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블랙리스트' 내부고발자 소송…예술위 "항소 포기"

[the300][국감현장]

권혜민 기자 | 입력 : 2020.10.19 15:00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도종환 위원장이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2020.10.19/뉴스1

'팝업씨어터' 사건 등 박근혜정부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시행해 피해자들로부터 손해배상 청구 등 소송을 당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가 추후 항소를 포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종관 예술위 위원장은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예술위가 항소를 포기할 의사가 있냐"는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전 의원은 "예술위가 피고로 소송 중인 블랙리스트 사건이 5건이다. 일전에 예술위는 팝업씨어터 등 소관사업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선 지금 계시는 위원장이 직접 사과한 것으로 안다"며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면 신속 처리돼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전 의원은 또 "소송 가액들을 보면 1인당 100만원씩 밖에 요구하지 않았다. 돈 벌자고 소송한 게 아니라 박근혜정부 시절 국가권력이 문화예술을 탄압한 사실을 명백히 인정 받는 것을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와 기관이 먼저 나서서 보상 책임을 다하지 못할 망정 소송을 이어가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지적이 있다"고 꼬집었다.

박 위원장은 "2019년 7월 피해자, 관계자를 만나 밝힌 팝업씨어터 사태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에서 밝힌 위원장으로서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소송은) 예술위가 단독 피고로 돼 있지 않고 정부, 전직 대통령 등 여러 분들이 함께 피고로 돼 있는 사건들이어서 단독으로 어떤 의사를 말씀드리기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하지만 전 의원은 "예술위의 의지 문제로 보인다"며 "의지가 았다면 항소 포기를 전제로 해야 한다. 문화예술 대표 기관 예술위가 먼저 나서서 항소 포기를 선언해주면 좋겠다"고 재차 요구했다.

이에 박 위원장은 "블랙리스트 사건의 엄중함을 유념하고 재판 과정에 응할 것"이라며 항소 포기 의사를 밝혔다. 그는 "늘 국가 폭력인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해 위원회는 예술현장에 대한 죄송스러운 마음이 있다. 계속해서 신뢰를 보이고 있는 과정이고, 말씀을 유념해 재판 과정을 잘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전 의원에 따르면 현재 예술위가 피고로 소송 중인 블랙리스트 사건은 5건이다. 이 가운데 4건은 2017년 블랙리스트 명단에 포함된 예술인 등이 대한민국과 박근혜 전 대통령,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예술위,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을 상대로 제기했다.

올해 5월엔 '팝업씨어터 사태'의 내부고발자인 예술위 전 직원 김진이씨가 국가와 예술위를 상대로 2억1만원을 지급하라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0월19일 보도 '[단독]朴정부 '블랙리스트' 내부고발자, 국가 상대 2억 손배' 참조)

김씨는 2015년 10월 예술위 '팝업씨어터 공연방해 및 검열 의혹 사건'을 폭로한 공익제보자로, 공익제보 이후 부당한 전보 조치 등 인사상 불이익을 받다가 퇴사했다며 국가와 예술위가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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