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기각 기대했는데"…침통한 靑, '플랜B' 가동

[the300]

청와대 전경/ 사진=뉴스1

"아…" 10일 오전 11시21분, 청와대 비서동인 위민관. 나지막한 탄식이 흘러나왔다.

TV를 통해 생중계된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결정문 낭독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라고 봐야한다."

결론에 해당하는 주문까지 듣지 않아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파면이 확정됐음을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같은 시간 박 전 대통령도 청와대 관저에서 TV로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를 지켜봤다. 박 전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담담하게 헌재의 결정문과 주문을 끝까지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참모들은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탄핵 인용 가능성이 높음은 알고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기각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았던 탓이다. 전날엔 헌재가 인용 4명, 기각 2명, 각하 2명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는 미확인 첩보까지 돌았던 터다. 심지어 '8대 0' 만장일치로 인용 결정이 내려지리라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한 참모는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고 했다. 

헌재의 선고가 끝난 직후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은 수석비서관 회의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선 박 대통령의 관저 퇴거와 대국민 입장 발표 등의 문제가 주로 논의됐다. 회의에서 정리된 내용들은 곧장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당초 청와대는 탄핵 기각을 가정한 '플랜A'과 탄핵 인용에 대비한 '플랜B'를 마련해뒀다. 탄핵 기각 땐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탄핵 인용 땐 청와대 대변인 등이 대신 공식 입장을 전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플랜A에 무게를 뒀던 탓에 플랜B에 대한 준비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관저 퇴거 문제가 대표적이다. 박 전 대통령이 관저에서 나간 뒤 머물 서울 삼성동 사저의 경우 아직 경호동조차 확보되지 않은 상태다. 청와대 참모는 "그동안 탄핵 기각을 기대하고 플랜A를 중심으로 준비해왔다"며 "플랜B는 어디까지나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수준이었다"고 했다. 

청와대 참모들의 거취 문제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참모들 사이에선 "대통령 파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참모들도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과 "국정공백을 막기 위해 공직자로서 끝까지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실장과 수석 이상 고위 참모들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일괄적으로 사표를 제출하고 재신임 여부를 묻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 법안
  • 팩트체크
  • 데스크&기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