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임원 징계 '모 아니면 도'…개선법안 나온다

[the300]현행법상 '해임' 징계만 가능, '면죄부' 되거나 '침소봉대' 악용

조경태 기재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2018년도 예산안 관련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서종대 전 한국감정원장은 직원 성희롱 발언 논란이 일면서 지난 2월 임기만료 일주일을 앞두고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여론이 악화됐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해임결의안을 의결해 서 전 원장을 해임했다.

#금융위원회는 신입직원 부정채용 연루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은 서태종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과 이병삼 부원장보이 낸 사표를 지난달 12일 전격 수리했다. 하지만 이들은 감봉 등 금전적 제재는 받지 않았다.

23일 국회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현행 ‘공공기관 운영에 대한 법률(공운법)’ 상 대한민국 공공기관에서 기관장을 포함한 임원이 받을 수 있는 징계는 ‘해임’ 뿐이다. 감봉이나 정직 등 약한(?) 수준의 징계를 주는 조항은 아예 없다. 때로는 위법행위를 저지르더라도 ‘면죄부’를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금감원 채용비리 임원들에 대한 제재가 사표 수리에 그친 것도 다른 징계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임원들은 계약직이기 때문에 일반 직원처럼 감봉이나 면직 등 제재를 받지 않는다.

이에 기재부는 위법행위에 연루된 공공기관 임원의 직무정지 등을 담은 공운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해당 법률 관련 상임위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최근 열린 기재위 회의에서 소속 의원들은 현행 법에 ‘틈’이 있다는 데 공감했다. ‘해임’시킬만큼 크지 않은 잘못은 아무런 징계없이 넘어갈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은 기재부 실무자에게 “공공기관 임원은 해임 아니면 어떤 징계를 받을 수 있냐”며 “더 낮은 수준의 징계는 없었냐”고 물었다. 기재부 측은 “없었다”고 답했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현행법상) 공공기관 임원은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해임 외 다른 징계가 없다”며 “감봉도 징계안으로 가능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기재부 측은 “임원은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는데 이를 종료시켜 해임하는 식으로 운영됐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현행 제도가 공공기관 임원을 몰아내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교적 크지 않은 잘못을 ‘침소봉대’해 해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정권 교체 이후 공공기관 임원 인사에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낙하산’ 인사를 앉힐 ‘자리’를 만드는 수단으로도 ‘해임’ 징계가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운법 개정안에는 강화된 임원 제재 수준을 채용비리뿐 아닌 전체 위법행위에 적용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에는 위법행위에 연루된 임원이 성과급을 반납하게 하는 방안과 기관장·감사에 연대책임을 부과하는 방안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 300인덱스
  • 청탁금지법ABC
  • 데스크&기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