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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오른쪽)와 주호영 정책위의장. /사진= 뉴스1

여야는 몸싸움으로 얼룩졌던 오명을 벗기 위해 지난 18대 국회 마지막 국회가 열렸던 2012년 5월 박근혜 대통령(당시 비상대책위원장) 주도로 '국회선진화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여당의 일방적 직권상정을 원천봉쇄하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 법안은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동의해야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법안 여야 합의 없이는 어떤 법안도 처리하기 힘든 환경이 조성되고 '식물 국회' 논란마저 나오자 새누리당에서는 원활한 법안처리를 위해서라도 법안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은 지금도 여야가 합의하면 언제든 법안을 처리할 수 있다며 새누리당은 일방 독주를 원하는 것이라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선진화법은 '동물국회'를 지양한 의의가 있지만 현재 법안처리를 하나도 못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과연 바람직한지 본질적인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주호영 정책위원회 의장도 "국회선진화법이라는 표현 자체가 맞지 않다. 이 법은 국회무력화법"이라며 "지금처럼 국회가 야당의 동의 없이는 한발도 나아갈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헌법소원 등을 통해 되돌리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국정원 사태로 여야 갈등이 커지자 국회 선진화법 개정 필요성을 들고 나왔고, 이후 기회가 있을때마다 국회선진화법 개정 요구를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은 정론관 브리핑을 통해 "여당이 자신들의 무책임과 무능함을 국회선진화법을 희생양 삼아 야당의 책임으로 돌리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국회선진화법은 새누리당이 지난 2012년 총선 공약으로 내건 법안"이라며 "이 법안은 몸싸움과 폭력이 난무하는 막장 국회를 개선하기 위해 발의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회선진화법 통과 당시 대법관 출신인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물론 법제처장마저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못박았다"며 "(일부 새누리당 인사들이) 헌법소원도 운운하는데 헌법소원 기각이라는 망신을 자처하지 말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새정치연합 현안브리핑이 끝난지 20여분 만에 또 다시 반박 브리핑을 갖고 "국회선진화법은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고 대화와 타협의 정신을 살리자는 게 근본 취지인데 소수의 횡포를 법으로 허용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선진화법이 표결주의를 봉쇄시켜 의회주의를 무력화해 반의회주의법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국회선진화법이 국회후진화법·소수횡포법·국회식물화법·국회의원백수화법이란 오명을 이제는 씻어버려야 한다. 헌법소원 문제를 포함해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고 촉구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때만되면 국회선진화법 개정 필요성을 거론하는 것은 최근 민생법안이 표류하면서 이를 보이콧하고 있는 야당 측에 경고의 메세지를 보내는 것"이라며 "국회선진화법 철회보다 야당 압박을 위한 수단과 최근 식물국회에 대한 책임이 야당 측에 있음을 분명히 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