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입법 논란 '상생협력법'...與반도체특위 출범에 반전계기 맞을까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이감규 LG전자 부사장(왼쪽)에게 '구광모 LG회장에게 보내는 서한'을 전달했다. /사진=송갑석 의원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상생협력법'(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보완 여부에 정치권과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개정안은 당초 이달 국회 통과가 유력시됐지만 최근 대법원이 "신중·보완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히는 등 부실입법 논란이 일면서 일단 제동이 걸린 상태다.

중소기업 기술을 탈취한 대기업에 배상액과 입증 책임을 크게 늘린 상생협력법은 국내 대기업 대부분이 직접적 영향권에 들어간다. 더불어민주당이 삼성전자 등이 참여하는 반도체기술특별위원회를 출범하기로 하면서 국내 R&D(연구·개발) 활성화 차원에서 보완 입법 등을 논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달 국회 산업통상자원벤처중소기업위원회(산자위) 여야 합의로 통과된 상생협력법은 현재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계류돼 있다. 개정안은 중소기업 기술을 탈취한 대기업에 중소기업 손해액의 3배에 달하는 배상액을 물리고 손해배상청구 소송 시 기술 탈취를 하지 않았다는 입증 책임을 대기업이 지우는 것이 골자다.

지난 19일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핵심인 대기업에 기술 탈취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도록 한 규정과 관련해 "'구체적 행위 태양'이 무엇인지 국내 현행법상 정의된 바가 없다"며 "개정안과 같이 일반적으로 기술하면 그 범위에 대한 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법사위에 전달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여당 법사위원들이 일방 처리를 주도할 경우 지난해부터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에 이어 중대재해법(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으로 국회에 대한 불신이 누적된 경제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민주당은 야당 법사위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전공대법(한국에너지공대특별법)을 단독 통과시킨 만큼 이번에는 '입법 독주'라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반도체특위를 출범한 여당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표면적으로 민주당 내부에서는 상생협력법 관련 보완 입법 논의가 들리지 않는다. 다만 향후 공청회 등에서 기업들의 목소리를 수렴해 규제를 완화할 여지가 적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반도체특위 출범 자리에서 "경제·산업계의 생동감 있는 의견을 담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상생협력법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하도급법과 중소기술보호지원법, 부정경쟁방지법에도 기술탈취 규제가 다수 들어가 있기 때문에 사실상 중복규제나 마찬가지"라면서 "특위를 통한 파격적 지원도 좋지만 기존 규제 완화가 훨씬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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