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장관후보? 관료출신 안돼, 정치인 출신 찾아봐"

[the300]정치인 장관의 매력

대통령·관가, '배지 단 장관'만 찾는 이유

국회의원과 장관. 선출 공직자와 임명 공직자를 대표하는 자리다. 국회의원은 국민이 직접 뽑는, 국민을 대표하는 공직이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장관은 관료들의 꿈이다. 장관은 국민에게 필요한 정책을 직접 다룬다. 두 공직 모두 의미가 큰 자리다.

 

하지만 무게감은 다르다. 국회의원은 의원 배지를 달고 장관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장관이 의원 배지를 달려면 장관직에서 내려와야 한다. 영향력에서도 차이가 난다. 의원 출신 장관은 할 수 있는 게 많다. 법을 만들었던 입법부에 몸 담고 있다가, 그 법을 바탕으로 정책을 집행하는 행정부를 이끌기 때문이다. 관료 혹은 학자 출신 등 비정치인들이 생각할 수 없는 협상력도 갖게 된다.

 

두 자리를 모두 경험한 장관 출신 전직 국회의원은 “관료만 하다 장관을 맡는 것보다 국회의원을 하면서 장관직을 겸임하는 게 상임위에서 훨씬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며 “국정과제와 관련된 법안처리에 힘이 실린다”고 말했다.



역대 대통령들이 '정치인 장관'을 선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권초나 국면전환이 필요할 때 대통령은 국회의원을 내각에 보냈다. 정무적 감각을 부처의 전문성에 더해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이해관계가 복잡한 법안 처리 때 특히 정치인 장관의 능력이 필요하다. 꼬여버린 정국의 실타래를 풀 때도 이들이 역할을 한다. 지역구 예산이나 사업 등을 협상카드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박근혜 정부에선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그 역할을 했다. 친박 실세로 불렸던 최 의원(4선)은 세월호 사태로 침체된 경기와 꼬여버린 정국을 풀기 위해 긴급 투입됐다. 확장적 재정정책과 기업소득환류 세제 등 각종 정책을 펼쳤다. 추진력이 무기인 최 의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지식경제부 장관을 맡아 산업과 에너지 문제를 다뤘다. 최 의원은 기재부 공무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상사에 뽑힐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일처리는 물론 부처내 인사 문제 등을 해결했다.

 

이명박 정부에선 임태희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이재오 전 특임장관 등이 그랬다. 두 전직 장관 모두 MB의 심복으로 당시 국정 철학을 정책에 반영했다. 야당과 싸울때는 적극 나섰다. 관료 출신이었다면 언감생신 꿈도 못 꿨다. 정권 초 미국산 소고기파동 이후 국정 동력이 약해졌을때도 이들이 적극 나섰다.

 

노무현 정부에서 활동했던 정치인 출신 장관들은 현재 문재인 정부에서도 하마평에 거론된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4선)과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정통관료였던 김 위원장은 참여정부 첫 경제부총리를 맡았다가 정치인으로 변신한 뒤 의원 배지를 달고 교육부총리를 지냈다. 유 전 장관은 보건복지부를 이끌며 느슨해진 복지정책을 손봤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당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의원 신분으로 산업자원부 장관을 맡아 산업정책과 에너지자원 정책을 추진하면서 국정을 도왔다.

 

‘이해찬 세대’란 별칭을 낳게한 이해찬 의원(7선)도 DJ정부 시절 대표적 정치인 출신 장관이다. 이 의원은 문 대통령 정부 출범과 동시에 중국 특사로 활동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정부 출범 초기에는 아무래도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이해하는 정치인 출신들이 내각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정무 감각이 뛰어난 정치인 출신이 행정부의 추진력을 흡수한다면 집권 초에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관가에서도 정치인 출신 장관은 매력적이다. 국회의 영향력이 커진 2000년 전후부터다. 특히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된 이후부턴 절대적이다. 정치인 장관이 와야 법안 통과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의원들과 직접 협상할 수 있는 능력 때문이다. 국회로 권력이 이동하면서 협상력이 중요해진 게 사실이다.

