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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여성가족부 국정감사에서 '등촌동 살인' 유가족이 참고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차폐막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백지수 기자 |
"이번 사건으로 제2, 제3의 가정폭력 피해자가 없게 실질적으로 법이 개정되길 원합니다. 가정폭력은 더 이상 가정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 22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서 발생한 가정폭력 살인사건(이하 '등촌동 사건')의 유가족이 30일 떨리는 목소리로 국회에 법 개정을 촉구했다.
등촌동 사건 유가족 A씨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의 여성가족부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가정폭력 피해자 가족의 신변을 보호해 줄 수 있는 구체적인 법 제정을 원한다"며 "유가족을 국가가 돌봐주는 실질적인 법이 제정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사건 다음날인 지난 23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아버지를 사형해 달라"는 내용의 청원을 올렸다. 아버지가 가족들에게 오래도록 폭력을 가하고 살해 협박을 해 오다 어머니를 살해했고 자신을 비롯한 가족들도 살해 협박을 받아왔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아버지가 '우발적' 또는 '심신미약' 등의 이유로 감형돼 출소해 가족들에게 보복할까봐 너무 두려웠다"며 청원글을 올린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어머니가 지난 4년 동안 여섯 번이나 거처를 옮겼고 경찰의 접근금지 명령에도 지속적인 협박과 가해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아버지가 가족 모두에게 살해 협박을 하고 폭력을 지속적으로 행사해 왔다"며 "아버지가 평소에 '(가정폭력을 가해도) 6개월만 살다 나오면 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남은 가족 모두 보복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고 공포를 나타냈다.
A씨는 2015년 2월 경찰에 신고한 적도 있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에 신고한 뒤 가해자(아버지)가 두 시간 만에 풀려났고 신고자에 대한 추가 조사는 없었다"며 "용기 내 신고했음에도 무시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는) 다시 집에 와서 집기들을 던지며 엄마를 데려오라고 가족을 새벽까지 밤새 괴롭혔다"고도 덧붙였다.
A씨는 경찰의 접근금지 명령도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빠가 흥신소에 의뢰해 동생 뒤를 밟고 다음날 찾아와 집앞에서 칼을 들고 위협한 적도 있었다"며 "차량에 GPS를 부착해 엄마의 동선을 파악하기도 하고 가족관계 증명서를 통해 주소지 등 정보가 유출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A씨는 "보복이 두려워 경찰에 신고를 못한 적도 많았다"며 경찰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없었다고도 증언했다. 그는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칼을 휘둘러 경찰에 신고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경찰이 '실제 가해를 가하지 않아 미미할 것'이라고만 해 집에 돌아오니 아버지가 다시 폭력을 휘둘렀다"고 말했다.
진선미 여가부장관은 "전날 유가족과 만나 상황들을 확인하고 정리했다"며 "이분들의 공포와 불안감을 직면했다"고 말했다.
진 장관은 "가정폭력이라는 것이 너무 일반화가 어려운 개별성이 있어 법으로 담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며 "이번엔 모든 위협들을 좀 더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고 수십년 간의 폭행 속에서 어렵게 결심한 사람들이 보호받을 수 있게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여가위는 A씨의 신변보호를 위해 이름과 모습 등 신분을 알 수 있는 요소들을 공개하지 않고 증언을 듣기로 여야 합의했다. A씨는 출석 시간에 우산과 차폐막 등으로 얼굴과 실루엣을 가린 채 마이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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