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위 국감]"캔커피·카네이션 위반맞다" 청탁금지법 시끌(종합)

[the300]보훈처장, 아들 특혜의혹에 "업무방해" 논란 되자 유감표명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국민권익위, 국가보훈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박선숙 국민의당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박 의원은 이날 오전 국가보훈처 등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박승춘 처장 아들의 중진공 취업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하며 "정무위원회에 감사원 감사 청구를 정식으로 요청한다"고 말했다. 2016.10.10/뉴스1

국회 정무위원회는 10일 국민권익위, 국가보훈처와 독립기념관 등 보훈 관련기관에 대해 국감을 실시하고 청탁금지법의 불분명한 규정, 박승춘 보훈처장의 아들 취업특혜 의혹 등을 집중 추궁했다.

오전 국감은 학생이 교수에게 준 캔커피, 교사에게 달아주는 카네이션도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따라 원칙적 금지라는 해석은 국민 실생활과 맞지 않는다는 등 여야의 항의성 질문으로 채워졌다. 권익위는 그러나 캔커피 카네이션 등이 원칙적으로 법 위반사항이되, 처벌할 가치가 있느냐는 별도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오후와 밤까지 이어진 국감에선 박승춘 보훈처장의 아들이 2012년 중소기업진흥공단 취업에 '보훈처장 아들'이란 사실로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냔 야당의 지적이 이어져 박 처장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이어졌다. 야당은 감사원에 보훈처 감사를 청구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캔커피·카네이션의 운명은…"너무한 해석" "경미한 사안"

여야는 청탁금지법 관련, 법 논의 당시엔 예상하지 못했거나 이미 우려했던 문제가 구체적 시행에 들어가자 속속 드러나는 상황에 권익위의 책임있는 해석을 요구했다. 제정법이어서 직접적인 법원 판례가 아직 없고, 유례없이 포괄적인 내용을 규율하다보니 국민들이 혼란스럽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도저히 상식적으로 봐도 납득이 안되는 것까지 적용대상이 된다는 점"이라며 "스승의 날에 카네이션 다는 게 김영란법 위반이라고 한다면 도대체 (일상생활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냐는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익위는 앞서 스승의 날 학생이 선생님께 드리는 카네이션 꽃이 종이로 만든 것이면 허용, 생화이면 안 된다는 해석으로 논란을 빚었다.

김 의원은 권익위가 음식물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비 10만원이란 예외도 인정할 수 없는 기준으로 '직접적 직무관련'을 제시한 데에 "국회에서 김영란법을 논의할 당시에 직접적 직무관련성 논의가 없었고 권익위가 공무원 윤리강령에 나온 개념을 준용했다"며 이 규정이 모호해 혼란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종석 의원은 △상시적으로 인사 업무를 다루는 인사부서 직원이 상을 당하면, '인사, 감사, 평가기간 업무에 관련될 때' 예외 금액조차 금지하는 해석에 따라 동료 직원들이 조의금을 낼 수 없고 △정부 부처간 예산 협의시 일반 공무원들은 금지하되 장관은 가능하다고 하는 등 권익위의 해석이 모호하고 앞뒤가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민병두 더민주 의원은 권익위가 실효성 있는 해석을 내려주지 못하는 사이,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법률이 '캔커피법' '카네이션법' 등으로 희화화된다며 권익위의 조속한 입장 정리도 요구했다. 또 가스검침원, 수도계량원 등이 청탁금지법상 정부 업무를 위임·위탁 받은 '공무수행사인'에 해당하는 것도 비판했다. 이들은 단순히 업무를 대행할 뿐 법령을 해석하거나 바꿀 권한은 없다는 것이다.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국민권익위, 국가보훈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진복 정무위원장(가운데)과 새누리당 간사인 유의동 의원(왼쪽),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이학영 의원이 논의하고 있다. 2016.10.10/뉴스1
김영주 더민주 의원은 "공공기관인 산업은행과 한국벤처투자가 만든 모태펀드가 구성한 자(子)펀드의 위탁운용사 관계 직원들도 공무수행사인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 최운열 의원도 "종강할 때 학생들과 쿠키 파티를 했었는데 이젠 안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교수가 학생에게 다과를 사주는 것은 일견 문제 없어 보인다. 그러나 상향식 강의평가 등 학생들이 교수를 평가하는 위치가 된다면 인사·평가 관련 교수가 평가권자에게 음식물을 접대하는 결과가 된다.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카네이션 논란 관련 "이런 해석은 너무 지나치다"고 했다. 또 "대학교수 강연료 등 글로벌 스탠다드와 동떨어지게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진복 정무위원장(새누리당)도 해석이 분분하니 불필요한 논쟁이 생긴다며 국감 이후 국민권익위와 별도로 청탁금지법을 논의할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청탁금지법 주무기관이 국민권익위이고, 국회에선 정무위원회가 권익위를 담당한다. 특히 김용태·민병두 두 의원은 19대 국회가 청탁금지법을 통과시킬 때에도 정무위 소속으로, 이 법을 직접 다뤘다.

