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은행들 감정평가사에 '갑질', 수수료 800억 '꿀꺽'

[the300]서형수 "연간 40조 이자이익 챙기는 은행, 선정권 악용해 불공정행위"…공정위 "혐의 확인할것"

농협중앙회와 하나은행 등 은행들이 800억원대 수수료를 미지급하는 등 감정평가사를 상대로 불공정행위를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경남 양산을)에 따르면 은행 등 금융기관이 감정평가사를 통해 담보 감정평가를 하고도 대출이 실행되지 않을 경우, 실비 지급을 하지 않거나 지급을 지연해 관행적으로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아 왔다. 서 의원이 한국감정평가사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6~2018년 미지급액(실비, 수수료 등)은 총 805억4600만원에 달한다.

은행별 미지급액은 농협중앙회가 163억31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KEB하나은행 106억3700만원 △기업은행 99억9100만원 △농협은행 77억1700만원 △신한은행 74억800만원 △국민은행 59억6900만원 등 순이다.

미지급액은 △2016년 118억5600만원 △2017년 158억9000만원 △2018년 420억으로 매년 증가추세다. 특히 2018년은 전년 대비 2.6배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담보 등 감정평가를 위해 감정평가사가 체결하는 계약은 '위임계약'이다. 특별한 별도 약정이 없을 경우, 감정평가사가 평가서를 의뢰인에게 송부하면 위임사무를 완료한 것으로 간주한다. 은행은 수수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금융기관들은 수수료 협약을 통해 대출이 실행된 경우에만 수수료를 지급하도록 했다. 대출실행 지연 등 사정이 있는 경우 수수료 지급을 연기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감정평가사들은 금융기관이 대출실행 여부를 통보해주지 않는 이상 대출실행 여부를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이다. 대출이 실행되지 않은 경우는 물론, 대출이 실행된 경우에도 수수료를 지급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기관들이 협약사항을 악용해 수수료를 관행적으로 미지급해 왔다는 설명이다.

금융기관이 감정평가 이전 평가사로부터 무료자문을 받는 '탁상자문' 요구도 과다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기관들은 무료 자문을 기초로 대출을 진행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탁상자문은 사전서비스 성격으로 이뤄진다. 금융기관은 탁상자문 결과를 기반으로 곧바로 대출을 진행하고 정식 감정평가는 의뢰하지 않는 '꼼수'로 이를 활용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감정평가사협회가 서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법인 전산시스템 등록 기준)를 보면, 지난해 은행 등 금융기관의 탁상자문 건수는 257만건(법인 탁상자문 기준)에 달한다. 반면 정식 감정평가 의뢰는 38만건에 그친다. 탁상자문 대비 14.7%에 불과한 것이다.

자료상 탁상자문 건수는 법인 전산시스템에 등록된 것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의뢰한 탁상자문 등을 고려하면 탁상자문 건수는 30~40% 이상 증가한다는 것이 협회 측 설명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앞서 2013년8월 서울 8개 시중은행의 감정평가 업무협약서에서 '무보수 탁상자문 요구' 조항을 삭제토록 했다. 하지만 금융기관들은 탁상자문 조항을 그대로 두거나 협약에 없는 경우에도 탁상자문을 관행적으로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밖에도 금융기관들은 '만족도 조사' 등 감정평가 품질을 평가하고, 이에 따른 등급을 정해 업무량을 배정하는 등 감정평가사에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 의원은 이같은 불공정 행위를 공정위에 전달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해당 사항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향후 관련시장에 대한 불공정거래 혐의가 있는지 확인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서 의원은 "연간 40조원의 막대한 이자이익을 챙기는 은행들이 감정평가사 선정권을 악용해 불공정 행위를 일삼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며 "공정위, 금융감독원 등 당국의 철저한 조사 통해 위법행위를 엄단하고 불공정 거래에 대해 강력히 제재할 것을 촉구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은행들의 이자이익(예대마진)은 40조3000억원에 달한다. 당기순이익은 13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3.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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