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발 주52시간제 속도조절론, 브레이크 걸릴지는 미지수

[the300]여권 내 공감대 형성 안돼…자칫 기업·노동 정책 연쇄 '영향' 우려도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사진=홍봉진 기자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에서 '주52시간 근무제'(주52시간제) 도입의 부작용을 우려하며 시행시기를 늦추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300인 미만 사업장의 제도 시행을 최대 3년까지 늦추는 내용이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노동정책인 주52시간제에 여당 내에서도 속도 조절론이 나온다.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측면에서도 탄력적 제도 운영에 힘이 실린다.

하지만 여권 내에서 자칫 '정책 후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견도 만만치 않아 현실화는 불투명하다.

11일 국회에 따르면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9일 300인 미만 사업장에 주52시간제 적용을 미루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공동발의자에는 22명의 민주당 의원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10명 이상 의원의 동의로 법안을 발의할 수 있지만 이를 훨씬 넘긴 숫자다.

특히 공동발의자에는 고용진‧이규희 원내부대표, 최운열 민주당 제3정조위원장 등 원내 지도부와 정책라인이 포함됐다. 최운열 의원은 고소득 전문직에게 52시간제 적용을 배제하는 법안도 추진 중이다.

개정안은 300인 미만 사업장의 주52시간제 시행을 규모에 따라 1년에서 3년까지 늦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책적 보완책 없이 주52시간제가 시행될 경우 일자리 축소와 범법자 양산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현행법에 따르면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은 2020년 1월 1일,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1년 7월 1일부터 각각 주52시간제를 시행해야 한다.

개정안은 300인 미만 사업장의 규모를 나눠 △'20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은 2021년 △'100인 이상 200인 미만' 시업장은 2022년 △'50인 이상 100인 미만' 사업장은 2023년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4년으로 시행 시기를 각각 늦추도록 했다.

이 의원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이 유예된 지 1년 가까이 돼가지만 일선에선 아직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며 "특히 대기업에 비해 근로조건이나 재무상태가 취약한 중소벤처‧소상공인들은 제대로 준비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김병관 민주당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혼란을 막기 위해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정책 방향은 동의하지만 현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안이 실제 통과 될지는 불분명하다. 이번 개정안은 민주당의 당론이 아니라 개인적 소신으로 추진되기 때문이다. 실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심사·의결하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의원들은 '유예나 예외'와 같은 제도 완화에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 이달 5일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도 정부 차원에서 유예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여권 일각에서는 일본 경제보복에 맞선 기업 경쟁력 강화 등을 명분으로 거론되는 각종 규제 완화 움직임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잖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현안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나 주52시간제 유예법안에 "(당내에서) 합리적인 법안 발의란 의견도 있고 (하지만) 노동계 관련성 때문에 민감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주52시간제를 기점으로 기업·노동 관련 정책이 줄줄이 영향받을 수 있다는 점도 여권의 고민거리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일본 경제보복 국면을 맞아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보장하는 정책전환을 강도 높게 주문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바른미래당 간사인 신용현 의원 등은 기업의 연구개발(R&D) 규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화평법),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개정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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