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박성중 소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원자력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3.06.21.

우주산업 육성을 위한 우주정책 콘트롤타워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여당인 국민의힘이 '한국형 나사(NASA)'로 불리는 우주항공청(이하 우주청) 개청을 위한 입법 논의에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정부가 목표한 대로 연내 우주청을 개청하려면 늦어도 6월 내 입법절차를 마쳐야 해서다.

여당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위원장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서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으로 교체된 이후 주도권을 쥐고 관련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장 의원의 상임위 운영방식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법안처리에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과방위는 이날 오전 과학기술원자력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우주항공청 특별법'(우주항공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 등 우주청 설립 관련 법안들과 광주과학기술원법 일부개정안 등 16개 법안을 심사했다. 과학기술원자력법안소위가 열린 것은 지난 3월15일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이날 논의는 처음으로 법안소위 테이블에 안건으로 오른 우주항공청 특별법에 집중됐다. 현재 국회에는 우주항공청 설립과 관련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의 외청 형태로 차관급 청장을 두는 정부안과 장관급 기구인 우주전략본부를 신설하고 본부장이 과기정통부 장관을 대신해 국가우주위원회 부위원장을 맡는 내용의 조승래 민주당 의원안 등이 계류돼 있다. 소위에 참석한 여당 과방위원들과 정부 관계자들은 이 중 정부안이 가장 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과방위 여당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조승래 의원안은 우주항공위원회를 대통령 소속으로 두되 그 밑에 우주전략본부장을 장관급으로 또 둬서 추진하잔 내용으로 정부조직법상 맞지 않는다"라며 "우선 차관으로 (우주청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장관도 필요하다고 하면 그때 (추진해도) 늦지 않다(고 판단해서) 정부안이 적절하다고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여당은 오는 22일 다시 법안소위를 열어 우주항공청 특별법 공청회를 진행해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는 등 입법을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여당이 이처럼 우주청 개청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에 열을 올리는 것은 더 이상 입법논의가 늦어선 안 된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우주청이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데다 정부 구상대로 연내 개청하려면 하위법령 준비, 청사 마련 등을 고려해 늦어도 이달 내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종호 과기부 장관이 예정에 없던 일정을 만들어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여야) 의원들께서 관심을 조금 더 가져주시고 가능한 올해 안에 개청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미지 크게보기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조승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소통신위원회 현안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06.21.

여당은 특히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과방위원장에서 물러나고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새로 위원장에 선출되며 우주항공청 특별법 처리 여건이 조성됐다는 진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한 과방위 국민의힘 관계자는 "방송법을 놓고 파행도 적지 않았고 야당 위원장 체제에선 아무래도 우주청 법안 논의가 잘 진행되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여당 위원장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야당도 우주청 개청 만큼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단 점에서 빨리 매듭지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문제는 장제원 위원장의 상임위 운영방식에 민주당이 불만을 드러내며 갈등이 고조되고 있단 점이다. 당장 이날 법안소위부터 민주당은 여야 간사 간 협의 없이 위원장이 독단적으로 밀어붙였다며 참석하지 않았다. 과방위 야당 간사인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이날 소위 개의 직전 회의장을 찾아 "합의되지 않은 의사일정에 동의하지 못한다"며 "장제원 위원장이 야당이 발목잡기 한다고 했으니 (오늘) 논의할 생각이 없다"고 항의했다. 조 의원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의사일정 통보에 야당이 답하지 않았단 여당 주장에 대해선 "거짓말"이라고 했다.

상임위 과반의석을 민주당이 점하고 있는 터라 법안처리를 위해 야당의 협조가 필요한 여당은 답답하단 입장이다. 박성중 의원은 법안소위 후 기자들과 만나 "(정청래 의원이 위원장일 당시) 협의 없이 (야당이) 안건도 마음대로 정해 통과시켰지만 이번엔 장제원 위원장 오고 열흘 이상 충분히 다섯 차례 걸쳐 실무협의를 했다"면서 "우리는 권한대로 국회 일정, 절차를 다 밟았다"고 했다.

이어 "(우주항공청 특별법은) 계속 협의해 나갈 것이고 여당과 정부부처 간 동의가 끝난 사항에 대해선 우선과제로 선정해 야당만 동의한다면 전체회의 올리고 본회의 올리도록 할 것"이라며 "저희들이 소수라 야당이 동의 안 해주면 의결할 수가 없어서 계속 야당 협조를 구하고 앞으로 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자주 열 생각"이라고 했다.

장제원 의원도 민주당이 우주청 입법논의에 초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 의원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민주당은 우주항공청 특별법에 대해 '민주당이 논의를 지연시킬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 말이 진심이라면 바로 소위에 참여해 우주항공청 특별법을 통과시켜 달라"며 "(그렇게 한다면) 오늘이라도 당장 (민주당이 요구한) 전체회의를 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소위에 참여하지 않고 우주항공청 특별법 심의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28일 전체회의도 개의하지 않겠다"라며 "모든 파행의 책임은 민주당이 져야 할 것이다. 민주당은 우주항공산업 육성을 포기한 정당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