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의 시와 정치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the300]해직교사서 국회의원·장관…"모양 일그러지더라도 자신의 빛깔 향기 잃지 않아야"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해직교사와 시인, 비례대표와 지역구 국회의원을 거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까지. 문재인정부 1기 내각에 참여해 22개월의 문체부 장관 임기를 마치고 국회로 컴백한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이야기다.

지난 26일 국회에서 만난 도종환 의원의 명함 뒷면에는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는 시구(詩句)가 적혀 있었다. 비가 내리던 4월의 어느 날, 비에 젖어 축 쳐져 볼품없던 라일락 꽃에서 풍겨오던 은은한 꽃향기를 맡은 뒤 이런 시구를 만들었다고 한다.

정치에 대한 도 의원의 마음가짐도 이와 같다. “우리 모두 본래 가졌던 향기와 빛깔이 있다. 국회의원을 하고 국회에서 몸싸움도 하면서 모양이 일그러지더라도 자신의 빛깔과 향기를 잃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명함 뒤에 늘 써놓고 다닌다”고 했다.

사랑을 바탕으로 한 여리고 결백한 감성시인이었던 그의 정치권 입문은 이목을 끌 수밖에 없었다. 시인의 여유롭고 부드러운 리더십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됐지만 그의 정치적 리더십은 사랑시 보다는 부정부패와 싸우는 저항시에 가까웠다.

도 의원은 지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실체를 폭로한 최초의 인물이다. 문체부 장관 때는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이 문제를 끝까지 파고들며 사건을 매듭짓는 역할을 했다. 문화예술인의 지위와 권리보장을 위한 법안제정도 추진했다.

특히 도 의원은 ‘한반도 평화무드’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등 모든 대화의 시작점에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 있었고,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에는 도 의원의 땀방울이 스며들어 있었다.

평창동계올림픽은 남북 공동입장,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등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북한의 참여로 일각에선 평양올림픽이 될 것이라고 폄하했지만 평창동계올림픽은 북한과 전 세계가 함께하는 ‘평화올림픽’으로 성황리에 끝났다.

도 의원은 2020년 도쿄올림픽패럴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 2032년 남북공동 올림픽 유치도 추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남북 문화교류, 문화·예술·체육인 권리신장 등 남아있는 과제들을 마무리 지으려면 2020년 21대 총선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장관을 맡아 2년 가까이 지역구 관리를 못했던 만큼 상황을 안심하긴 어렵다. 도 의원은 장관을 지내며 쌓은 경험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역의 현안을 해결하고 중재·조정하는데 기여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다음은 도 의원과의 일문일답

-22개월 만에 국회로 돌아온 소감은

행정부 장관으로 매일 무슨 일이 생길지 조마조마한 상태에서 국회로 돌아와 조금 여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돌아오니 패스트트랙 관련해 동물국회(몸싸움 국회)가 되어 있는 상태였다. 국회라는 곳이 본래 다른 곳에서 해결되지 않는 갈등들이 모이는 곳이고, 갈등을 타협하고 조정해서 결론을 내리는 곳이다. 머리를 맞대고 상의를 해야 하는데 사무실을 점거하고 의안과를 점거해 팩스로 전송되는 법안을 의원이 직접 훼손했다. 지금까지 그런 일은 한 번도 없었다. 여야가 합의해 국회에서 몸싸움과 강렬 대치를 없애기 위한 국회선진화법을 만들었는데 이를 완전히 무력화하는 형태의 국회 운영은 문제가 있다. 치열하게 논쟁하지 않고 물리적 점거, 폭력, 의사진행 방해로 일관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의회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다.

-지난번 선거 때 시를 쓰는 마음으로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어떤 의미인가

시를 쓰는 마음의 바탕은 사물과 사람, 세상에 대한 연민이다. 사람들은 꽃나무를 스쳐지나가지만 시인은 그것을 다르게 쳐다본다. 다르게 보는 눈이 바로 연민의 눈이다. 나무 한 그루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라면 사람은 얼마나 더 소중하게 생각되겠는가. 정치를 하는 마음도 마찬가지다. 한 사람 한 사람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하는 사람이 정치인이다. 어떻게 정의로운 권력이 될 것인가, 어떻게 따뜻한 권력이 될 것인가 이런 고민을 해야 한다.

