하다보니 총리에게는 '의전총리'라는 닉네임도 따라 붙는다. 특히 지난 2012년 총리실의 세종 이전이후 서울-세종, 세종-지방 등으로 총리의 동선이 '광역화' 돼, 총리후보 인선기준에 광폭행보를 견디어 낼 수 있는 '건강'이 더해졌다는 후문이다. 

총리비서실 관계자는 "대통령을 위해, 모든 걸 책임지는 게 우리나라 총리의 역할이라고 보면 쉽다"며 "정권이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이를 대신해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하고, 자기가 한 일도 그 영광은 대통령께 돌릴 수 있는 분이 명재상"이라고 말했다.     

후임 총리 누구?…윤증현·이주영·김문수 하마평 무성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돼야 임명될 수 있는 국무총리는 역대 어느정부에서건 인선에 골머리를 앓았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유독 수난이 계속되고 있다. 그나마 준비된 인사라던 이완구 총리마저 허망하게 낙마하면서 후임 국무총리인선 작업이 박근혜 정부에 또다른 고민거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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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총리가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후 일찌감치 후임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하게 나왔다. 이 총리의 사례에서 보듯 국무총리가 흔들리면 전체 국정 운영에 큰 타격이 된다는 점에서 '능력'과 '도덕성'을 갖춘 인사가 필수적이다. 특히 이 총리가 금품수수 의혹으로 낙마하고 기존 인사청문회의 벽도 높아 도덕성이 인선 과정에서 더욱 중요한 덕목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많이 거론되는 인사는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 두루 중용된 중도 성향 인사로 경제와 정책에 전문성과 추진력을 갖춘 점이 강점이다. 각종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집권 3년차에 정치적인 논란으로 다시 시간을 허비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도 관료 출신으로 카리스마를 갖춘 윤 전 장관 카드가 매력적일 수 있다는 평가다. 

해수부 장관으로 '세월호 민심'을 다독였던 4선의 이주영 새누리당 의원도 거론된다. 박 대통령도 극찬을 한 바 있고 검증된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강점이 있다. 이 의원은 지난 2월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선거에 나섰다가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윤 전 장관과 이 의원 모두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한 경험이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정치권 잠룡 가운데는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거론된다. 김 위원장은 경기도 지사를 두 차례 역임하면서 행정 경험이 풍부하고 추진력을 갖췄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오 전 시장은 '오세훈법'으로 불리는 현재의 정치관계법 틀을 만든 깨끗한 이미지가 장점이다. 두 사람 다 보수색이 강해 정치적 부담이 있고, '친이' 또는 '비박'계로 분류돼 박 대통령과 가깝지 않다는 점은 단점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정치인 출신 부총리가 총리로 재발탁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인사청문회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고 역량이 검증된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카드다.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이 있고, 부총리 인선 등 개각 규모가 커진다는 점은 단점이다.

율사 출신을 선호하는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감안하면 여러차례 하마평이 이었던 조무제 전 대법관,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 등도 후보가 될 수 있다.

여권 관계자는 "지금 해야할 일은 정치 개혁과 경제"라며 "정치적 논란을 일으킬 인사 보다는 무난히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카드가 필요한 시점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총리 뽑아야하는데…능력-청문회 '높은 벽' 어쩌나

 

이완구 국무총리의 사실상의 낙마로 박근혜 정부가 '총리 인선'이라는 또하나의 난관에 부닥쳤다. 적임자를 찾는 것도 어렵지만 인사청문회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여야가 대립할 경우 국정운영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 정부 들어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인사는 모두 5명이었지만 실제로 국무총리직에 취임한 경우는 정홍원 전 총리와 이 총리 두 사람에 불과했다. 첫 총리 지명자인 김용준 후보자를 비롯, 문창극, 안대희 후보자 등 3명은 인사청문회에도 서보지도 못하고 사전 검증단계에서 사퇴했다. 문창극, 안대희 후보자가 연달에 낙마하면서 한번 사의가 받아들여졌던 정 총리가 재신임 받아 다시 직을 수행하는 일까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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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처럼 국무총리 인선에 애를 먹는 것은 우선 인사청문회 문턱이 높기 때문이다. 장관 등은 야당이 반대하더라도 인사청문 절차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지만 총리 등 일부 자리는 임명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여당이 압도적으로 의석수가 많지 않는 한 야당의 동의없이는 국무총리를 임명할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후보자를 선택할 때 야당의 눈높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인사청문 과정에서 도덕성 부분이 집중적으로 검증되면서 가족 등이 겪는 고통도 적지 않아 총리 제의를 받아도 고사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족의 희생을 감내하겠다는 결심이 서지 않는다면 선뜻 총리직 제의를 받아들기 어렵다는 얘기다. 

야당의 눈높이도 맞춰야 하지만 국정을 제대로 끌고 갈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는지도 중요하다. 총리는 대통령 부재시 국정을 책임지는 2인자로 내각을 이끌 수 있는 능력과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또 정부가 국정운영의 방점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정도로 총리 인사 자체가 갖는 정치적 함의도 크다. 

인사권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국정 철학을 잘 실현해줄 인물이냐도 중요한 고려 조건이다. 국정 2인자가 대통령과 생각이 다를 경우 국가 운영이 효율적으로 돌아가기 힘든 탓이다. 

이처럼 능력과 자질, 도덕성을 갖추고, 정부와 국정 철학을 함께해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들을 두루 충족시키는 인사를 찾다보니 적임자를 찾기가 어려울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어렵게 인선을 해서 인사청문회를 통과했다 하더라고 끝이 아니다. 이완구 총리의 경우처럼 인사청문 과정에서 입은 상처가 재직 후에도 계속 부담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 총리는 총리 지명 때만 해도 '준비된 총리'라는 평을 들었지만 인사청문을 거치면서 각종 구설수에 올랐고 이 때 악화됐던 여론이 '성환종 국면'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처럼 쉽지 않은 총리 인선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인재풀 자체를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대통령과 친분이 있거나 '코드'가 맞는 인사를 떠나 광범위하게 적임자를 찾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여권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때 후순위였던 김황식 총리가 임기 후반에 '명총리'로 활약했던 사례를 잘 볼 필요가 있다"면서 "국무총리나 장관 등 고위직들은 정권과의 관계를 떠나 국가와 대통령을 위해 일하는 자리니 만큼 인재풀을 좀더 넓혀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