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몰랐던' 통신조회… '통보' 제도 만드는 법안 '봇물'

[the300]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이 지난 11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공수처는 이날 검사 전원이 참석하는 회의를 열고 통신자료 조회 등 최근 논란이 된 현안과 개선방안을 논의한다. 2022.1.11/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촉발한 무차별 통신자료 조회 논란과 관련해 여야 의원들의 법안 발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동통신사를 통한 법원·검찰·경찰·국가정보원 등 기관의 통신자료 조회가 이뤄졌을 경우 당사자에게 해당 사실을 통보하는 법적 의무를 신설하는 내용이다. 여야 모두 통보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입법 개선책을 제시하고 있어 법 개정 논의가 빠르게 진척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기통신법 근거한 '통신조회'… 당사자 인지 못하는 허점 존재


1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통신자료 조회 시 통보 제도 신설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7건 발의됐다. 야당, 언론인 등에 대한 공수처의 무차별 통신조회 논란이 불거진 지난달부터 여야 의원들의 법안 발의가 이어졌다.

국민의힘 류성걸·강민국·이종배·권명호·박대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박광온·김용민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자로 법안을 내놨다. 이들 법안은 통신조회 근거 조항에 이용자 통보 제도 운영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만드는 게 핵심 내용이다. 그동안 반복돼온 수사·정보기관의 사찰 의혹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갖추자는 취지다.

수사·정보기관의 통신조회는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에 근거한다. 83조 3항은 재판, 수사, 형 집행,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 방지를 위한 정보수집을 사유로 전기통신사업자에 이용자 성명·주민등록번호·주소·전화번호·아이디·가입 및 해지일 등 개인정보 열람 또는 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 전기통신사업자에 통신자료 제공을 강제한 조항은 아니나 이동통신사가 수사·정보기관의 요청을 그대로 따르는 관행이 굳어졌다.

현행 법에는 통신조회 사실 통보 관련 내용은 명시되지 않았다. 당사자가 자신이 가입한 이동통신사에 직접 통신자료 제공내역을 요구해야만 통신조회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당사자의 확인 요구가 없으면 통신조회 사실 자체를 인지할 수 없는 법망의 허점이 무분별·무차별적 통신조회 부작용을 양산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여야 모두 '통신조회 통보 제도' 제시… 국민의힘, '폐지' 법안 검토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개정안들에는 당사자에게 통신자료 조회 사실을 통보하도록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 공통적으로 포함됐다. 정당한 수사활동 보장을 위해 제한적으로 통보를 유예할 수 있는 조항도 마찬가지다.

통보 주체와 기한, 방식에선 다소 차이가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법안은 전기통신사업자에, 민주당 법안은 수사·정보기관장에게 통보 의무를 부과한다. 통보 기한의 경우 즉시(권명호), 10일 내(김용민·박광온), 30일 내(강민국·류성걸·박대출·이종배)로 구분된다. 김용민 의원은 통신조회를 통해 제공되는 개인정보 중 주민번호를 생년월일로 축소하고, 아이디는 삭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민의힘은 통신조회의 법적 근거 자체를 삭제하는 법안 발의도 검토 중이다. 다음 회기의 의사일정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전에 법안 발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실제 법안 발의가 이뤄지면 소관 상임위원회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이용자 통보 제도 도입뿐 아니라 통신조회 폐지까지 입법 개선책으로 다뤄야 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공수처 사태를 계기로 통신조회가 애초 목적이 아닌 야당, 언론인 사찰을 위해 동원된 사실이 확인됐다"며 "수사·정보기관이 무분별하게 악용하는 통신조회 제도 자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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