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 화장실에 女 미화원'...법으로 금지될까

[the300]새정치聯 신계륜, '환경미화원法' 제정 추진…처우 열악 '환경미화원', 法보호 받을지 주목

#. 그들만의 성지 / 남자화장실 벽에 붙어 오줌발 참선 중인데 / (중략) / 갑자기 웬 대걸레가 다리 밑으로 쓰윽, 들어온다 / 깜짝 놀라 뒤돌아보니 / 청소아줌마가 소신껏 바닥을 훔치고 있다 / (중략) / 아줌마는 말없이 성지 곳곳에 대걸레를 들이민다 / (이하생략)

금융감독원 선임국장이자 등단시인인 양현근씨의 시 '오줌발 참선'의 한 구절이다. 남자화장실에 들이닥친 여성 환경미화원에 움찔한 성인 남성의 불편한 심리가 잘 드러나 있다. 주인공의 눈에 비친 '아줌마'의 모습은 천연덕스럽기만 하다.

남성이라면 누구나 남자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다가 여성 미화원이 불쑥 들어와 놀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여성 미화원들은 용변을 보는 사람이 있어도 아랑곳 않고 대걸레질을 하거나, 휴지통을 비우고, 세면대를 정리한다. 남자 소변기는 별도 칸막이가 없어 용변 과정이 적나라하게 보이는 구조이기 때문에 남성들은 소변기 쪽으로 몸을 밀착시키는 장면이 자주 연출된다. 남성들은 볼멘소리를 한다.

여성 미화원들은 더 치욕적이다. 이들 역시 남자화장실에 들어가는 것이 달갑지 않다. 여성으로서 수치심을 느끼지만 생계 탓에 '인권' 따위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처지다.

선진국 중 남자화장실을 여성 미화원이 청소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화장실 청소를 여성 용역으로 보는 사회적 고정관념 탓이다. 하지만 일본은 남자화장실을 여성미화원이 청소 중인 경우, 화장실 입구에 입간판을 세워 출입을 막는다.

한국도 2012년 서울시 지하철 역사 내 남자화장실 청소에 이와 같은 방식이 도입했다. 외국인 남성 관광객들의 '문화충격'에 따른 민원신고 때문이었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다행스러운 것은 국회 차원에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다. 30일 국회에 따르면 19대 국회 전반기 환경노동위원장을 맡았던 신계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은 사회적으로 사각지대에 있는 환경미화원들의 고용 안정과 복리후생을 개선하는 내용의 '환경미화원법' 제정안을 지난 3월24일 발의했다.

신 의원은 제정안에 공중화장실, 목욕탕 등 성별로 구분해 이용하는 시설의 환경미화업무를 같은 성(性)의 환경미화근로자가 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또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하여금 5년 마다 '환경미화근로자 근무환경개선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하고, 각 지방자치단체장은 기본계획에 따라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제정안에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사업주는 환경미화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근로자가 필요한 경우 장기간의 근로계약을 체결하거나 직접 고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도 명시됐다. 비록 강제성은 없지만 직접고용 내지 장기간 고용을 권고해 공공부문 등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미화 근로자 권익협회(권익협회)' 설립 내용도 담았다. 현재 약 80만여 명에 달하는 환경미화원들에 대한 목소리를 대변하는 단체가 될 권익협회는 사업주와 환경미화원 사이의 근로계약 협상 등에 대한 자문 등의 역할을 맡는다.

아울러 환경미화 작업을 하는 현장에 세욕시설 및 휴게공간을 설치하거나 작업장 인근에 위치한 세욕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비용을 지급하는 내용도 담았다. 평소 탈의와 목욕시설조차 없이 비인권적인 생활을 해야 했던 환경미화원들의 열악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환경미화원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환경미화원들은 법적 보호를 받게 된다. 현재 경찰이 경찰공무원법, 소방관이 소방공무원법 등의 법률적 뒷받침을 받는 공공직으로 인정받듯, 환경미화원들 역시 환경미화원법을 적용받게 되는 것이다.

제정안은 9월 정기국회에서 본격 논의될 전망이다. 후반기 상임위 교체에 따라 소관 상임위인 환노위가 6월 임시국회에선 법안처리를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제정안은 현재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된 상태인데, 신 의원실은 올해 안에 입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법안 통과가능성은 높다. 여야 모두 환경미화원들의 처우 개선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환경미화원들은 80만 이상의 '표심'을 갖고 있다. 실제 여야는 지난 6·4지방선거 과정에서 환경미화원 처우 개선에 한 목소리를 냈다.

김양건 국회 환노위 전문위원은 지난 4월 환노위 전체회의에 참석, 법안검토 의견을 통해 "환경미화원법은 공공성·공익성을 가지는 환경미화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에게 고용 안정, 근로환경 개선, 처우 향상 등을 지원하는 입법이 필요하다"며 "입법 취지를 고려하여 환경미화 근로자를 위한 충실한 법안이 될 수 있도록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환경미화원법' 제정에 대한 우려도 있다. 법 제정 자체에 대한 우려보단 법 제정 효과에 대한 우려다. 환경미화원법이 실제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건물주나 용역업체 관리자 등에 대한 설득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법 제정이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체계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