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日전범기업' 쏠리는 '나랏돈' 단속…'한일경제전' 총력

[the300]설훈·김정우·김경협 등 '日전범기업 규제' 법안 잇달아 발의…"美·中, 법안 앞세워 사과 이끌어내"

설훈(왼쪽부터)·김정우·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부 부처 등의 일본 전범기업 제품 구매를 제한하거나, 국부펀드의 전범기업 투자를 규제하는 법안을 발의한다. / 제공=홍봉진, 이동훈 기자, 뉴스1
국회가 일본 전범기업에 투입되는 ‘나랏돈’ 단속에 나선다. 정부 부처의 전범기업 제품 구매를 제한하거나 국부펀드의 투자를 규제하는 방식이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대응을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검토한다는 취지다.

13일 국회에 따르면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번주 내로 ‘국가계약법’(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사업에 대해 전범기업의 입찰 참가를 원천 배제하는 방식이다.

규제 대상은 ‘강제동원조사법’(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규정한 피해자들에게 생명·신체·재산 등 관련 피해를 입히고도 공식 사과와 배상을 하지 않은 일본 기업들이다.

구체적으로 2012년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가 발표한 일본 기업 299곳 중 국내 활동 중인 40여곳이 대상이 될 전망이다.

설훈 의원실이 조달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각 부처 등은 3586억원 상당의 일본 전범기업 제품을 구매했다. 이 기간 행정안전부가 880억원(24.5%)으로 가장 많았고 △교육부 177억원(4.9%) △충청북도·경기도교육청 각각 94억원(2.6%) △경기도 91억원(2.5%) 등이 뒤를 이었다.

기업별로는 히타치(Hitachi) 물품 구매액이 1367억원(38.12%)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후지(fuji) 1208억원(33.7%) △파나소닉(Panasonic) 659억원(18.4%) △도시바(Toshiba) 180억원(5.0%) △미쓰이(Mitsui) 94억원(2.6%) △니콘(Nikon) 74억원(2.1%) 순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인 김정우 민주당 의원도 이달 9일 국가계약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각 부처와 산하기관은 일본 전범기업이 투자해 국내에 설립한 외국 투자법인과 수의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김정우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각 부처와 산하기관이 일본 전범기업과 수의 계약을 맺고 구매한 물품액 94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재위 소속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이달 9일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의 일본 전범기업에 투자를 제한하는 한국투자공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KIC가 일본 전범기업 46곳에 모두 4억1200만 달러(약 4634억원)를 투자했다.

KIC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으로부터 외환보유액 1026억 달러(약 115조원)을 위탁 받아 해외 주식·채권·부동산 등 자산에 투자하는 국부펀드다. 이들 법안은 9월 정기국회에서 소관 상임위인 기재위에서 본격 심사된다.

WTO(세계무역기구) 정부조달협정은 막판 변수로 지목된다. WTO 정부조달협정 4조에 따르면 당사자는 국내 물품과 서비스, 공급자 등과 비교해 다른 당사자에게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조건 없이 부여해야 한다. 또 외국인과 연계, 소유 정도에 근거해 국내에 설립된 공급자를 불리하게 대우해선 안 된다.

앞서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 등은 2010년 8월 각 부처 사업에서 전범기업의 입찰자격을 제한하는 국가계약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WTO 협정 위반 우려로 기재위에서 논의된 지 1년여만에 폐기됐다.

설훈 의원은 “중국은 정부 발주 사업에 일본 전범기업의 참여를 제한해 자발적인 사과와 배상을 이끌어냈고, 미국도 홀로코스트 피해자들에게 배상 전까지 입찰자격을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해 나치 전범기업의 배상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전범기업이 반인도적 강제동원에 대한 사과와 배상 없이 우리 국가사업에 참여해 이익을 취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만큼 이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대학생들이 이달 7일 오전 서울 중구 미쓰비시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범기업 미쓰비시, 강제징용 사죄 않는 일본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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