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부터 조국까지…국회의 '뇌관' 법사위

[the300][상임위 사용설명서]위원 절반 이상 법조인 출신…각종 여야 고소·고발전의 핵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사위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에 추석 연휴 후 정기국회에서 여야 충돌이 예고된다. 그 중에도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하반기 국회의 최대 '뇌관'으로 꼽힌다. 

조 장관 임명으로 법무부와 야당 의원들 사이의 갈등이 예상되는 데다 여야 의원들이 서로 고소·고발에 걸려있다. 고소·고발전의 원인이 된 선거법 개정안과 사법개혁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까지 법사위에 계류돼 있다. 각종 갈등에 민생 법안 심사는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법조인이 절반 이상…사법부 '견제'와 '활용' 사이=국회법 제37조에 따르면 법사위는 원래 법무부(검찰)·법원·헌법재판소·감사원·법제처 등 사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이와 함께 입법의 마무리 단계인 법안 체계·형식·자구 심사를 담당한다.

사법부 견제 기능을 담당하지만 사법부 출신들이 법사위원들을 맡고 있다는 아이러니가 있다. 20대 국회뿐 아니라 역대 국회에서 그래왔다. 현 법사위원만 봐도 18명 중 10명이 사법시험을 치른 법조인이다.

현 위원장은 판사 출신인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여당과 제1야당 간사인 송기헌(민주당)·김도읍(한국당) 의원은 각각 검찰 선후배 사이다.

이밖에 백혜련·금태섭(이상 민주당)·김진태·정점식·주광덕(이상 한국당) 의원 등이 검찰 출신이다. 변호사 출신인 박주민·정성호(민주당) 의원도 법사위원이다.

법사위에는 간사들까지 합쳐 '수사 기관' 검찰 출신이 7명으로 제일 많다. 검사장까지 지내고 최근에야 검찰을 나와 국회에 들어온지 1년이 채 안 되는 의원(정점식)도 있다. 또 다른 수사기관 경찰 출신인 표창원 의원도 있다.

그런데 이들을 비롯한 법사위원 대부분이 수사 대상이다. 특히 검찰이 지난 10일 경찰이 맡고 있던 패스트트랙 사건을 직접 수사하겠다고 하면서 검찰과 법사위원 간 관계에 관심이 쏠린다.

수사 대상 법사위원 대부분은 지난 4월 초유의 국회 폭력 사태를 부른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여야 간 상호 고발 대상이 됐다.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을 겸했던 송기헌·백혜련·박주민·표창원 의원 등은 경찰 조사도 받았다. 이를 저지하려던 한국당 법사위원 7명(여상규·김도읍·김진태·이은재·장제원·정점식·주광덕) 전원도 국회법 위반 등으로 고발당한 상태다.

◇인사청문회만 반년 간 4번…매번 갈등의 핵심에=법조인 출신들이 대다수여서인지 최근 조 장관 인사 검증 과정에서도 법사위는 고발전(戰)의 핵심에 놓였다. 주광덕 등 법조인 출신들인 한국당 법사위원들이 중심이 돼 수사하듯 조 장관과 가족의 입시 비리 의혹 등을 파헤쳤다. 그리고 위법 사항이 있다며 이들을 수차례 고발했다.

이같은 검증 방식은 법사위의 인사청문회에서 매번 반복된다. 그래서 법사위 인사청문회는 대부분 '재판' 같은 장면들이 연출된다. 여 위원장이 재판장처럼 여야 발언 순서를 조율하고 한국당 의원들이 후보자의 의혹을 제기하면 여당 의원들이 이를 반박하며 후보자를 '변호'하는 양상이다.

조 장관을 포함해 법사위는 올해 4번의 인사청문회를 치렀다. 그 중 세 번의 인사청문회가 여야 갈등의 뇌관이 됐다. 이미선 헌법재판소 재판관 남편의 주식 투기 의혹, 윤석열 검찰총장의 변호사 주선 의혹 등이 여야 공방의 재료였다.

◇법안의 본회의 전 최종 관문…하반기는 마비?=법사위는 그동안 법안 처리를 놓고도 여야 원내 대결의 중심이 돼 왔다. 지난해에는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나 계약갱신청구권을 10년으로 늘린 상가임대차보호법 최종 의결을 놓고 갈등했다.

당시만 해도 민생 법안을 처리하려는 여당과 이에 반발한 야당의 대립 양상이었다. 가치의 충돌일 뿐이었다. 다만 결과적으로는 이들 법안들도 법사위 합의 끝에 무사히 본회의에 상정돼 국회를 최종 통과했다.

하반기에는 이같은 법안 심사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반기 국회 갈등의 최대 핵이었던 패스트트랙 법안들이 이달 초 법사위로 회부돼 민생법안 처리까지 방해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있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심상정 정의당 의원 대표발의안)은 지난달 29일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전체회의를 통과해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또 다른 패스트트랙 법안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도 지난 2일 법사위로 회부됐다. 정개특위와 동시에 지난달 31일부로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도 활동 기한이 만료되면서 법사위로 자동 회부된 것이다. 국회법에 따라 패스트트랙 법안은 법사위로 회부 후 최장 90일 동안 의결이 안 되면 자동 회부된다.

이외에 패스트트랙 법안인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일부개정안)도 지난 6월24일 교육위에서 법사위로 자동회부돼 있다. 이 역시 여야 간 진통 끝에 패스트트랙에 올라탄 법안이다.

이를 비롯해 법사위에는 현재 1548건의 법률안이 계류돼 있다. 여야의 첨예한 대립이 예상되는 법안들이 대다수다. 경제민주화 상법 개정안이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논의가 필요한 징벌적 배상법안, 소년범 연령을 하향하는 형법 개정안, '비동의 간음죄'를 도입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 등 다각적인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민생 법안들이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패스트트랙 법안 외 재판 제도 등 법원 개혁에 필요한 법원조직법 등의 심사도 필요하다.

이 가운데 주요 법무부 소관 법안 심사 과정 등에서 조 장관과 야당 의원들 간 대립 가능성도 있다. 한 한국당 의원은 "당장 법사위 야당 의원들이 국정감사나 상임위에서 조 장관을 장관으로 인정 못한다는 의미로 '패싱(무시함)'하고 질의하는 그림도 예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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