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가 아니라 '채이배 위원회'…발묶인 '데이터 3법' 처리

[the300](상보)채이배 지적에 데이터 3법·인터넷은행법 전체회의 계류…'민식이법' '하준이법' 등 법사위 넘었지만 본회의 무산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스1

국내 빅데이터 활용의 법적 근거가 될 '데이터 3법'의 29일 본회의 처리가 좌절됐다. 이날 오전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데이터 3법 중 2개 법을 의결하려 했지만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의 '독주'에 모두 전체회의에 계류됐다.

법사위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데이터 3법 중 해당상임위를 통과한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과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의 체계·자구 심사를 진행했다.

2개 법안은 이날 예정됐던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높았다. 앞서 여야 원내대표 회의를 통해 합의 처리에 의견을 모았기 때문이다. 아직 정보통신망법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통과가 남았지만 데이터 3법의 핵심인 2개 법부터 이날 중 통과시킬 계획이었다.

'복병'은 채이배 의원이었다.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먼저 상정되자 채 의원은 이 법안을 법안심사 제2소위원회로 보내자고 주장했다. 

채 의원은 "이 법에서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한 거의 대부분 내용을 정보통신망법에서 가져다 쓴다"며 "그 내용이 확정되지 않고 법사위에서 개인정보보호법을 먼저 처리하면 뒤집을 수 없는 큰 오류를 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된다면 특히 민감 정보라고 할 수 있는 개인의 의료 정보 등이 쉽게 타인에게 제공될 수 있다"며 의료법이나 국민건강보호법 등과의 조문 충돌을 우려했다. 의료법 등에서 국민의 건강 관련 정보를 학술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허용하지만 데이터 3법을 통해서는 상업적 이용을 개개인의 동의 없이 가능하게 한다는 비판이었다.

예상 못한 '태클'에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 정부측이 당황하며 난색을 표했다. 특히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채 의원이 지적한 민감 정보에 대해서도 충분히 논의했고 (비식별 장치 등) 안전장치도 다 돼 있다"며 "의료 정보 데이터도 활용해야 의료 분야도 발전한다"고 설득했다.

의료법 등과 조문 충돌 우려에 대해서도 "물리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하면 의료법은 특별법이라 개인정보보호법과 충돌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시행령으로 정하게 돼 있는 개인정보 보호 조치에 DNA 같이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들은 포함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채 의원이 반박을 이어가자 결국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과 이후 상정된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전체회의에 계류시켰다.

채 의원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후 상정된 정무위 소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은행법) 개정안 통과도 막았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 자격 요건을 ICT(정보통신 기술) 기업 등에 대해 완화하는 내용이다. 특히 ICT 기업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공정거래법) 등을 위반해도 대주주 요건을 제한하지 않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채 의원이 이를 문제삼자 "ICT 기업들은 담합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인터넷 전문은행은 6개월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해야 하는데 그만큼 대주주 지위가 불안해 예금자가 불안해 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하지만 채 의원은 "IT 기업에만 특례를 제공하는 것이 기존 법과 체계가 맞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결국 인터넷은행법도 전체회의에 계류됐다.

법사위는 이날 함께 상정된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 개정안)'과 '하준이법(주차장법 개정안)' 등 어린이 교통안전 관련 법은 이견 없이 처리했다.

법안 발의 계기가 된 교통사고 피해 어린이 고(故) 김민식 군(지난 9월 충남 아산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사고. 당시 9세)과 고 최하준 군(2017년 서울대공원 주차장 경사로에서 사고. 당시 4세)의 부모가 이날 회의 의결 장면을 참관했다.

민식이법 중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등과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 의무화 등 어린이 교통안전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 치사 사고가 나면 가해자에게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처벌 수위를 올리는 내용이다. 어린이 치상 사고에도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하준이법은 주차장 안전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경사진 곳의 모든 주차장에는 미끄럼 방지를 위한 고임목과 미끄럼 주의 안내표지 등을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날 법사위에서는 자동차 리콜 강화법도 처리했다. 지난해 BMW 차량 화재 사고 이후 발의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다. 자동차 결함이 생기면 국토교통부장관이 리콜 조치를 명령할 수 있게 했다. 자동차 제조사의 과실 입증 책임을 강화했고, 최대 5배 범위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역시 도입했다.

한편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도 이날 국회 본회의 통과가 사실상 무산됐다. 한국당이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을 저지하려 필리버스터를 계획하면서 국회 본회의 자체가 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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