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땅인데 담보대출 불가?…지적재조사사업 '지지부진'

[the300]국토 6.2% 지적도와 불일치…사회적 비용 年 4700억

지영호 기자 | 입력 : 2016.01.10 06:01

#.2005년 강원도 평창에 10필지의 땅을 매입한 김모 씨(62)는 이 땅을 담보로 대출을 받기위해 은행에 갔다가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구입한 토지가 지적도에 존재하지 않는 땅이어서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김씨는 등기부등본과 토지대장을 근거로 행정당국에 시정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담당 공무원은 지적도 작성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를 인정하면서도 시정해주지 않았다.

지적공부와 등록사항이 실제와 다른 '등록사항 정정대상 토지'(지적불부합지)로 분류돼 개인의 재산권이 침해되고 있음에도 지적재조사사업의 부진으로 애꿎은 토지소유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

10일 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지적불부합지는 전국 554만 필지 약 615만㎢다. 우리 국토에서 필지 비율로 보면 14.7%, 면적으로만 봐도 6.2%가 실제와 일치하지 않는다. 일제강점기 일본에 의해 불분명하게 구획된 이후 재작성 반복으로 오차가 누적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하나의 필지에 소유주가 2인 이상 발생하기도 한다. 토지소유자간 토지경계 합의가 원칙이지만 서로 소유를 고집하는 경우 결국 소송으로 이어진다.

지적불부합지로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은 연간 4700억원에 이른다. 토지 경계분쟁으로 발생하는 소송비용이 3800억원, 토지경제 확인을 위해 소요되는 지적측량 비용이 9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2011년 지적재조사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2012년부터 총 1조3000억원의 예산을 지적재조사사업에 투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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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은 다급하다. 5년 내 디지털 지적도 전환의 기본이 되는 '세계측지계'로의 전환을 끝내야 한다. 2009년 12월부터 시행된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르면 2021년부터 세계측지계에 의한 지적측량 기준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규정돼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일본에 적합한 '동경측지계'를 사용해 오류를 방치해왔다.

최근 3년간 진행된 세계측지계 전환사업은 전체 일정의 2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5년 내에 80% 이상을 마무리해야 하는 다급한 일정이다.

전체 지적재조사사업의 진행률도 저조하다. 2012~2015 사업계획을 기준으로 사업집행률은 38.9%에 그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예산배분의 적절성 문제 △기본계획의 미흡 △장비·인력 부족 △토지소유주의 법적분쟁 제기 △낮은 국민적 인지도 등이 당초 사업계획에 비해 저조한 실적을 올리는 이유라는 지적이다.

당초 무리한 일정을 잡았다는 평가도 있다. 해외 주요 국가들의 사례를 보면 지적재조사는 수십년이 걸렸다. 성공사례로 꼽히는 프랑스는 20년이 걸렸고, 62년을 실시한 일본은 절반밖에 완료하지 못했다. 대만은 40년동안 도심지만 마무리했다. 우리의 사업계획상 완료시점은 2030년이다. 19년만에 끝낸다는 계획이다.

입법조사처는 "2030년까지 계획된 사업기간 내에 사업을 완료할 수 있을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연도별 추진계획 재수립, 민간부문 참여 활성화, 안정적 사업재원 확보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사업을 수행하는 LX 한국국토정보공사(옛 대한지적공사)는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서 오차범위를 벗어난 측량도구를 폐기처분하지 않았고, 지적불부합지 통보 의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파면된 직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는 등 방만운영 사례도 문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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