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를 각오하면…" 안철수의 배12척은?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는 장수라면 죽이기 쉽다"
안철수의원(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은 경영자 시절, 간부직원들에게 이런 말을 들려주곤 했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실패하는 장수의 다섯가지 유형' 첫번째이다.


전략적인 사고와 준비 없이 무조건 앞으로 죽기 살기로 달려나가는 장수는 쉽게 죽는다는 말이다. 장수가 죽으면, 전투와 전쟁을 망친다. (영화 '명량'으로 새삼 뜨고 있는 이순신 장군은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살 것이요..."라고 말했지만, 이는 군졸들의 공포를 용기로 승화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영화속 장면처럼 이순신이 무모하게 칼을 빼들고 백병전에 나섰다가 조기에 전사했다면 '바다'도 '조선'도 없었을 것이다.)

 

실패한 장수를 경계하던 안철수가 '실패한 장수'가 됐다.
주위의 만류가 적지 않았음에도 민주당이라는 '호랑이 굴'에 들어갈 때부터 어찌 보면 그는 '죽기를 각오한 장수'의 길에 접어들었는지 모른다. 술을 마시고 빨간 신호등에 횡단보도를 건넌걸 두고두고 후회했다는 '바른생활 교과서'가 정략공천 잡음 등으로 빨간불이 켜진 길을 기어코 건너간 것도 죽기를 각오한 것으로 비쳐진다.

 

새정치 민주연합은 '질 수 없는 선거'라는 말해 취해, '내 사람'을 먼저 챙기다가 브라질 축구팀이나 '홍명보 호'같은 참패를 당했다. 먹고 살기 힘들다는 국민들을 보듬어 줄 정책보다는 현장 투쟁과 의혹제기에 전력하다가 국민들의 피로감을 가중시켰다.

 

물론 7·30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공동'대표인 안철수에게만 잘못 뒤집어씌우는 건 터무니없는 일이다.
선거과정에서는 굽이굽이 국민들의 상식이나 감정과 따로 노는 정당으로 여기게 만든 대목들이 이어졌다. 유병언 시신이 가짜일 수 있다든지, 국가정보원이 세월호를 조직적으로 관리했다든지 하는 무리한 의혹제기들이 박범계 원내 대변인의 입을 통해 이어지면서 정책정당으로서의 신뢰성은 오히려 깎여져 갔다.

박영선 원내 대표는 "민생보다 세월호가 먼저다. 세월호 특별법 없이는 단 하나의 법안도 통과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세월호의 아픔에 공감하지 않는 국민은 없지만, 모든 민생법안을 세월호로 연계시키는 것은 유가족들에게조차도 득이 안되는 일이다.

 

순천·곡성에서는 심상찮은 조짐이 일찌감치 감지됐는데도, 계파간 이해득실 계산에 바빠 조직이 따로 놀았다. 오죽하면 민주당내부에서는 순천·곡성은 이정현의 승리가 아니라 '프렌들리 파이어(아군끼리의 오인사격)'의 참사라는 말까지 나올까.

 

돌아서서 양복으로 갈아입을지언정 반바지에 빨간 양말을 신고 나오고, 언론의 카메라가 사라지면 에쿠스 승용차로 갈아탈 지언정 낡은 자전거로 길바닥을 누비고 다니는, 감성에 호소하는 퍼포먼스 하나 제대로 기획해낼 생각을 못했다.

 

이런 전략적 실패에도 불구, 패배책임의 화살은 '공동대표' 그 중에서도 안철수에게로 집중된다.

길게 보면 2년, 짧게는 4개월의 정치실험에서 패배한 그는 이제 백의종군에 접어들었다.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지지율은 한자릿수로 내려왔다. 이미 정치적 사형선고를 받았다는 혹평까지 나온다.

 

부하 장수들조차 대놓고 등을 돌리고, 사방이 적선들로 둘러싸인 상황에서 이순신이 느꼈을 외로움과 공포를 안철수 역시 느끼고 있을지 모른다.

이순신은 백의종군 끝에 살아 돌아왔다. 그에게는 12척의 배가 있었다.
안철수에게 남은 '배 12척'은 뭘까.

수익은 기업경영의 목적이 아니라 열심히 일한 결과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는 게 안철수의 경영 지론이었다.
집권은 정당의 목적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정책정당으로서의 진정성을 보여줄 때 얻을 수 있다는게 그의 정치 지론이어야 한다.


국민들은 안철수에게 실망했을지언정, '`안철수 현상'을 용도폐기하기엔 이르다고 생각한다. 그에게는 아직 부숴지지 않은 '안철수 현상'이라는 배가 남아 있다. '새 정책'으로 '새 정치'를 보여주는데 끝까지 실패하고, 마지막 배마저 잃는다면 그에게도 국민들에게도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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