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만명 '엑소더스', 특례시 불지핀다

[the300]취득세 둘러싼 전쟁, 재정·사무 분리…앞으로가 난관


수원·고양·용인·창원 등 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의 탈출구가 열린다. 광역시 못지않은 인구로 큰 경제규모를 자랑해온 이들의 염원인 특례도시 설치에 정부가 나서면서다.

행정안전부는 31일 '지방자치의 날'을 맞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발표하겠다며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100만 이상 대도시에 '특례시'란 행정적 명칭을 부여하고 위임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올해 9월 기준 행안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경기 수원(120만) △경기 고양(104만) △경기 용인(102만) △경남 창원(105만) 등 특례도시 대상자들은 총 450만명에 가까운 인구수를 자랑한다. 제2의 도시 부산(340만)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특히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진 수원시는 울산광역시(115만)보다 높다.

특례시는 일반시와는 달리 조직·재정·인사·도시계획 등 행정과 재정 분야에서 폭넓은 재량권과 특례가 인정되는 도시를 말한다. 기초단체로 머물러 있음에 따라 행정·재정적으로 불합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게 대도시들이 특례시를 요구하는 중요한 이유다. 인구에 비해 공무원과 행정 부서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이유는 바로 수천억원 규모의 취득세에 있다. 집이나 자동차 등 재산을 살 때 내는 취득세는 기초자치단체가 거둬 뒤 광역자치단체에 넘겨주는 '도세'다. 이 취득세의 상당부분을 자체 재원으로 돌리려는 게 특례시 승격을 요구하는 주된 목적이다. 그러나 취득세가 도세 수입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경기, 경남 등 광역단체로선 이 같은 요구가 달가울 리 없다. 경제기둥 역할을 해온 대도시들이 빠져나갈 경우 받는 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인구 100만에 가까운 성남시에선 대도시 특례를 찬성했던 이재명 경기지사의 입장변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지사는 지난 9월 정책협의회에서 "현재 상태에서 특례시 추진은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맞지 않다. 다른 시·군은 완전히 버려지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현재 중앙정부로부터의 지방분권이 추진되는 만큼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지사는 돌연 지난 25일 자신의 트위터에 "우선 중앙정부에 집중된 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양하는 것에 맞춰 대도시의 자치권을 강화하자는 저의 생각과 김경수 지사님의 뜻이 일치합니다. 함께 지방분권을 강화하겠습니다"고 썼다. 이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이 지사에게 "중앙 정부를 상대로 공동으로 대응하자"고 제안한데 대한 답변이다. 광역단체장으로서 재원유출을 최대한 막아야 하는 책임감과 자치분권 강화를 외쳐온 소신이 부딪치는 모양새다.

경기 수원시정을 지역구로 둔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인구 100만이상 도시가 모두 광역시가 되면 경기도가 반대하는 문제가 있다"며 "사실상 (특례시는) 재정하고 인사조직 등과 관련해 융통성 있게 권한을 주는 절충안"이라고 말했다. 취득세 관련 광역단체와의 충돌문제에 대해선 "실제 국민생활에 직결된 예산이 집행되는 건 기초단체"라며 "지방분권 얘기하는 분들이 중앙정부가 자신이 가진 권한을 안 내려놓은다고 하는데 이러면 광역지자체도 똑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문제는 충분히 조화롭게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국회에도 특례시 관련 법률 3건이 계류중에 있다. 당연하게도(?) 모두 특례시 대상인 수원을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들(김진표·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이들 모두 인구 100만 이상의 대도시의 특례를 인정하되 명칭은 특례시 또는 지정광역시로 차이가 났다. 김영진·김진표안은 의회에 부의장 2명, 부시장 3명으로 하는 등 조직의 구성과 운영에 있어 자율권을 부여했다.

특히 김진표 의원안은 앞서 설명한 취득세를 시의 세목으로 정해 시의 재정자립도를 향상시켜야 한다고 법조문에 명시했다. 하지만 30일 행정안전위원회로부터 확인한 결과 지난 2016년에 발의된 세 법안에 대해 단 한 차례도 소위원회를 연 적이 없었다.

현행법상 대도시에 관한 특례규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방자치법 175조엔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의 행정·재정 등에 대한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획일적이며 실효성 문제로 인해 다양화와 차등화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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