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싸우려면?"…흔들리는 '주 52시간 근로제'

[the300]일부 사업장, 특별연장근로 허용·도입 늦추는 법개정 추진…'1년5개월 전' 여야 합의 처리 '무색'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국면에서 ‘주 52시간 근로제’ 완화 움직임이 감지된다. 수출규제 품목의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R&D)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실효성이 적고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등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2일부터 ‘플루오린 플리이미드’, ‘리지스트’, ‘에칭가스’ 등 3가지 품목을 연구개발하는 사업장에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했다. 또 제 3국에서 해당 품목 조달을 위한 테스트 업무를 하는 사업장에도 이같이 조치했다.

근로기준법과 같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주당 최대 12시간까지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는데,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근로시간을 더 연장할 수 있다. 자연·사회 재난이나 이에 준하는 사고가 발생한 경우다. 노동부는 이번 일본 경제보복 조치를 재난에 준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봤다.

이로써 일부 사업장은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 대상에서 사실상 벗어나게 됐다. 해당 제도가 도입된 지 1년 5개월만이다. 국회는 지난해 3월 ‘1주란 휴일을 포함한 7일을 말한다’는 정의 조항을 신설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기존 근로기준법도 주당 소정 근로시간과 연장 근로시간을 각각 40시간과 12시간으로 제한했으나 ‘1주’에 대한 정의 규정이 없어 현장에서 혼란이 빚어졌다. 일부 사업주가 ‘1주’를 월~금요일까지 5일로 해석하고 토·일요일 업무를 지시하면서 사실상 주 52시간 이상의 초과 근무가 발생했다.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시기를 더 늦추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같은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종업원 300인 미만 사업장에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 시기를 최소 1년 이상 유예하는 게 골자다. 현행법에 따르면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의 유예 기간이 연말 만료된다.

그러나 정작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심사·의결하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공감대를 갖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노동정책 변화에 앞서 정부가 국회와 소통하는 과정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지난달 22일 3개 품목 사업장에 대한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한 후 이날까지 노동부에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한 기업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환노위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로제’는 여야가 우여곡절 끝에 합의 처리한 것”이라면서 “정부가 국회와 상의 없이 정책 변화를 추진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경제보복 국면을 앞세워 재계와 경영계 요구를 수용하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세심하고 실효성 높은 정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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