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일만에 검찰총장→대통령 당선 직행…"국민이 선택했다"

[the300]

(대구=뉴스1) 구윤성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8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열린 '공정이 승리합니다' 유세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2.3.8/뉴스1

37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현직 검찰총장 신분에서 대선에 승리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지난해 3월 4일 총장직을 사퇴한 지 불과 1년여 만에 대통령에 취임하게 됐다. 국회의원 경력이 전무함은 물론 정치 경험도 8개월 남짓 밖에 안 되는 윤 당선인을 불러낸 건 말 그대로 국민이었다.

선거운동 기간 국민의힘이 내세운 슬로건처럼 '국민이 키웠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정권을 향한 국민의 실망감과 분노는 2019년 '조국 사태'와 2020년부터 본격화된 집값 폭등으로 극대화됐다. 내로남불과 정책 실패는 정권교체 여론의 수레바퀴를 굴리는 양대 동력이었다.

그 중심에 윤 당선인이 있었다. 검찰 수장으로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를 수사하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충돌했다. 탈원전 관련 경제성 조작 사건 등을 수사하며 정책 실패에도 메스를 댔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와 이에 따른 핍박은 문재인 정권의 간판스타를 반문 전선의 선봉장으로 자리잡게 했다. 윤 당선인에게 국민은 환호했고 국민의힘은 손짓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4월 보궐선거 승리로 민심을 강하게 확인한 뒤 두 달 뒤인 6월 우리나라 정당사상 유례없는 30대 당 대표를 세우며 돌풍을 예고했다. 이어 5개월 뒤에는 불과 얼마 전까지 자신들에게 칼날을 겨눴던 검투사를 대선후보로 세웠다.



정권교체 민심이 만든 '윤석열 대통령'


이 모든 초유의 일을 가능케 한 건 다름 아닌 정권교체 민심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윤 후보가 승리한 이유에 "단 하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 덕분"이라고 단언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 청년실업 증가, 내로남불식 공정 파괴,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 자신은 선하다는 착각의 오만함 등을 주요 실정으로 꼽았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는 "민주당을 가장 지지하는 40대마저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는 불만이 있다"며 "그리고 민주 정부라고 내세웠지만 조국 사태,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 윤미향 논란으로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되면서 이 정부가 출범했을 때 유권자들이 민주 정부에 기대했던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많이 깨지게 됐다"고 진단했다.

[대구=뉴시스] 전신 기자 = 8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유세를 지켜보고 있다. 2022.03.08.

이제 윤 당선인은 이런 정권교체 민심에 부응해야 한다. 승리의 기쁨에 취하기보다 국민 앞에 겸손하게 성찰하는 게 우선이다. 국민의힘과 윤 당선인 스스로 인식했듯 전적으로 국민이 키워준 만큼 찢기고 갈라진 나라를 통합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이원재 카이스트 교수는 "이번 선거는 인물과 정책을 통한 경쟁보다 정권교체냐 재창출이냐의 구도가 중심이 됐다. 이런 점에서 이번 선거는 탄핵과 촛불로 상징되는 지난 대선의 연장선에 있었다. 문제는 추의 중심이 반대편으로 이동해버렸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변화가 왜 일어났는지에 대해 정치권 전체의 성찰이 필요하다. 이 갈등의 관성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우리 공동체는 당면한 문제들을 방치하다 갈등의 먹이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오직 국민만이 제가 빚 진 분들" 윤석열의 최대 강점


해법은 윤 당선인이 선거 운동 기간에 이미 제시했다. 단일화를 이룬 국민의당과 합당은 물론 민주당의 양식 있는 정치인들과 협치를 강조하는 등 국민통합정부를 내세웠다. '청와대'라는 단어 자체도 없애버리겠다고 했을 만큼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내려놓고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지키는 일만 남았다.

다행히 윤 당선인에게는 역대 어떤 대통령도 갖지 못한 장점이 있다. 370일의 기록이 보여주듯 상대적으로 가장 빚진 게 없는 대통령이다. 수십 년 정치 인생을 통해 닦아놓은 진영도 정파도 없기 때문에 의식하거나 챙겨줘야 할 사람들이 없다는 말이다. 지역 구도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친가는 충청, 외가는 강원이어서 과거 한국 정치의 발목을 잡아 왔던 영호남 대립 구도가 무색하다.

윤 당선인은 선거 운동 과정에서 바로 이런 점을 강조해왔다. 유세 마지막 날인 8일에도 "저는 여의도의 문법도 셈법도 모르는 사람으로 누구에게도 빚진 것이 없고 어떠한 패거리도 없다"며 "오직 국민만이 제가 부채를 진 분들이다"고 말했다.

장덕진 서울대 교수는 "윤석열 당선인은 정치적인 빚 또는 관행 그리고 인맥이나 자원 등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입장"이라며 "그래서 그런 과거의 잘못된 관행, 잘못된 시스템으로부터 벗어나서 새로운 정부 형태의 모델을 보여줄 수 있는 상대적으로 상당히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다"고 평가했다.

(대구=뉴스1) 구윤성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8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열린 '공정이 승리합니다'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2.3.8/뉴스1


통합의 정치 절실…"정상적 국가시스템 복원해야"


극심한 진영대결이 벌어졌지만 윤 당선인의 지지층이 비교적 다양하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보수층은 물론 2030세대, 일부 친문(친문재인) 세력들도 윤 당선인을 지지했다.

신율 교수는 "탄핵 이후에 갈라졌던 우리 사회가 윤석열이라는 새 대통령을 통해서 치유될 가능성이 있다"며 "깨시연당(깨어있는시민연대당) 같은 친문 세력도 지지를 선언했고 안철수로 대표되는 중도층도 지지했다. 통합의 요소는 분명히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당장은 안 되겠지만 탄핵 이후에 분열됐던 사회 구조를 봉합시킬 수 있는 단초 또는 기초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결국 통합을 바탕으로 공정과 상식의 회복이 대선 민심을 제대로 구현하는 일이다. 장덕진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흐트려놓았다고 생각되는 국가의 시스템을 제대로 다시 정상화 시킨다는 메시지를 냈을 때는 윤 당선인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양상이 일관되게 계속 보여왔다"며 "따라서 윤 당선인이 해야 할 일은 정상적인 국가 시스템을 복원하고 통합의 정치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