-국회 상임위 활동에서의 성과를 꼽자면

주로 문화와 교육쪽 상임위에서 활동했다. 가장 두드러지게 활동했던 것은 역사교과서 문제다. 국정교과서 저지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서 활동했고 국정교과서를 사용하지 않도록 이끌어낸 그 싸움의 맨 앞에 서 있었다. 교학사 친일교과서를 바로 잡는 일을 한 것도 연장선상에서 기억에 남는 일이다. 특히 2015년 국정감사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문제를 제기했다. 2016년 국감 때는 문화예술위원회 회의록을 근거로 블랙리스트가 실제 있었고, 논의가 이뤄졌고 실행됐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문제는 마무리가 됐나

장관으로 간 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위원회를 구성했다. 11개월 동안의 활동을 통해 131명의 관계 공무원들에 대한 처벌과 신분상 조치를 요구했다. 중복되는 3명을 제외한 128명 중 78명에게 징계 또는 신분상 조치를 했고, 퇴직자 37명과 근거자료가 없는 13명은 조치를 할 수 없었다. 올해 초에는 그동안 조사한 내용들은 담아 후세에 기록으로 남기는 백서를 10권 발간했다. 공무원들이 어떤 지시를 받아서 무슨 일을 어떻게 했는지 기록으로 남겨 전국 모든 기관에 배포했다. 예술인 대표단도 백서 발간에 참여했다.

-부처 시스템에 대한 개선 작업은

스스로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장차관 밑에 있던 실장 4자리를 줄였다. 한 자리는 민간에 주고 나머지는 없앴다. 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은 승진의 기회가 적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찬성하는 사람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고 쇄신하는 모습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반성하고 쇄신하는 쪽에 역점을 두고 장관 업무를 해왔다. 재발방지를 위한 법적장치 마련을 위해 예술인 지위와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도록 했다. 이번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장관 때의 성과를 꼽자면

가장 내세울 수 있는 것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성공한 것이다. 처음에는 분명히 실패할 것이라고 다들 얘기하고 적자 올림픽에 붐업 조성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북한에서 미사일을 쏘는데 무슨 올림픽이 되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IOC와 함께 북한의 참여를 이끌어냈고 평양올림픽이 될 것이란 소리도 있었지만 결국 평화올림픽으로 이끌어냈다. 이를 통해 남북 군사대치를 끝내고 평화적 공존으로 가는 물꼬를 텄다.

-현재 남북관계는 속도를 내고 있지 못한 상태다

북측은 ‘남북정상간 합의한 내용을 실천하는 일이 1순위’라며 이것부터 먼저 하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측에 중재자가 아닌 당사자라고 했는데 이 말이 맞다고 본다. 우리는 당연히 당사자다. 다만 북미회담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중재하겠다는 뜻이지 남북문제를 방관하겠따는 것은 아니다. 당사자로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분단 70년 가까이 되는 동안 전쟁도 있었고 소규모 충돌도 지속돼왔다. 시작하자마자 바로 해결되는 쪽으로 가기에는 어려운 문제지만 이번이 천재일우의 기회다. 얼마든지 풀어갈 수 있다고 본다. 북미가 빅딜을 한다고 해도 북한의 핵시설이 당장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단계적 스몰딜로 갈 수밖에 없다. 원론적인 큰 틀에서의 합의를 전제하면서 단계적인 해결방안을 찾는 중재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고 왔던 이야기를 들려 달라

예술인들과 함께 남북교류의 물꼬를 트기 위해 지난해 4월 예술단 공연을 평양에 가서 했다. 김 위원장이 동평양대극장에 예상치 않게 나타나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제가 ‘남북이 오랫동안 단절되어선 안 되고 자주 만나야 한다’고 하니 김 위원장도 전적으로 동의했다. 남북이 자주 만나고 교류해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자는데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측 공연에 어떤 반응을 보였나

우리 공연에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을 텐데 김 위원장은 “북한 사회에 상당한 영향이 있겠는데요”라고 하면서도 끝까지 지켜봤다. 가수 백지영씨가 ‘총 맞은 것처럼’을 노래할 때 이처럼 말했다. 김 위원장이 담배를 피워가면서 2시간 30분 동안 공연을 보는 장면이 기억난다. 이것이 우리 남쪽의 문화이고 있는 그대로 받아드리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특히 북측에서는 우리 노래를 10여곡 이상 준비했는데 우리는 알고 있는 노래가 없어서 급히 1곡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북한과 교류를 많이 하고 싶어 하지만 준비가 되어있는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지역구에서의 활동은

지역에 내려가니 가장 큰 문제가 미세먼지였다. 지역구인 청주 흥덕구에는 전국 쓰레기 소각장의 18%가 위치해 있다.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을 만들어야하는데 시에서 내놓은 대책이 미흡하거나 환경부·국토교통부와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국무위원으로서 가졌던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직접 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2030년 아시안게임의 충청권 유치에도 앞장서고 있다. 22개월 동안 국회의원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 점이 많기 때문에 어떻게 지역민들에게 다가갈 것인지 민심을 살피고 많은 분들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할 계획이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약력
△1955년 충북 청주 출생 △충북대 국어교육과 학사 △충남대 문학박사 △덕산중학교 교사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부회장 △제19대 국회의원(비례대표) △제20대 국회의원(충북 청주시흥덕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제20대 국회 후반기 국방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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