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조금 중복지급 칼대려던 정부…정치권은 "입법부 길들이기냐"

[the300]개헌·정개특위에 공직선거법 개정안 계류…선거보조금 제도 개편 논의될까

/사진=뉴스1

정부가 '지출구조 혁신 추진 방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선거보조금·선거보전금 중복 지급 문제를 개편하겠다고 직접 나섰다가 11일 최종안에서 이를 뺐다. 정치권에서는 선거보조금 문제를 법안 개정 논의를 통한 제도 개혁이 아니라 정부가 직접 칼을 쥐는 것에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특히 선거제도 개혁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선 행정부가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을 해치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지출구조 혁신 추진방안'을 확정했다. 당초 정부에서는 선거 후 지급하는 선거보전금에서 선거보조금만큼을 감액해 중복 지원을 막는 방법의 지출구조 혁신 방안을 논의하며 이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 의견을 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 등에서 득표율 15% 이상인 후보는 선거비용 전액을, 득표율 10~15%인 후보는 선거비용 절반을 보전금으로 회수 받는다. 이 때 각 정당들에 선거 전 지급된 선거보조금과 중복 문제가 생겨 정당의 순수익으로 남게 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국회 역시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려 관련법 개정안을 준비했다. 1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정병국 바른정당 의원과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관련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각각 지난해 8월 말과 9월 초 발의했다.


두 개정안은 지난해 하반기 구성된 정개특위에 상정돼 지난달 9월 소위원회로 회부돼 계류된 상태다. 정개특위 활동 기한이 지난해 말로 끝나 이달 안에 구성될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개헌·정개특위)에서 이어서 논의될 전망이다.


다만 정개특위는 당장 중복지급 문제를 해소하는 것보다는 선거보조금 체계 전반을 정비하는 것이 먼저라는 의견을 지난해 논의 과정에서 도출했다. 선거보조금이 꼭 선거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단순 중복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정 의원 발의안에 대한 정개특위 수석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서도 "선거보조금은 국고보조금의 특별한 형태로서 그 용도가 선거 비용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며 "정당에 대한 보조금 체계 전반의 정비와 함께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 정치자금법상 보조금의 운영 범위는 선거 관계 비용 외에도 △인건비 △사무용 비품·소모품비 △사무소 설치·운영비 △공공요금 △정책개발비 △교육훈련비 △조직활동비 △선전비 등이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같이 입법부 차원에서 이미 논의가 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공직선거법에 칼을 뽑겠다는 입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선거보조금·보전금 지급 주무부처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는 입법 권한이 없다. 공직선거법 관련 정부안이 나오지 못하는 이유다.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등을 개정하려면 중앙선관위로 선거보조금·보전금 재정을 편성하는 기재부가 정부안을 발의해야 한다.


다만 기재부가 정당 재정 문제를 다루는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데 대한 정치권의 시선은 곱지 않다. 정개특위 한 관계자는 "정부 곳간 열쇠를 쥔 기재부의 입법부 길들이기"라며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의원들이 관련 개정안을 발의했고 추후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라며 "선거제도 개혁을 정부가 왈가왈부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 300인덱스
  • 청탁금지법ABC
  • 데스크&기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