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감찰관실 '자동 퇴직'통보…법에 없는 직권남용 논란

[the300]특별감찰관실 직원, 특별감찰관이 임용권자…인사혁신처·법무부 권한없어

배소진 기자 | 입력 : 2016.09.29 14:57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6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사표가 수리된 지 닷새만에 인사혁신처가 청와대 특별감찰관실 백방준 특별감찰관보와 감찰담당관 등에게 '당연퇴직' 통보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특별감찰법상 인사혁신처에 특별감찰관보의 해임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점에서 야당이 제기하는 '권한남용'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9일 국회 등에 따르면 인사혁신처는 지난 27일 특별감찰관실에 전화를 걸어 백 특별감찰관보와 감찰과장, 감찰담당관 등 직원 6명에 대해 '법에 따라 당연히 퇴직 대상'이란 취지의 통보를 했다. 30일로 예정된 국정감사에 출석할 필요가 없다고도 전했다. 사실상의 '해직통보'다. 특별감찰관실에서 문의한 것에 대한 답변으로, 법무부의 법리해석 의견을 참고했다는 설명이다. 백 특별감찰관보 등이 직접 공문이나 구두로 공식통보받은 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감찰법 시행령 제5조는 "특별감찰관이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으면 특별감찰관보가 그 직무를 대행하고, 특별감찰관과 특별감찰관보가 모두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으면 특별감찰과장이 그 직무를 대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검찰수사 등의 이유로 사퇴의사를 밝혔고 사표가 수리된만큼 현재는 백 특별감찰관보의 대행 체제로 운영되야 한다.

하지만 인사혁신처는 "특별감찰관보와 감찰담당관은 임용 당시 특별감찰관의 임기만료와 함께 퇴직한다"는 시행령을 '자동 퇴직'의 근거로 들었다.

이 전 특감의 임기는 2018년 3월까지이지만 지난달 사표를 제출했고 23일 박근혜 대통령은 근 한달만에 이를 수리했다. 인사혁신처는 23일을 기점으로 이 전 특별감찰관의 임기가 종료한 것으로 해석, 별정직공무원 신분인 특별감찰관보와 감찰담당관들도 함께 퇴직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자진사퇴를 곧 임기만료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엇갈린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백 특감보를 비롯한 감찰담당관들은 이 특감의 사표가 수리되기 전부터 자신들의 임기에 대한 법적 검토를 해왔다. 검토 결과 인사혁신처·법무부의 해석과 달리 이 특감의 중도사퇴가 임기만료라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냈다는 것이다.

게다가 특별감찰관이 임기만료로 퇴직했더라도 업무 인수인계를 위해 1개월 내 범위에서 별감찰관보와 감찰담당관의 근무 연장이 가능하다는 규정이 존재한다. 백 특별감찰관보 대행 체제를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 의원은 "특별감찰관실은 백 특감보를 중심으로 국감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며 "그런 상황에서 (해직) 통보를 받아 상당히 황당해하고 수긍할 수 없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법적으로 인사혁신처나 법무부가 특별감찰관보의 '해임'을 결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도 '직권남용' 논란이 나온다.

특별감찰법상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도록 돼 있어 임명권자는 대통령이다. 반면 특별감찰관보 이하 감찰담당관의 경우 특별감찰관보가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즉 특별감찰관보와 감찰관실 직원들의 해임 권한 역시 이 전 특별감찰관에게 있는 셈이다.

인사혁신처와 법무부도 논란이 거세지자 지난 28일 "퇴직을 요청한 사실이 없을 뿐 아니라 관련 법령상 요청이라는 절차도 없다"고 해명했다. 단순히 법률에 대한 해석의견을 전달했을 뿐 해직을 통보한 것은 아니라고 한 발 물러난 것이다.

이에 따라 30일 특별감찰관 국감에 백 특별감찰관보를 비롯한 직원들이 참석할 지 여부가 관심사다.

29일 법사위 야당 의원들은 백 특별감찰관보가 기관증인으로 정상출석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특별감찰관법에 따르면 특별감찰관보 이하 특별감찰관실 직원들은 유고가 아닌 정상적 지위를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법이 이렇게 자의적으로 해석되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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