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세대' 김종민, 반성문으로 쓴 출사표..."실패 인정해야 혁신이 온다"

[the300]

오는 29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김종민 의원은 '86세대'다. 언론인 출신으로 재선의원인 그는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하며 정치권에 입문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민주당 지도부라는 '권력의 핵심'에 다가가기 위해 가장 먼저 '86세대 반성문'을 꺼냈다. 최고위원 출사표의 출발점이 반성문이다.



◇많은 권한을 손에 쥔 86세대...잘 하고 있는가? 국민들의 '책임 추궁'에 답하자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인터뷰에서 "86세대가 세상을 바꾸려 했지만 개혁에 실패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입을 열었다. 

정치권에서 말하는 ‘86세대’는 단순히 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50대를 모두 포함하지 않는다. 대학교 총학생회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를 중심으로 민주화 운동에 투신한 소위 ‘운동권’으로 의미를 좁힌다.

집권여당의 핵심 인사 절반 이상이 '86세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광장에서 민주화 승리를 만끽하며 1987년 6월 항쟁이라는 강력한 ‘코호트(cohort, 동일한 사회적 공감대)’를 공유한다.

이들은 혁명적 변화를 주도했다는 뜨거운 경험을 가슴에 품고 30대 초중반인 2000년을 전후해 국회에 입성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정치권을 비롯해 경제, 사회, 공무원조직 등에서 주요 보직을 차지하며 권력을 누리고 있다.

6월항쟁이 33년이나 지난 2020년에도 이인영 통일부장관(전대협 초대 의장, 84학번),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전대협 학원자주화 투쟁위원장, 84학번)이 새롭게 임명됐다. 여전히 '86 전성시대'라는 비판적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김 의원은 "6월항쟁으로 정치의 민주화를 이뤘다고 자평하지만 궁극적인 목적인 '국민의 삶'을 바꾸지 못했다"며 "민생을 바꾸지 못한 정치는 실패나 마찬가지다. 그 결과 2020년 대한민국은 '땀'보다 '땅'이 가치있는 세상이 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 '86세대'를 비판하며 조기 퇴진까지 주장하는데, 이건 우리(86세대)가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일종의 책임 추궁"이라고 분석했다.

김 의원은 "부동산, 일자리, 교육. 이 세 가지는 지난 30여년간 개혁 과제라고 꾸준히 부르짖었다. 하지만 번번이  개혁에 실패했다"며 "여기에 대한 제대로 된 반성문을 써야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86세대인 제게 최고위원 출마는 마지막 기회이자 소명이라는 각오"라며 "이번에 모든 걸 던져 대한민국 혁신을 해보겠다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민생을 위한 권력개혁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07.30. mangusta@newsis.com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그는 최고위원이 된다면 '권력개혁'에 속도감을 내겠다고 말한다.

단순히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거나 '검찰이 부패했다'는 식의 검찰 힘빼기 논리가 아니다. 

김 의원은 "민생 개혁은 이해 관계자들 사이의 복잡한 갈등 조정이 필수적이고, 당사자들이 한 발자국씩 물러나 고통을 분담하는 사회적 합의에 도달해야 가능하다"며 "그런데 검찰과 국회 등 권력 기관에 대한 불신이 잔존한다면 국민들에게 일방적 고통분담을 요구할 수 없다. 국민들도 받아들일 수 없을것"이라고 설명한다.

경제 제도 개혁 이후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김 의원은 "민주적 합의의 토대에서 세워진 개혁 입법을 사회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다시금 시행착오와 예상치 못한 갈등상황이 또 드러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그 때마다 조정기관의 판단과 결과에 대한 승복이 필수적"이라며 "하지만 대한민국의 힘있는 권력으로 꼽히는 국회, 정부, 검찰, 법원, 언론이 스스로 주인 행세만 하고 특권과 반칙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손해보는 결정에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거만 잘하는 민주당 NO…정치 잘 하는 정당으로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최고위원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7.21/뉴스1

김 의원은 지금의 민주당을 "선거는 잘 하는 정당. 그런데 정치는 잘 못하는 정당"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 스스로 '선거용 정당', 낙하산 인사를 위한 '직업소개소'의 길을 가고 있다"는 비유까지 들며 비판했다. 당이 생산적인 정책 발굴과 갈등 조정의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김 의원은 "정책조정위원회나 상임위원회에서 어떤 정책을 발굴할 때 '당정 협의'를 핑계로 행정부에 초안을 만들어오게 시키는 일이 빈번하다"며 "행정부는 효율적 집행에 몰두해야 하는 조직인데 국회업무 수발까지 드는 형국이 됐다"고 꼬집었다.

그가 그리는 국회는 21세기형 집현전이다. 

김 의원은 "집현전의 모습으로 변모해야 한다. 수많은 지혜와 혁신의 아이디어가 모이고, 자유롭게 토론하고 합의되는 '기획의 공간'이어야 한다"며 "정당이 현장에서 민심을 듣고 수많은 논의를 이끌어내면 의회를 중심으로 전문가 공론이 추가되면서 민주주의가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극복했지만, 법과 제도는 많이 바꾸지 못했다며 "여야 합의로 기초생활 관련 복지제도 정도만 할 수 있었고, 남북정상회담도 법과 제도가 막힌 상태에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최대치였다"고 회고했다.

또 "노무현 대통령도 헌법에 막혀 행정수도 이전을 못하고, 법으로 할 수 있는 균형발전 정도만 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개혁적인 사람들이 법과 제도로 개혁할 수 있는 과반 의석인 179석을 확보했다"며 "민주당은 법과 제도를 고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하지만 숫자만으로 하면 안 된다. 다수결은 최후의 수단"이라며 "모두가 승복하는 과정 없는 다수결은 모든 이들이 배척한다. 앞으로 4년 내내 이 문제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지도부는 최종 결정을 하기 전에 모든 사람의 합의를 끌어내려는 과정에서 정당이 정치적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못하면 개혁은 없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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