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특별법 결국 21대 국회로 갈듯

[the300]4·3 유족회장 읍소하며 절 하려하기도…야당·기재부 반대 부딪혀

이해진 기자 | 입력 : 2020.05.12 17:14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3일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2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위령제단에 헌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4.3 특별법이 결국 20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1조8000억원 규모의 보상액이 다소 많다는 기획재정부와 야당의 반대를 넘지 못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2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제주 4·3특별법(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논의했으나 결론 내지 못했다. 오는 15일 한번 더 법안소위를 열어 논의할 수 있지만 야당과 기재부의 반대 기류가 강해 결국 법안은 21대 국회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법안 처리 의지가 강했지만 기재부와 야당을 설득하지 못했다. 개정안에는 △4·3희생자 배‧보상 법적 근거 마련 △4·3트라우마 치유센터 설립 등 피해자에 대한 다양한 지원이 포함돼 있다. 

제주 4.3사건은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를 시작으로 1954년 9월 21일까지 7년 7개월 동안 군경의 진압으로 제주도민 1만여 명이 희생된 사건이다. 2000년 1월 4·3 특별법이 통과하며 명예회복 등의 과제는 해결됐지만 피해자 지원이 미흡해 개정안이 제출된 것이다.

하지만 기재부와 야당의 반대 목소리가 커 2년8개월 간 행안위에 계류돼 왔다. 기재부는 피해자 보상액에 드는 재원이 다소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며 심사과정에서 반대 의견을 냈다. 

행안위에 따르면 4·3 특별법에 따른 피해자 배보상 액은 1인당 평균 약 1억3000만원 정도다. 여기에 인정자 1만4363명의 수를 곱하면 배상액 규모는 약 1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기재부는 법안에 근거해 추가진상조사가 시작되면 인정자가 늘어나 배보상 비용 또한 현 수준 보다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정부에서 공식 확인한 피해자는 1만4000명이지만 당시 제주도민의 10%인 3만여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소관 부처인 행정안전부와 기재부 간 배보상액에 관해 합의했으나 이날 심사에서 기재부는 배보상액에 대해 여전히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미래통합당 역시 이같은 정부 간 이견을 이유로 법안 처리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 4월 총선 때 4·3 사건의 완전한 해결을 공약했으나 통합당 소속 이채익 행안위 야당 간사(법안심사소위원장)는 지난달 27일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소위원장인 제가 법안처리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여당 간 이견이 있어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4·3 특별법은 5월 말 임기가 종료되는 20대 국회와 함께 자동폐기 될 공산이 커졌다. 

이날 법안소위에는 제주를 지역구로 둔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위 위원이었던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사보임을 통해 심사 과정에 참여했다. 

송승문 4·3유족회장도 법안소위에 참석해 의원들에게 읍소하며 절을 하려다가 만류로 제지당하기도 했다. 송 회장은 법안심사 도중 퇴장을 요청받아 나온 뒤 기자들에게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가 (예산 관련) 합의가 미흡한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민주당 의원들은 법안소위에서는 법안을 통과시킨 뒤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논의하자고 (설득)했지만 이채익 법안소위위원장이 무답"이라고 소위 분위기를 전했다. 

송 회장은 "재정부담이 있다면 배보상을 한번에 받지 않고 연금식으로 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기재부가 재정 관련 대안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다른 유족회 관계자는 "(이채익)위원장의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채익 법안소위원장은 "어느 정당, 정파가 반대하는 일은 없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산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여야 의원과, 정부 관계자, 유족 회장 의견까지 들었다"며 "제주 아픔은 우리 모두의 아픔이고, 우리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풀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하지만 문제 해결하기 위한 절차와 정부 입장, 재정문제가 합의에 이르기까진 미흡하다"며 "이 부분을 갖고 (행안위가) 하나하나 축조해나가면서 4.3 문제를 해소하는 데 힘을 합치겠다"고 했다. 다만 20대 국회 내 처리 여부에 대해서는 "단정해 말하기는 어렵다"고 확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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