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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 경호실의 위상은 정권의 권위주의적 경향과 정비례했다. 유신정권 말기 경호실장은 정권의 '2인자'로서 군과 경찰, 중앙정보부까지 쥐고 흔들었다. 장관급인 국회 외무위원장까지 지낸 4선 중진 차지철 의원이 경호실장에 임명된 것을 놓고 1974년 당시엔 '영전'이라고 평가할 정도였다.
그랬던 경호실장 자리는 2008년 이명박정부 출범과 함께 차관급인 경호처장으로 격하됐다. 하지만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다시 장관급 경호실장으로 격상되며 위상을 되찾았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 시절엔 경무대(현 청와대) 경찰서가 대통령 경호를 맡았다. 4.19 혁명 직후엔 서울시경 소속 경찰관 파견대가 그 역할을 했다. 이 경찰 파견대는 현재 '101경비단'이란 이름으로 청와대 내부 경비를 책임지고 있다.
오늘날의 경호실이 탄생한 건 박정희정권 때다. 1963년 12월 박정희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대통령경호실법'이 제정되며 경호실이 공식 창설됐다. 초대 경호실장에는 박 전 대통령의 '쿠데타 동지'인 홍종철 전 제6군단 작전참모가 발탁됐다.
1972년 '10월 유신' 이후 제4공화국 7년은 경호실에게 영욕의 세월이었다. 대통령 비서실과 중앙정보부를 능가하는 권세를 누렸지만, 동시에 경호실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2차례의 사건을 겪기도 했다. 바로 1974년 8월15일 육영수 여사 피살사건과 1979년 10월26일 박 전 대통령 암살사건이다. 항상 권총을 차고 다녀 '피스톨 박'으로 불린 박종규 경호실장이 육 여사 피살사건을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그 후임이 차지철 실장이다. 경호실이 대통령의 신체 뿐 아니라 정치적 생명까지 지켜야 한다는 '보위경호'를 경호 철학으로 삼은 게 이때다. 그러나 차 전 실장은 10.26 사건 당시 대통령을 지키긴 커녕 혼자 화장실로 도망갔다가 결국 박 전 대통령과 함께 피살되며 경호실 역사에 큰 오점을 남겼다.
경호관은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까지 대부분 현역 군인으로 채워졌다. 그러다 1988년 노태우 정권 때 처음으로 경호공무원을 공개 채용하면서 직업 경호관 제도가 정착됐다.
문민정부 들어 김영삼 전 대통령은 경호실의 군사적 색채를 지우기 위해 처음으로 군 출신이 아닌 경호관 출신을 경호실장에 발탁했다. 바로 육 여사 피살 당시 앞으로 뛰어나가 저격범 문세광에게 총을 겨뒀던 박상범 전 실장이다. 무술의 달인이었던 박 전 실장은 이 밖에도 10.26 사건, 아웅산 묘소 폭탄 테러 사건 때 모두 현장에 있었으면서도 살아남아 '불사신'이란 별명이 붙었다.
경찰 출신이 경호실장이 된 건 참여정부 당시 김세옥 전 실장이 처음이다. 역사상 경찰 출신 경호실장은 김 전 실장과 이명박정부 시절 어청수 전 실장 2명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때부터 지금까지 경호실장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박흥렬 실장은 육군 참모총장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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