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실험실 폭발 사고, 예산 규정 없다며 치료비 지급 미룬 경북대경북대 대학원생인 A씨는 지난해 12월 경북대 화학관 1층 연구실에서 시료 폐액을 혼합해 처리하던 중 발생한 폭발 사고로 전신 89%에 3도 중증화상을 입었다. 좁은 실험실은 완전히 전소돼 정확한 사고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다.

임씨는 '현재 따님의 상태가 어떠하냐'는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물음에 "급성사망은 막은 상태다. 신체 일부는 없고, 심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고 했다. 임씨는 답을 마친 후 오랫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전 의원은 경북대가 A씨에 대한 치료비 총 6억원 중 2억원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학교가 처음에는 치료비 지급 약속을 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임씨는 "처음에는 학교가 '책임을 지고 치료비를 댈테니 부모님들은 치료에 전념하시라'고 했다. 그걸 믿고 있었는데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경북대는 지난해 회계 예비비로 5억원(2월 기준 피해 학생에 대한 누적 치료비)를 집행한 후 예산과 관련한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A씨에 대한 치료비 지급을 미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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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의 한 비좁은 실험실/사진=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취임 첫날 맞은 총장의 첫 공식 사과이날 취임 1일차 홍원화 경북대 신임총장은 취임식보다 국감을 먼저 겪었다. 홍 총장은 임씨의 발언 이후 "사과드린다. 죄송하다. 앞으로 아픔을 함께 나누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경북대의 첫 공식 사과다. 사과 후 잠시 목이 메인 홍 총장은 물을 마셨다.

전혜숙 의원은 총장의 사과를 듣고 눈물을 보였다. 전 의원은 이원욱 과방위원장을 향해 잠시 질의시간을 멈춰달라고 요구한 후 목을 가다듬고 질의를 이어갔다. 전 의원은 국감 첫날 임씨와 총장에 대한 참고인 채택을 이끌어 낸 장본인이다.

전 의원은 경북대의 부실한 안전관리 현황을 질타했다. 전 의원이 과기부로부터 제출 받은 '지난 5년간 발생한 연구실 현황'에 따르면 경북대는 총 24건으로 전국 123개 대학 캠퍼스 중 3위를 기록했다.

또 경북대의 근로 계약이 없는 학생연구원의 안전 교육 이수율은 전체 대학 평균 85%보다 낮은 66%로 나타났따. 연구실 안전유지관리비 집행률 또한 전체 대학 평균인 99.1%에 비해 훨씬 낮은 64.9%인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관리는 소홀한데, 구상권 규정 만든 경북대경북대는 지난 8월 '화학관 사고수습 및 위원회 설치에 관한 규정'을 신설해 피해학생에 대한 구상권 청구가 가능하게 했다. 규정에 따르면 사고 발생시 총장 재량에 따라 피해학생 책임에 귀속하는 요양비 지급액을 학생에게 구상할 수 있다.

전 의원은 이에 대해 "연구실에서 당한 사고로 전신 화상을 입고 생명이 위독했던 학생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건 야박한 것 아니겠느냐"며 "일반적 보험은 보상액을 낮추려고 피보험자의 과실을 따지기 마련이지만 산업재해의 경우는 과실 여부와 상관이 없다"고 했다.

이어 "연구실 안전 보험이 일반 보험이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학생 연구원들은 산재 보험을 가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홍 총장은 "당연히 가입해야 한다"고 호응했다.

"법 만들었다는 소리들, 허공의 메아리 같았다"마지막 발언 기회를 얻은 임씨는 "이 자리에 나오기가 굉장히 망설여졌다. 꿈 많고 꽃다운 20대의 딸은 아파서 몸과 마음이 무너지고 있는데 아빠라는 사람이 국회에 나와서 이야기하는 게 맞나 생각했다"고 힘겹게 입을 뗐다.

임씨는 "매년 일어나는 연구실 사고로 또다른 피해자가 계속 생긴다. 무슨 법을 만들었네, 하는 이야기들은 모두 허공의 메아리처럼 강아지가 짖는 것처럼 밖에 안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참석했다"고 했다.

이어 정부와 국회를 향해 "나라의 미래가 청년이라고 말만 하지 마시고 청년들이 꿈을 잃지 않도록, 목숨을 담보로 살지 않도록 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어른들이, 학생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를 향해선 "사람을 사람으로 인정해달라. 아이들은 표에 있는 숫자가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앞서 임씨는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의 '무엇이 가장 필요한 제도냐'는 질의에 "전임 총장은 학생을 행정 대상, 학번이라는 번호로만 여긴다. 인간을 존중하는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