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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군 인권개선 및 병영문화혁신 특별위원회 군 옴부즈맨(군 인권보호관) 설치방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에 출석한 석정수 국방부 중앙전공사망 심사위원회 위원, 유명덕 한성대 국방과학대학원 교수,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왼쪽부터)이 진술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해 윤일병 구타 사망사건을 계기로 군인권 개선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군 옴부즈맨(군 인권보호관) 제도 도입 논의는 여전히 공회전하고 있다. 10여년 전부터 검토된 이 제도는 지난해 말 발족한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도입을 권고하고 뒤이어 국회 군인권 특위에서 정책과제로 권고했지만 소속기관 등을 놓고 국방부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10일 국회 군인권 및 병영문화혁신 특별위원회는 '군 옴부즈맨 설치방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지난 2월26일 특위 소위원회가 개최한 '군 옴부즈만 제도 도입을 위한 공청회'와 다르지 않은 주제다.

지난 2월 공청회에서는 옴부즈맨 소속기관을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 이날 역시 '국가인권위원회', '국무총리', '국회' 중 어디 소속을 두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놓고 논의를 벌였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석정수 국방부 중앙전공사망 심사위원은 한 개의 사건으로부터 보상, 명예회복 등 많은 고충민원이 발생하기 때문에 인권만을 전담하는 기관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국무총리 소속'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석 위원은 "전 세계적으로 인권만을 위한 옴부즈맨 제도는 없다"며 "고충처리 기관들 업무협조가 잘 이뤄지도록 국무총리 산하에 한 곳으로 통일해 군에 대한 모든 문제를 처리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홍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현재 국방부 내에 인권기구가 있는데도 해결되지 않는 이유가 행정부 내에 있어 신뢰를 받지 못한다는 것인데 같은 행정부인 국무총리실에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고 반문했다.

같은 당 백군기 의원도 "총리실 산하면 같은 행정부 소속인데 보호심리가 있지 않나"라며 "투명성 보장을 위해 되도록 독립된 기구로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명덕 한성대 국방과학대학원 교수는 인권위 산하에 군 옴부즈맨을 두는 것이 국가운영상 가장 적법하고 합리적이며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유 교수는 "인권위의 노력으로 2006년 최초로 출범한 국방부 인권 전담조직의 활동으로 그나마 지금 군인권 문제가 궤도에 오를 수 있었다"며 "국가인권위의 역할이 컸음은 국방부도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권위는 현재 합의제 의결기구라서 신속성이 떨어지며 위원장이 상임위원장 인사권을 쥐고 있어 조사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홍철호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국가인권위 행태를 봤을 때 상임위원들 임명이 여야, 대통령 추천 관련해 문제가 많고 인권위가 제기능을 못해 국제적으로 우리나라 위상이 떨어지고 있다"며 독립성에 문제를 지적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상하 조직간 의사소통이 어렵고 군 사법권을 지휘권과 연계시키는 한국의 특수한 군 인권상황을 감안할 때 독립성이 가장 잘 보장되는 '의회형'이 적합하다고 밝혔다.

위원들은 의회형이 가장 독립적이고 이상적인 방안이라는 점에 동의했지만, 실효성 측면에서 의문을 제기했다.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에 두는 것이 인권보호관 위상은 좋지만 정쟁이나 여야 정치적 논쟁에서 벗어나 제역할을 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편 박명재 새누리당 의원은 군 조직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며 홀로 옴부즈맨 도입 '신중론'을 펴 눈길을 끌었다.

국방부도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임천영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옴부즈맨을 만들면 국방부 직속으로 두는 것이 낫다"며 "국방부 안에 있는 인권 기구를 강화하겠다. 우리나라는 독일 등과 역사, 정치환경이 달라 국회에 두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옴부즈맨 도입은 지난해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에서 전원이 찬성해 의결한 사안이고 이후 군인권 특위에서 소속을 국방부 밖에 두는 것으로 중론을 모았다. 그럼에도 반 년 넘게 논의가 원점을 맴돌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계속 논의만 지속하다가 19대 국회가 끝나지 않을까 염려된다. 특위를 종결하고 국방위로 넘어가 법안을 의결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국회에는 안규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012년 발의한 '군인지위향상에 관한 기본법안' 등 군 옴부즈맨 관련 법안이 4개 계류돼 있다. 지난 4월 국방위 법안소위에서는 이를 비롯해 군인권 관련 법안 10개를 일괄 심사했지만 '군 옴부즈맨'은 민감하고 특위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일단 제외하고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특위 차원에서 제도에 대한 입장을 조속히 확정해 국방위로 넘기는 것이 급선무이지만 특위가 여론을 일으켜 국방부를 설득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지난 4월까지의 활동기한을 3개월 연장한 군인권 특위에 대한 '회의론'도 높아지고 있다. 한 특위 관계자는 "괜히 기한만 늘리고 김이 빠진 상태"라며 "군 옴부즈맨은 결단만 내리면 되는 건데 계속 공청회만 열어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