 

관료 출신 장관은 업무파악과 조직장악 능력면에서 시간을 줄일 수 있지만 정책의 생명인 법안 처리에서 막히는 경우가 많다. 이해가 첨예한 법안들은 국회에서 4년 내내 잠을 잘 확률이 높다. 실제 경제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서비스발전법과 규제프리존법 등 오래 전 발의된 법안들 중 빛을 못보고 계류된 게 많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기본적으로 관료들을 정책의 동반자로 생각하지 않고, 산하기관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정치인 출신 장관들은 동업자 정신을 바탕으로 서로 돕는다”고 말했다.



여당 현역 의원 입각 여부 타진…노동부·문화부·미래부 장관 등 물망



문재인 정부가 내각 인선에 착수하면서 현역 의원의 입각 가능성이 대두된다. 이미 일부 여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입각 여부를 타진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력 입각 대상자를 비롯 장관직 하마평에 올라있는 현역 의원들은 10여명에 이른다. 의정 활동 등을 통해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인사들이어서 국정 상황 파악과 운영에 문제가 없다. 집권여당 의원인 만큼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인사 청문회 등 검증 벽을 넘는데도 부담이 적다.

 

17일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주초부터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정부 부처의 장관직 제안을 받고 고심에 들어갔다. 주로 여야 협치를 토대로 한 과감한 개혁을 이끌 부처가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한 부처를 대상으로 정치인 입각이 추진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게 고용노동부 장관이다. 새 정부 최우선 과제인 일자리 주무부처다. 비정규직 문제, 최저 임금, 임금 격차, 근로시간 단축 등 민감한 현안이 수두룩하다. 야당은 물론 노동계와 기업 등과 두루 협의를 이뤄내야 하는 자리다. 이 때문에 중진급 여당 의원의 발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인 홍영표 의원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제안을 받은 일부 의원들이 고사해 다시 후보에 물색에 들어갔다는 후문이다.

 

법무부 장관도 유독 현직 의원 발탁설이 많이 나오는 자리다. 검찰 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선 정치인이 적당하다는 평가 때문이다. 박영선 의원과 전해철 의원, 박범계 의원 등이 후보로 언급된다. 박영선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역임해 전문성을 갖췄고 비(非) 법조인 출신의 등용을 통한 검찰 개혁에 알맞다는 평이 나온다. 전해철 의원과 박범계 의원은 율사 출신에 법사위 간사를 맡은 바 있다. 다만 전 의원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3철(양정철, 이호철, 전해철)' 중 한 명으로 측근 배제 분위기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외교부 장관과 통일부 장관에는 '86세대 정치인'의 대표격인 송영길 의원과 우상호 의원이 각각 거론된다. 남북 관계가 새 정부의 주요 아젠다가 되면서 이 분야에 대한 다양한 경험이 장점으로 꼽힌다. 송 의원은 새 정부의 러시아 특사로 임명된 바 있다. 우 의원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와 국방위원회 등을 두루 거쳤다.

 

문화체육부장관에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도종환 의원의 이름이 나온다. 교문위가 '최순실게이트'의 발화점이 됐고 이에 따라 문화체육계 비리를 척결할 적임자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충북 지역 인사여서 지역 안배 때 도움이 될 수 있다.

 

해양수산부 장관에는 김영춘 의원과 박남춘 의원이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김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을 맡고 있다. 박 의원은 해양수산부 관료 출신으로 참여정부 때 인사수석을 거쳤다. 박 의원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활동으로 행정자치 분야 전문성도 인정받아 행정자치부 장관 하마평에도 올라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으로는 ICT 및 과학기술 전문가로 통하는 변재일 의원과 웹젠 창업주 김병관 의원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들은 정부 부처와 업계에서 잔뼈가 굵다. 여성가족부장관 역시 현역 국회의원 발탁이 유력시되는 자리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인 남인순 의원을 비롯해 유은혜 의원, 진선미 의원 등 여성계에서 활동이 두드러진 여성 의원들이 후보군을 이루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현역 의원들의 입각 후 상임위 움직임이 커질 것이고 특히 의원들이 가고 싶어하는 핵심 상임위 간사 자리가 빌 수 있어 누가 입각할 지 초미의 관심사"라며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측근 배제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몇몇 의원들은 오히려 입각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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