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유승민-홍준표, 세남자의 '품격 논쟁' 왜?

=2017년 3월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주자가 22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노총 대표자 대회 '응답하라 대선후보'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7.3.22/뉴스1

이재명 경기지사와 유승민 전 의원, 홍준표 의원 사이에 주말 동안 '품격 논란'이 벌어졌다. 이 지사가 화두를 던진 이른바 '재산비례벌금제'를 놓고 논쟁을 벌이면서 서로의 품격을 문제 삼았다. 여권 유력 대선주자인 이 지사와 야권 대권후보들 간에 날선 신경전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재산비례벌금제는 말 그대로 경제사정을 고려해 같은 범죄라도 벌금을 달리 매긴다는 게 골자다. 부자한테 100만원과 가난한 자에게 100만원이 전혀 다른 의미인 만큼 실제 형벌효과를 고려해 부자에게 더 많은 벌금을 내도록 해야 한다는 논리다.

수십 년간 학계에서 논란이 되고 법안으로도 발의됐지만 현실화되지는 못했다. 형법상 책임주의 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재산 등을 정확히 파악할 근거가 부족하고, 소득을 근거로 벌금을 부과한다면 세금처럼 소득 파악이 상대적으로 쉬운 봉급생활자만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 등이 제기되면서다.



'경제학 박사' 유승민 "공정벌금, 기본소득 공정하지 않다는 고백"


이 지사가 지난달 25일 법의날을 맞아 재산비례벌금제를 제안하자 처음에는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과 설전이 벌어졌다.

곧이어 대선주자인 유 의원이 논쟁에 뛰어들었다. 유 의원과 윤 의원은 경제학 박사로서 같은 KDI(한국개발연구원) 출신이다.

유 의원은 29일 페이스북에서 "세금이나 벌금을 소득, 재산에 따라 차등을 두는 것과 똑같은 이치로 정부가 돈을 줄 때는 당연히 가난한 서민에게 더 드려야 한다"며 "그런데 왜 기본소득은 똑같이 나눠주나. 이것만 보더라도 이 지사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다. 이 지사의 공정벌금은 본인의 기본소득이 공정하지 않다는 고백"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복지와 제재의 원리가 어떻게 같냐…품격 정치 기대" 반박


이 지사는 30일 페이스북에서 "세금으로 운영하는 복지와 질서유지를 위한 제재의 원리가 어떻게 같겠느냐"고 반박했다.

이 지사는 "상대의 주장에 대해 합리적 대안을 내고 논리적으로 비판하며 잘하기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초등생도 납득 못할 궤변으로 발목을 잡고 상대의 실패만을 자신의 기회로 만들겠다는 국힘(국민의힘)당의 행태가 심히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야구에서는 글러브로 공을 잘 잡는 것이 실력이지만 축구에서 손으로 잡으면 옐로카드"라며 "기본소득에 보편적 특징이 있다고 모든 정책을 보편주의에 맞춰야 한다면 국힘당이 선별복지 주장하니 처벌도 선별해야지요"라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해외유학 경력에 박사학위까지 지닌 뛰어난 역량의 경제전문가들이 국민의힘에서는 왜 이런 초보적 오류를 범하시는지 모르겠다"며 "실력 없이 상대의 실수 실패를 기다리며 요행만 바라는 '손님실수정치'는 그만할 때도 됐다. 건설적 논쟁이 오가는 품격 있는 정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홍준표 무소속 의원과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30일 오후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통합신공항 대구시민 추진단 주최로 열린 대구·경북 신공항 특별법 제정 촉구대회에 각각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1.4.30/뉴스1


홍준표 "망나니짓 하고도 품격을 이야기"


공격과 반박이 이어지자 이번에는 홍준표 의원이 1일 글을 올렸다. 홍 의원은 그간 수차례 이 지사를 신랄한 표현으로 비판해왔다.

홍 의원은 "망나니짓을 하고도 품격을 이야기 한다"며 "정치는 그러하듯이 후안무치(厚顔無恥) 해야 하나 보다"라고 적었다.

이어 "중국 제왕학에 후흑론(厚黑論)이란 게 있다"며 "제왕은 얼굴이 두껍고 마음이 시커매야 한단다.(面厚心黑) 그런데 그게 맑고 투명해진 현대정치에도 통하겠느냐"고 밝혔다.



유승민 "품격 기대하는 건 무리인가"…윤석열, 대권 공식화 전까지 '이재명 견제' 집중될듯


휴일인 2일까지 논쟁은 이어졌다. 유 의원은 이날 또 다시 페이스북에서 "이 지사는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는 대신, '초등학생도 납득 못할 궤변, 초보적 오류, 실력 없이, 손님실수정치' 등 감정 섞인 험악한 비난을 퍼부었다"며 "'건설적 논쟁이 오가는 품격 있는 정치'를 말하는 분이 왜 논리적이고 상식적인 답변은 못하고 감정적인 동문서답을 하는지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지사에게 그런 품격을 기대하는 건 무리인가"라며 "제 비판의 핵심은 '소득이 많든 적든, 재산이 많든 적든, 똑같은 돈을 나눠주는 기본소득은 불공정하고 反(반)서민적'이라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모두 본격적인 대선국면으로 접어드는 이달부터 대권주자들 간에 이 같은 공방전이 반복, 격화될 것으로 본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당 대표를 선출하고 대선후보 경선 준비에 들어간다. 새 원내대표를 뽑은 국민의힘에서도 한 달 후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권주자들의 움직임이 점차 분주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야권의 견제는 여권 지지율 1위(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달리고 있는 이 지사에게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레이스에 뛰어들면 국민의힘 입당 여부 등에 따라 견제구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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