성영훈 위원장은 그러나 "스승의 날에 학생이 교사에게 카네이션을 주고 교수에게 강의 전후로 캔커피를 건네는 것은 김영란법 제재 대상이 맞다"고 재차 확인했다. 그는 "교육 쪽은 워낙 공공성이 강하고 그만큼 깨끗해야 한다는 국민적 의식이 높은 분야"라며 "3·5·10의 범위내에 있더라도 원활한 직무수행 및 사교의례의 목적에 충족되지 못한다면 김영란법에 의한 제재대상이 맞다고 해석하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캔커피 논란에 대해 "일단은 위반이 되고, 극히 경미해 처벌되긴 어려울 것이란 취지"라며 "법을 개정, 수정할 부분은 이제 시행한지 십여일이라 좀더 지켜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 위원장은 공무수행사인 기준에 대해 "공무수행사인은 '법령에 의해 권한을 위임위탁 받은'이란 규정을 '법령 해석권 위임'이라고 해석하기에는 과도한 면이 있다"고 했다. 가스검침원, 수도계량 담당자도 비록 민간인이지만 청탁금지법 적용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국민권익위, 국가보훈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박선숙 국민의당 의원(왼쪽)과 김관영 의원이 보훈청장 자녀 취업 청탁 관련 자료를 살피고 있다. 2016.10.10/뉴스1

◇보훈처장 "야당이 업무방해" 시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2012년 박 처장의 아들이 중진공에 취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최완근 국가보훈차장이 박 처장 아들의 지원 사실을 알고 중진공에 사실상 청탁을 했다는 정황이 핵심이다. 특히 국민의당 소속인 김관영·박선숙·채이배 의원이 이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야권은 자신들이 수차례 해임을 촉구하기도 했던 박 처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이날 최 차장에게만 질문했다. 그러면서 채용 청탁 등을 한 적 없다는 최 차장의 답변에 위증 가능성을 경고하고, 감사원 감사 청구도 공식화했다. 

그러자 박 처장은 발언기회를 달라고 요청, "제가 5년 8개월 하는 동안 야당이 감사청구 두 번, 해임촉구결의안, (정무위 회의) 퇴장 등 수없이 많은 업무방해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년8개월 근무하는 헌정 사상 최장수 정무직 기관장"이라며 "새누리당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의 공직자 판단 기준이 이렇게 완전히 정반대라는 사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될런지 국민들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 야당의 자료제출 요구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 "약점 잡힐 일을 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박 처장과 야당의 충돌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도 어김없이 자신과 보훈처에 대한 비판, 특히 자신의 아들이 취업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계속되자 반발한 것이다. 여당에서도 국정감사 피감기관으로 부적절한 표현 아니냔 지적이 나왔다. 이진복 정무위원장은 "답답함을 느낀다"며 에둘러 박 처장에게 유감을 보이고 이 때문에 잠시 국감을 중단했다. 이내 재개된 국감에서 민병두 더민주 의원은 박 처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박 처장은 "겸허히 받아들이고 유감을 표명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국감에선 이밖에 해외 각국에 산재한 독립운동 유적지가 유실되고 있는데 정부차원의 복원 노력이나 예산·인력이 부족한 점, 보훈처의 보훈대상자 나라사랑대출이 심한 경우 채권추심·경매 등으로 이어진다는 보훈처 대부업 논란, 정부기관 청렴도를 평가하는 국민권익위의 자체 청렴도 미흡 등이 지적됐다.

정무위는 11일 국회에서 공정거래위원회, 한국소비자원, 공정거래조정원에 대한 국감을 실시한다.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왼쪽)과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이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국민권익위, 국가보훈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6.10.10/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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