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현장]남이 한 일 생색낸 '구글', 본사 핑계만 댄 '페북'

[the300]국감 증인으로 출석해 불성실한 자세로 일관···국회 "청문회 열어 본사 책임자 불러야"

정기현 페이스북코리아 대표(왼쪽부터), 존리 구글코리아 대표, 윤구 애플코리아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 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사업자들이 4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생색내기와 모르쇠로 일관하며 빈축을 샀다. 일부 의원들은 국감 증인 심문의 실효성 문제를 거론하며 구글 및 페이스북 본사 책임자들을 불러 청문회를 진행해야 한다고도 요구했다. 

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현장에선 구글 및 페이스북 등 해외 콘텐츠기업(CP)들에게 국내에서 보다 책임있는 자세로 사업을 영위해 달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우선 구글의 경우 국내 통신망에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면서도 망이용료를 내지 않는 문제에 대해 지적을 받았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구글이 한국 동영상 서비스 영역에서 가장 많은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다. 망이용료를 지불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존리 구글코리아 대표는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다는) 한 단면만 보면 안되고, 총체적으로 봐야 할 사안"이라며 다소 엉뚱한 답변을 내놨다. 그는 "구글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인프라에 300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를 집행했다"며 "그 중 하나가 바로 구글 캐시서버다. 이를 통해 망 사업자가 트래픽에 필요한 대역폭을 많이 줄이고, 많은 금액을 절감할 기회를 준다"고 말했다.

캐시 서버란 이용자들이 자주 찾는 데이터를 해당 지역에 저장해둔 서버를 말한다. 국제 회선에 접속하는 것보다 이용 속도가 빠르다. 그러나 정작 한국에 설치한 구글 유튜브 전용 캐시서버는 구글이 돈을 댔다기보단 국내 통신사들이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자발적으로 설치·운영한 사례로 알려졌다. 한국 통신사들이 자발적으로 설치한 캐시 서버로 구글이 국정감사에서 생색을 낸 것. 

국내 통신사들은 지금이라도 망이용료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오성목 KT 네트워크부문장(사장)은 "구글에서 망사용료 부분에 대해 협의하자고 하면 그럴 용의가 있다"고 전했다. 

존리 대표뿐 뿐 아니라 정기현 페이스북 코리아 대표도 시종일관 모르쇠로 일관해 의원들의 항의를 들어야 했다. 정 대표는 이날 "2017년 사전 고지 없이 국내 통신사용자들의 접속경로를 변경해 이용자 피해를 유발한 것이 고의적이었느냐"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본사에서 알고 있다. 페이스북 코리아는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당시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에 전용 캐시서버 설치 요구했다가 불발되자, 양사 고객들의 접속경로를 홍콩으로 바꿨다. 국제회선을 경유하다보니 데이터 전송시간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고, 방통위는 이용자 불편을 확인 후 페이스북에 시정명령 조치와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부과했다. 페이스북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승소했다.

행정소송 판결을 전후로 페이스북은 두 차례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했던 행정소송에 대한 입장을 호소했었다. 그러나 이날 정 대표는 해당 내용 조차도 본사인 페이스북 아일랜드 리미티드가 진행한 사항일 뿐이라고 다소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보다 못한 노웅래 과방위원장까지 나서 "본사가 최종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페이스북 코리아 대표로서 아는 범위 내에서 말씀을 해 주셔야 할 것 아니냐"고 말했지만 태도가 크게 바뀌진 않았다.

이에 따라 국회는 구글과 페이스북 등을 상대로 한 청문회를 열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박선숙 바른미래당 대표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국내 대리인이 결과만 하달받는 구조에서 지사 대표들이 아무리 국감 증인으로 참여해 봐자 실효성이 없다"며 "위원장과 3당 간사들이 참여해 별도 관련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 그래서 실질적 책임자와 본사 관계자들을 참석하게 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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