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쏟아붓고 무용지물? 軍 EMP방호사업 '부실종합세트'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 2014.7.16.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계없음(서울=뉴스1)

군의 전자기파(EMP) 방호시설 부실공사로 많게는 1조원까지 예산낭비가 발생할 것으로 지적됐다. EMP 방호시설 사업은 설계도 유출논란에서 시작해 부실한 공사 등 방산비리 의혹으로 이어져 왔다. 무엇보다 미래 전자전에 대비하기 위한 EMP 방호시설이 제기능을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진상규명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인 김재원 의원은 6일 "EMP 방호시설 1곳 구축에 100억~200억원이 필요하므로 50여개 군 시설에 적게는 5000억원, 많게는 1조원 예산이 소요된다"며 "EMP 공격이 현실이 돼도 군 지휘부는 EMP를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군이 자칫 1조원의 헛돈을 쓸 수도 있다는 것이다.

EMP(전자기파)탄은 미래전쟁의 양상을 바꿀 무기로 평가된다. 40㎞ 상공에서 EMP탄이 터지면 반경 700㎞ 이내의 전자장비를 마비시킬 강력한 전자기파가 방출되며, 핵무기 폭발시에도 EMP가 발생한다.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면 EMP탄 공격도 가능한 것으로 본다. 우리 군이 북한 EMP 공격에 대비한 방호시설을 55개 군시설에 구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시공됐거나 공사중인 시설의 방호성능이 국제기준이나 민간시설 기준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첨단전쟁 대비? 민간보다 못한 방호성능= 미국 국방기준상 EMP 방호 최소성능은 '100dB(데시벨) 이상'이다. 오래전 구축된 주한미군의 차폐시설, 국방부의 차폐시설도 100dB이 기준이다. 1987~2001년 사이에 각각 준공된 주한미군 EMP 방호시설 4곳 모두 100dB 이상이다. 우리 군도 2003년 준공된 국방부 청사 등의 EMP 방호시설이 모두 100dB 이상 급이다.

민간시설은 군용보다 강화된 기준을 적용한다. 삼성전자의 전자제품 시험용 EMP 차폐실은 100dB 또는 110dB 이상(2002년), 쌍용자동차의 차량용 전자파 측정시설은 110dB 이상(2003년), 전파연구원의 전파측정시설은 110dB 이상(2006년)이다.

그런데 2012년 준공된 합동참모본부 지휘부 신청사 EMP 방호시설(201 사업)은 방호 차폐(遮蔽)와 EMP 필터가 '80dB 이상' 급으로 시공됐다. 만일 100dB급 EMP탄 공격이 실제로 있다면 민간 시설은 이를 막아낼 수 있지만 군 수뇌부인 합참 신청사는 뚫린다는 얘기다.

이 시설은 2009년 설계 당시 100dB 성능으로 계획됐다. 그러나 국방부와 신청사 건설사인 현대건설은 차폐와 필터의 방호성능을 모두 80dB로 낮췄다. 지난 6월 국방부 특별건설심의에선 "현행 국방부의 EMP 표준 설계기준대로 시공했을 경우 높은 EMP 차폐효율을 기대하기 어렵고 심지어 EMP 차폐가 가능한지 의심된다"고 지적됐다.

◇계룡대 벙커 사업에도 뇌물 등 의혹=군의 EMP 방호시설사업엔 이밖에도 많은 의혹이 쏟아졌다. 이 사업은 △원가절감을 위해 (설계·시공) 분리발주를 계획하고도 통합발주로 변경 △최저가 낙찰 공사인데 최고가를 써낸 회사에 낙찰 △공기 단축을 위해 공구를 3개로 분할하고도 준공이 지체된 점 등이 지적됐다.

김재원 의원에 따르면 전임 국방부 시설본부장이 이 시설을 구축한 건설사로 취업제한 기간 중에 취업했고, 해당 건설사는 국방부에 손해배상소송까지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퇴역 군인과 방산업체가 엮인 이른바 '군피아' 방산비리 의혹사건인 셈이다.

계룡대 등 3개 군 지휘부에도 EMP 방호시설을 구축(806 사업) 중이다. 계룡대 벙커 사업에선 설계도면 유출, 업체 평가위원의 1000만원 뇌물수수 등이 발생했다. 이 위원은 그러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뇌물을 준 입찰사는 제재를 받지 않았다. 또 EMP 성능검사를 해야 할 기관이 건설사와 시공자문계약을 맺었다. 공정한 심판을 장담하기 어려운 정황이 드러났다.

◇출발은 도면 유출의혹 사건…"檢 수사필요"= 논란은 합참 신청사 설계도면 유출 의혹 등 신청사 건립 잡음과 닿아있다. 국내 한 EMP 방호시설 전문업체는 2009년 신청사 설계를 의뢰받고 이를 수행했으나 정작 시공에 참여하지 못했다. 2012년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서를 낸 이 업체는 시공참여를 구두로 약속 받았다며 최소한 설계비용이라도 받길 원했지만 국방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년간 끌던 사안은 업체가 보관한 도면에 군사기밀이 담긴 것으로 분석되면서 군사기밀 유출사건으로 비화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이와 관련 지난 7월 31일 청사 건축사업을 지휘했던 김 모 전 201사업단장(예비역 대령)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그러나 방호능력은 기밀이라 할 수도 없고, 시설기준을 낮춘 것도 석연치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방부는 EMP탄 방호능력에 대한 구체적 숫자 언급은 3급 군사기밀이라고 하지만 국방부가 제출한 사업 시방서엔 어떤 비문(비밀문서) 표시도 없다"며 "미국도 9·11 테러 이후 EMP 방호성능 기준을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EMP 방호성능 기준을 낮춘 것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국방부는 군 EMP 방호시설의 성능을 낮춘 이유, 이 사실을 알고도 숨기기에급급했던 이유를 밝히고 EMP 방호성능 기준을 원상회복해야 한다"며 이 사업에 전반에 대한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도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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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 쏟아붓고 무용지물? 軍 EMP방호사업 '부실종합세트'

[the300]"합참·계룡대 설비성능 약화, 발주과정도 의혹"-與 김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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