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 대상자가 경찰청장 청문회를?…무책임한 국회

[the300]경찰 수사중 조원진, 경찰 소관 행안위·1심 징역형 받은 이완영 법사위 배정 등에 잇단 지적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가 지난 1월22일 서울역 앞에서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 합의에 반대하며 불태운 북한 인공기를 짓밟고 있다. /사진=뉴스1

20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 구성 단계에서 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의원들이 수사 기관을 관리·감독하는 위원회로 배정돼 국회가 도덕적 해이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법은 상임위의 공정성을 해칠 사유가 있는 의원을 해당 상임위로 선임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원 구성 최종 책임자인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대표들이 무책임한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18일 현재 국회에 따르면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이 지난 16일 후반기 원 구성에 따라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소방청 등을 감사하는 행정안전위원회로 배정됐다. 조 의원은 당장 오는 23일 국회에서 열리는 민갑룡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비교섭단체 소속 행안위원 자격으로 질의한다.

이 가운데 조 의원이 경찰 수사 대상자라는 점에서 행안위원으로 배정된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에 따르면 조 의원은 지난 1월부터 미신고 집회 개최 혐의로 경찰로부터 수 차례 소환 조사 요청을 받았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둔 지난 1월22일 오전 서울역에서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등 북한 예술단 사전 점검단 방남 반대 집회를 열었다는 혐의다.

경찰은 조 의원에 대한 수사를 반년이 지난 지금도 진행 중이다. 조 의원 측이 "집회가 아니라 단순 기자회견이었다"며 경찰의 출석 요구에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출석 조사를 할지 서면 조사를 할지 (조 의원 측과)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 스스로 행안위 활동 의사를 내비친 점이 최종 배정에 고려된 것으로 파악된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관례에 따라 교섭단체 의원들을 배정하고 남는 자리에 비교섭단체 소속 의원들에게 희망을 받아 배정했다"며 "(배정 후) 따로 불만이 없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 의원 측 관계자는 "비교섭단체 의원들 지역 분포 등에 따라 행안위로 배치 됐다"고 설명했다.

국회가 이해관계 회피를 규정한 국회법 제48조 제7항을 스스로 위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조항은 의장과 교섭단체 대표 의원이 상임위원 선임 시 공정을 기할 수 없는 뚜렷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해당 상임위원으로 선임하거나 선임을 요청하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미 후반기 상임위 배정 후 조 의원 외에도 여러 의원들이 공정성 침해 우려에 휩싸였다. 이완영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이 의원은 지난 5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500만원, 추징금 850여만원을 선고받은 이력이 있다. 그러나 검찰과 사법부의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로 배치됐다.

수사 기관 관련 상임위로 배치되진 않았지만 비슷한 논란에 휩싸인 의원들도 있다. 사립학교 재단 이사장 시절의 사학비리 혐의를 받는 같은 당 홍문종 의원은 교육위원회로 배정됐다.

염동열 한국당 의원도 비슷한 이유로 논란에 휩싸였다. 염 의원은 강원랜드 채용 비리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상태로 강원랜드 감독 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상임위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로 배치됐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이들을 겨냥해 전날 "아무리 상임위 배치가 각 당의 판단에 따른다 하더라도 이미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거나 기소가 된 의원들이 다시 연관 상임위를 맡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성명을 냈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수사·재판 중이거나 비리 혐의를 받는 의원들에 대해 인위적으로 의장이나 교섭단체 대표들이 관련 상임위에서 빼기 어렵다"며 "비판은 할 수 있을 테지만 희망 상임위에서 임의로 빼면 국회가 유무죄를 결정하는 모양이 된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회 스스로 국민 신뢰를 갉아먹는 행위라고 비판한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교수는 "국회법의 이해관계 회피 조항에 일일이 단서 조항을 달기 어렵고 국회의원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해석할지는 국회의 재량 범위"라면서도 "시민 눈높이에 따른다면 이같은 상임위 배정은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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