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버이날인데, 왜 어린이날만 공휴일이야?

[the300]국회, 공휴일 지정법 격론 "말도 안되는 소리"-"국민 공감대"

편집자주  |  5월8일 어버이날이면 왜 어린이날만 공휴일인지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어버이날 공휴일 지정 법안도 꾸준히 국회에 제출되고 있습니다. '어버이날' 입장에서 공휴일 지정에 대한 찬반 논리를 짚어봤습니다.
2015년 어버이날을 맞은 5월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붓다맘 봉사단원들이 어르신들에게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난 어버이날. 누구든 날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 찡해지는 기억들이 있을 거야. 나보다 사흘 전이 어린이날이라 대비가 뚜렷하지. 어린이날이란 녀석은 달력에 빨갛게 표시하는 공휴일이지만 난 그냥 평일이거든.

올해는 어린이날과 토요일 사이에 낀 6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됐어. 그렇다면 어버이날은 왜 공휴일이 아닌지 궁금할 거야.

1970년대 중반까지 어린이날도 평일= 둘 중 어린이날만 법정 공휴일이 된 이유는 명확하지 않아. 일제시대인 1923년 시작한 어린이날이 좀 더 오래됐고, 공휴일이 될 만한 이유도 컸던 걸로 추정되지.

1950년대 이후 어린이날·어버이날 모두 공휴일이 아닌 기념일이다가 1975년부터 어린이날만 공휴일이 됐어.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그해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고쳐 어린이날을 포함했지.

법정공휴일은 1949년 규정 제정 당시 11일이던 것이 1989년 19일까지 늘었어. 그후 식목일(4·5) 제헌절(7·17) 국군의날(10.1) 등이 빠지면서 2012년엔 15일이 됐어. 지금도 휴일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있지만 삶의 질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커지면서 휴일이 더 필요하단 요구가 높지.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만들자는 목소리도 그런 배경이야.

2013년 초,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는 무척 시끄러웠어. 대체공휴일 제도와 '패키지'로 요구되곤 하던 어버이날 공휴일 지정 법안을 두고 찬반이 부딪쳤어. 원래 대통령령인 공휴일 규정을 법률로 승격하자는 요구도 함께 나왔어.

[2013년 2월6일 국회 안전행정위 법안심사소위]

김영주 새누리당 의원(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여성)과 다른 인물)
=솔직한 이야기로 말도 안되는 소리 같은데, 지금 (공휴일 늘어나는) 일수를 계산하면 노동생산력이 약 2% 떨어집니다. 이런 안이 올라온다는 것은 국가를 전혀 생각 안 하는 사람의 이야기다 이겁니다.

이삼걸 행안부 2차관
=(어버이날 공휴일은) 대체공휴일하고 마찬가지로 결국 휴무일 숫자의 문제이기 때문에 같은 취지에서 논의가 되어야 하고요. 관공서 휴일을 (민간이) 준용해 쓰고 있는데 이것을 전국민으로 확대하는 문제(대통령령의 법률 승격)는 논의가 필요하지 않느냐고 봅니다, 우리나라 경제계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에.

박성효 새누리당 의원
=일정한 부분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이나 자영업자나 우려되는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유대운 더불어민주당 의원
=우리나라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 근로시간이 제일 많아요. 휴일만 많으면 뭘 해? 휴일 대신 10시간씩, 12시간씩 시키는데.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금 대한민국의 근로시간이 제일 길잖아요, 현실적으로. OECD 국가 중에서 2400시간 되는 데가 어디 있어?

황영철 소위원장(새누리당)
=의원님들이 이렇게 여러 번 (법안을) 발의하실 때는 국민적 공감대를 상당히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일단 새롭게 공휴일을 추가하는 것은 좀 무리가 있다고 판단하고 다만 대체공휴일제 도입은 적극 추진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말씀이 있습니다.

국회 안전행정위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공직선거법심사소위원회 모습. 공휴일에 대한 규정은 국회 안행위 소관이다. 2015.8.27/뉴스1

찬반 팽팽…20대 국회에도 법안 논의 예상= 이런 격론 끝에 법률안은 통과시키지 않기로 했어. 대신 법안의 취지는 인정, 기존 대통령령에 일부 반영하기로 했어. 대체공휴일은 이렇게 태어난 거야. 내가 공휴일로 지정되는 방안은 이번에도 빠졌고.

국회의 4년 임기동안 처리되지 않은 법안은 사라져. 하지만 18·19대 국회에 어버이날 공휴일 법안을 냈던 양승조 더민주 의원은 20대 국회에도 같은 법안을 다시 제출할 계획이라고 해. 논쟁이 계속될 것 같아.

내 생각은 어떠냐고? 법정공휴일이 될 명분은 충분한 것 같아. 어린이날에 비해 기념하는 의미가 결코 작지 않지. 정부에선 우리나라 공휴일이 선진국 대비 너무 많아진다고 우려했지만 한국 노동시간이 세계적으로도 긴 편이고. 내수촉진 등 경제효과를 감안해 임시공휴일까지 만드는데,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만들지 못할 것도 없지.

그런데 반대 의견도 일리 있어. 5월 달력을 볼까. 어린이날에, 음력 4월인 석가탄신일(부처님오신날)도 공휴일로 잡혀. 여기에 어버이날까지 공장과 가게 문을 닫아야 하면 산업생산과 각종 경제활동에 차질이 생긴대. 물론 이런 주장도 개개인 삶의 질이 중요하다는 반론에 부딪치고 있어. 여가를 통해 생산성, 효율성을 높일수도 있지.

어버이날을 기념일로 정한 뜻을 잘 살려주고, 부모-자녀간 대화라도 나누는 계기가 된다면 공휴일이고 아니고가 상관 있을까. 다만 공휴일이라면 그러기가 조금 수월해지기는 하겠지.

그런데, 갑자기 궁금해지네. 다들 카네이션은 준비했어?

가정의 달을 맞은 3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대도꽃도매상가에서 상인들이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대목을 앞두고 꽃바구니를 만들고 있다. 2016.5.3/뉴스1
※국경일, 공휴일, 민간의 휴무일을 지정하는 제도가 각각 다르다. 법정공휴일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라 관공서가 적용받으므로 전국민이 '강제로' 쉬어야 하는 날은 아니다. 단 이런 날 사규·단체협약·근로계약서 등을 통해 휴일로 지정하는 경우가 많다. 민간에서도 이날을 '쉬는날'로 여기는 이유다. 

국경일이라고 다 공휴일도 아니다. 5대 국경일 중 제헌절(7.17)은 평일이다. 한글날은 1990년 공휴일에서 제외됐다가 2012년 재지정됐다. 이밖에 3.1절, 광복절, 개천절이 국경일이자 공휴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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