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도 보험금 받는다…보험회사들 '멘붕'

[the300][괜찮아, 우울증이라도②] 금융위 "올해 시행세칙 개정, 내년 상반기 시행"

해당 기사는 2014-09-19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PDF 런치리포트 뷰어
#송모씨(62·여)는 2010년 12월 우체국 실손의료보험에 가입, 매월 보험료를 납부하던 중 2013년 5월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병원 진료비 20만원을 받기위해 우체국에 실손의료보험 보상액을 청구했지만 결과는 '지급 거절'. 정신질환은 실손의료보험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실손보험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보험업계는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며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울증도 보험금 받는다
1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당국은 정신질환의 실손보험 보상범위 확대를 골자로 한 보험업법 시행령 및 시행세칙 개정을 추진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늦어도 올해 안으로 개정을 예고한 뒤 내년 상반기 시행할 것"이라며 "정신질환 중 우울증,불면증 등 가벼운 치료로 완치되는 병증이 (보상범위 대상에)포함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감독원 보험업 감독업무 시행세칙에 따르면 실손보험 표준약관은 우울증 등 모든 정신질환을 보상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구체적으론 보험금의 지급사유-장해분류표에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우울증 등의 질환 △정신분열증 △편집증 △조울증(정서장애) △불안장애 △전환장애 △공포장애 △강박장애 등 각종 신경증 및 각종 인격장애는 보상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보험업감독업무 시행세칙
 
금융위의 시행령 및 시행세칙 개정 움직임은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2월 실손보험의 정신질환 보장 확대 등 제도개선을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권익위는 현행 약관이 환자 차별을 야기하고 있고, 이에 따라 우울증 등을 겪는 환자가 진료를 기피해 병을 키운다고 판단했다. 우울증 외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도 권고안에 포함됐다.
 
◇보험업계 "자살우려…손해액 눈덩이"
보험업계는 환자 차별을 없애겠다는 당국의 개정 취지엔 기본적으로 공감하면서도, 우울증 등 정신질환자의 가입을 받을 경우 손해액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진단과 치료법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객관적인 보상기준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것.
 
더 근본적으로는 정신질환이 자살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고객 입장에선 조금 우울해서 병원 상담을 받았는데 보험금을 받지 못할 경우 부당하게 느낄 수도 있다"면서도 "보험사로선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 자살 위험률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승현 그래픽디자이너
실제 보건복지부의 '2011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자살 원인은 정신적 문제(29.5%), 질병(23.3%), 경제적 어려움(15.7%)로 조사돼 정신질환과 자살 간 높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2010년 기준 우리나라 자살사망률은 10만명당 31.2명으로 OECD 국가 중 1위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 역시 "질병분류 기준으로 정신질환인 'F코드'가 나올 경우, 웬만한 보험사들은 계약인수를 거절한다"며 "가장 큰 이유는 자살 우려"라고 털어놨다. 현재 생명보험은 가입 후 2년이 지나면 자살의 경우에도 보험금을 지급하게 돼있다. 실손보험은 경우에 따라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데, 정신질환자의 보험가입은 보험사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정신질환자 보험가입 거부 못해' 법 개정도
금융위 방침과 별개로 정신질환자의 보험가입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도 국회에 올라와 있다.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2월 대표발의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르면 '보험계약의 체결 또는 모집에 관한 금지행위 조항(97조)'에 '정당한 이유 없이 정신보건법 제3조 제1호에 따른 정신질환자의 보험가입을 거부하는 행위'가 신설됐다.
 
신 의원은 "약물 치료 등으로 쉽게 호전되는 가벼운 정신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경우에도 보험사가 보험가입을 거부하는 등 정신질환자에 대한 차별이 지속되고 있어, 정신질환자가 진료 이력을 남기길 꺼려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며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해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개정안은 4월 소관위인 정무위원회에 상정돼 전체회의를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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