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산업 구조조정의 초안 격인 맥킨지보고서를 놓고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도 공방이 벌어졌다. 중간평가 결과 대우조선 생존 가능성을 낮게 점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회는 정부의 소극적이고 미숙한 대응과 정보관리를 강하게 질타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국감에서 "맥킨지 중간보고서가 '대우조선 독자생존이 어렵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며 "이견이 많으면 보고서 내용이 달라질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용에 대해 이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제가 틀린 것으로 알고 있는 만큼 내용에 대해 검증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정부의 모호한 태도를 매섭게 질책했다. 그는 "(중간에) 독자생존이 어렵다고 해놓고, 최종보고서는 어렵지 않다고 하면 그 구조조정 계획을 누가 신뢰하겠느냐"며 "조선사 손에 중간보고서가 먼저 들어갔으니 유리하다 싶은 쪽이 언론에 흘렸을텐데, 이 민감한 문제를 어떻게 이렇게 관리할 수 있느냐"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어 "정부는 지금까지 독자생존과 자구노력을 전제로 돈을 대온 것 아니냐"며 "이제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야 할 시점에 시장에 이렇게 혼란을 주면서 외국 컨설팅사에 맡긴 방안을 갖고 온다니까 벌써 신뢰에 금이간다"고 지적했다.

야당에서도 대우조선 관련 질의가 이어졌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우조선이 1000명 희망퇴직에 이어 1000명 추가 감원을 발표했는데 이는 맥킨지보고서와 관계가 있는 것 같다"며 "이러면 법정관리수준이고, 회사를 공중분해시키는 수준의 결론이 보고서에 들어가 있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유 부총리는 "최종결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말하긴 어렵지만 업체 등 모두 판단이 다른 것 같다"며 "다만 앞서도 말 했지만 수주문제에 있어서 예상보다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고 그래서 점점 걱정을 하게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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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6.10.1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날 종합국감에서는 전날 질의를 관통했던 미르·K재단 비리의혹 대신 세법개정과 경제위기 극복방안 등 경제 전반에 대한 문답이 이뤄졌다. 여야는 법인세 증세 여부, 경제위기 및 해법 진단을 놓고 때로는 여야간, 때로는 정부와 공방을 이어갔다.

박광온 민주당 의원은 "법인세 정상화(인상)는 낙수효과 기조의 경제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상징적 조치가 될 것"이라며 "법인세를 줄이면서 서민과 중산층에 세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는데 국민들의 조세형평성 확보 차원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이에 대해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법인세를 상위에게 강화하는 것인지, 아니면 공정거래나 기업생태계를 변화시키는게 더 좋은 방안인지를 고민한다면 후자가 맞다고 본다"고 말하며 기존의 법인세 인상 불가 방침을 고수했다.

박명재 새누리당 의원은 "법인세를 인상하거나 인하하는 것은 상황에 따라 논리가 있는데, 지금도 기업 상황을 다 고려했을때 정책적으로 선택하고 판단할 문제"라며 "정부는 지금은 인상할 시기가 아니다. 다만 법인세가 절대 성역은 아니라는 이런 판단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경제상황에 대한 진단과 해법마련을 촉구하는 질의도 이어졌다. 큰 밑그림을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내놔야 한다는데 여야의 분석이 일치했다.

김종인 민주당 전 비상대책위 대표는 "우리 경제의 2% 중반 성장이 침체인지 정상인지를 제대로 인식해야만 경제정책을 올바른 방향으로 끌고갈 수 있다"며 "최근 3년간 경제성장률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채증가로 겨우 메꿔가는데, 과감한 구조조정이 실현되지 않으면 경제 건전성을 찾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추경호 새누리당 의원은 "소득 상승 방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구조조정 역시 생산성 향상을 통해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우리 경제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국내외의 지혜를 모아 제대로 전략을 제시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며, 정부가 많이 관여하기보다는 전문가들이 의견을 나눈 과정에서 답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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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우 한국필립모리스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2016.10.1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편 이날 기재위 국감에서는 필립모리스코리아가 담배가격 인상 직전 재고보관시설을 늘린 사실이 드러났다. 필립모리스는 가격 인상 직전에 재고를 크게 늘려 시세차익을 누리고, 거액의 세금을 탈세한 의혹을 받고 있다. 관련해 현재 세무조사도 진행 중이다.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정일우 필립모리스코리아 대표에게 "2014년 말에 재고를 허위 반출하도록 정 대표가 지시하거나 보고를 받은 적 있느냐"고 질의했다. 정 대표는 "그런 사실 없다"고 답했다.

정 대표는 이어지는 윤 의원의 "공장 외 창고로 재고를 옮겼다고 했는데 그 창고는 항상 사용하는 창고냐"는 질문에 "그 당시 창고 4개가 있었는데 3개는 항시 운영했다"고 답했다.

윤 의원이 "그럼 나머지 하나는 당시 새로 문을 연 창고냐"고 묻자 "맞다. 창고가 (하나) 새로 들어온 것은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매점매석이 의심되는 시점에 담배 재고량을 늘릴 수 있도록 저장공간을 늘리는 조치를 취했다는 의미다.

윤 의원은 "감사원이 지난달 담배세 인상 관련 재고차익 관리 실패 자료를 내면서 외국계 담배제조사가 평소보다 24배에 달하는 재고를 조성해 인상 차액으로 2364억원의 세금을 탈루했다고 지적했다"며 "정부가 매점매석 고시를 시행하고, 점검단도 구성한다고 했는데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이어 "눈속임을 해서 차익을 남긴 결과 필립모리스가 1739억원, BAT(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가 392억원의 국고손실을 입혔으며 유통 도소매를 합하면 무려 7938억원의 국고손실이 발생했는데 어떻게 책임지겠느냐"고 강하게 질책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반출량 104% 초과 금지) 고시를 하긴 했지만 대응이 미흡했다는 말씀을 솔직히 드린다"며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하고 있으니 그 결과에 따라 엄중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환수 국세청장은 "재고차익 신고기간인 올 3월을 기다려 개별소비세나 법인세 등을 충분히 검토하고 있다는 것을 (조기발견하지 못한 것에 대한) 변명으로 말씀드린다"며 "의도적인 조세포탈 행위에 대해서는 충분히 검토해 정확하게 추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공장 출고와 창고 저장 방식이 그간 십수년간 문제제기된 적이 없었는데 이런 행위를 위법이라 지적받은 것이 당황스럽다"며 "법적으로 가능하다 해서 모든게 옳지 않다는 점을 배웠고 국민 정서를 헤아리지 못한 점 질타를 받아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