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된 밥상 엎은 정부·국회…환경영향평가법, 운명은?

[the300]정부 반대·국회 무관심…비판 의식한 듯 11일 원포인트 법안소위

김세관 기자 | 입력 : 2016.05.11 08:30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수원(주)은 지난해 11월9일 오후 경북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본부에서 국내 23, 24번째 원자력발전소인 신월성 1, 2호기 준공 기념식을 갖고 본격적인 전기생산에 들어갔다. 사진=뉴스1.

지난 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언론의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일정상 19대 국회 마지막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가 될 지도 모르는 자리가 어렵게 열렸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논의의 주요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결론은 의결 실패. 여야 모두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눴지만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피해자 구제의 법률안 마련의 공은 20대 국회로 넘어갔다.

다만 언론이 가습기 살균제 관련 법안 논의에 집중한 사이, 정부와 환노위 의원들은 그동안 이견이 깊어 진전이 없었던 '자원순환사회전환 촉진법'과 '동물원법', '자연공원법' 등 또 다른 법안들은 통과시키며 유종의 미를 거두는 듯 했다.

그러나 이날 여야 의원들은 '동물원법'이나 '자연공원법'보다 이견이 적었던 '환경영향평가법 개정안'을 의결하지 않고 그대로 회의를 종료시켰다.

19대 환노위 법안소위서 통과되는 환경 관련 법안이 있다면 환경영향평가법 개정안일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는 것이 환노위 관계자들의 전언이었다. 그만큼 정부는 물론이고 여야간 협의가 가능했던 개정안이었다.

내용은 원전 가동 및 설치 등과 관련이 깊은 전격수급기본계획 및 수자원장기종합계획, 국가기간교통망계획 등 굵직한 정부 사업이 추진될 때마다 환경부의 유일한 규제방안인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받도록 하는 방안이다.

간단히 말해 원전 가동 등을 결정하는 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할 경우 그 동안은 해당 지역 주민 등의 의견을 묻는 과정이 의무가 아니었지만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되면 공청회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

환경에 좋지 않다는 환경부 판단이 내려지면 원전 설치나 재가동 등의 계획이 백지화 될 수도 있어 관심을 모았다.

환경부의 부처 사업 규제 범위가 확대되는 내용이라 산업통상자원부나 국토교통부 등의 반대가 있었지만 국회의 설득과 각 부처 간 양보 등으로 인해 법 개정이 8부 능선을 넘은 상황이었다.

이 과정에서 제도 개선 효과를 알아보기 위한 연구도 진행 3억6000여 만원의 연구비용까지 들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법안소위서 환경부의 반대와 의원들의 무관심으로 모든 노력과 비용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국회 환노위 한 관계자는 "대선 공약(자원순환사회전환 촉진법)이나 여당 의원(자연공원법), 야당 의원(동물원법) 들이 자기이름 걸고 낸 법안들만 통과됐다"며 "노동개혁 이슈에 끌려가다 막판까지 이른 것뿐인데, 법안소위서 이견조율이 안됐다는 환경부의 주장으로 처리가 안됐다. 의원들도 자기 법안 통과시키느라고 관심을 안 가진 모양"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회 환노위는 11일 오후 2시 이 같은 국회 안팎의 비판을 의식한 듯 '환경영향평가법 개정안'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법안소위를 환경부만 참가한 가운데 진행한다. 법안소위서 개정안이 의결되면 곧이어 열리는 전체회의를 통해 상임위를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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