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안전보다 가야史?…국토위의 알 수 없는 우선순위

[the300] 필로티·드라이비트 다룰 '건축법'은 상정도 못해…"지역구 챙기기" 비판도

26일 오전 7시 32분쯤 부산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사진=뉴스1

제천·밀양 등 대형 재난 이후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국민 안전'을 외쳤지만, 실천하지 않고 있다. 특히 화재안전 관련 법안을 살펴야 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국회 국토위는 1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가야역사문화권 연구·조사 및 정비와 지역발전에 관한 특별법안'(가야문화권 특별법) 공청회을 가졌다. 2월 임시국회 첫 전체회의 일정은 이 공청회 하나였다.

이를 두고 국토위의 우선순위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토위에는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밀양 세종병원 화재와 관련된 화재안전 법안들이 다수 발의돼 있다.

대형 화재 때마다 문제가 되는 '필로티 구조', '드라이비트 공법' 등의 문제를 보완할 법안이 속속 발의돼 있지만, 국토위 처리 속도는 더디다.

김정우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건축법 개정안'이 대표적인 사례다. 필로티 구조 건축물 1층 출입구를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위치, 너비 기준 등에 따르도록 하는 법이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당시 필로티 구조인 건축물의 주 출입구가 1층 중앙에 있어 공기 유입이 원활히 돼 화재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달 24일 발의했다. 

법안이 발의된 뒤 발생한 밀양 세종병원 화재에서도 필로티 구조 문제가 일부 지적됐다. 하지만 국토위는 이 법안을 아직도 상정하지 않았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에서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적된 드라이비트 공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송영길 의원의 '건축법 개정안' 역시 상정되지 않았다. 이는 지난달 31일 발의됐다.

개정안은 건축주가 방화 기능을 갖춘 마감 재료로 건축물을 교체하게 되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비용 일부를 보조하거나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했다. 현행법도 일정 규모 이상 건축물 외벽 마감재료를 불연·준불연 재료로 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법 개정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빈틈을 메우겠다는 것이다.

소방 관련 시설 주변 도로에 불법 주차를 하면 과태료를 기존 2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상향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도 표류 중이다. 

국토위는 오는 6일 이 법안들을 상정할 예정이다. 2월 임시국회 두 번째 전체회의가 돼서야 이를 상정한다는 것. 국토위와 마찬가지로 소방안전에 관한 법률을 맡는 행정안전위원회가 지난달 31일 전체회의를 열고 당장 '소방기본법'·'소방시설법' 등을 상정하고 논의에 들어간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한편 이날 공청회를 진행한 가야문화권 특별법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지방정책 국정과제 속에 꼭 포함시켜 달라"고 한 국정 과제중 하나와 관련된 법안이다. 지난해 8월 민홍철 민주당 의원(경남 김해시갑)이 발의했다. 

민 의원의 지역구인 경남 김해를 비롯해 전남 구례, 여수, 광양까지 아우르는 가야 문화권을 복원하는 것이 골자다. 인근을 지역구로 둔 여야 의원 28명이 발의에 서명할 정도로 해당 지역의 관심이 크다.

이에 한 국회 관계자는 "가야사보다 국민 안전이라는 시급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가야사 공청회를 강행한 것은 결국 전체 국민의 안전보다, 지역구 사안을 먼저 챙기겠다는 것으로 비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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