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론 진다" 윤석열도 몰랐던 김종인의 '벼랑끝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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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축 관련 정책 공약을 발표하기 위해 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2022.1.2/뉴스1

결국 긴급 재건축이다. 위기에 몰린 국민의힘이 대선을 코앞에 두고 리모델링 수준이 아닌 선대위 전면 개편을 단행한다. 지지율 급락에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3일 극약 처방을 내렸다. 윤석열 대선후보와 사전에 구체적인 상의조차 없었을 정도로 전격적이었다.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고심에 들어간 윤 후보는 2030 세대에게 사과문부터 내놨다.

새로운 지지층으로 떠올랐던 2030 세대가 등을 돌리면서 60대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밀리는 등(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상황이 급격히 나빠졌다. 새해 초에 분위기를 뒤집지 못하면 이대로 패배한다는 인식이 확산했다.

'총괄'인 김 위원장을 포함한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과 공동선대위원장들, 총괄본부장들 전원은 물론 후보 직속인 김한길 새시대위원장까지 윤 후보에게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사실상 선대위 해체 후 재구성이다.

윤 후보가 리더십을 보여주면서 마지막 골든타임을 살려낼지가 관건이다. 선대위를 떠났던 이준석 대표는 전면 쇄신에 대한 섣부른 예측을 경계하며 신중한 입장이다.


김종인 "쇄신 않고선 다른 방법 없다" 극약 처방


승부수는 김 위원장이 던졌다. 이날 오전 선대위 회의에서 '선대위 전면 개편'을 선언했다. 김 위원장은 "6개 본부장 사퇴를 포함해 전체적인 구조조정을 해야 하고 필요한 개편을 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격적 판단은 절박함 때문이다. 연말 연초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지지층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후보의 메시지는 안 보였고 리스크만 부각됐다. 이대로는 진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김 위원장은 "지금 식으로 갈 수는 없다는 판단을 했다. 쇄신하지 않고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선대위 재구성은 수일 내에 속전속결로 이뤄질 전망이다. 전권은 김 위원장이 쥔다. 김 위원장은 "시기는 금방 한다.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까를 기준으로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2.1.3/뉴스1
이미 전날 후보의 메시지부터 본인이 직접 챙기겠다고 밝혔던 김 위원장은 이날은 '비서실장'을 자처했다. 후보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도록 집중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뜻이다.

김 위원장은 오후 긴급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후보에게 '그동안 선거 운동 사정을 보니 도저히 이렇게 갈 수가 없다, 내가 당신의 비서실장 노릇을 선거 때까지 할 테니 후보도 우리가 해달라는 대로 연기만 좀 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연기만 해달라'는 발언의 의미에는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려면 우리(선대위)가 해준 대로 후보가 그것을 소화해줘야 한다는 의미"라며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얘기를 하면 절대로 선거를 끌고 갈 수가 없다. 윤 후보는 지금 정치를 하신 지 얼마 안 되신 분이라 그런 측면에서 상당히 미숙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가급적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내가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대위 지도부 '총사퇴'…말 아끼는 이준석


올해 83살 백전노장인 김 위원장의 쇄신 카드에 국민의힘은 숨 가쁘게 움직였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한국거래소 개장식 참석을 끝으로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당사에서 선대위 쇄신 작업에 들어갔다. 페미니스트 신지예 새시대준비위 수석부위원장이 이날 사퇴하자 논란을 일으킨 게 본인 잘못이라며 2030 세대를 향한 사과문도 내놨다.

윤 후보는 "솔직하게 인정한다. 제가 2030의 마음을 세심히 읽지 못했다"며 "특히 젠더문제는 세대에 따라 시각이 완전히 다른 분야인데 기성세대에 치우친 판단으로 청년세대에 큰 실망을 준 것을 자인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2년 신년인사회를 준비하고 있다. 2022.1.3/뉴스1

선대위 복귀 여부에 관심이 쏠려왔던 이 대표는 말을 아꼈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상황에서는 어느 누구도 가정법의 대화를 해서는 안 된다"며 평가나 예측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오늘은 당 선거 과정에서 중요한 여러 판단이 이뤄지는 날"이라며 "여러 상황에 대해 여러 경로로 보고 듣고 판단하는 과정을 거치겠다"고 말했다.

선대위는 윤 후보가 지도부의 사의를 받은 이후 김 위원장의 주도로 다시 짜여질 전망이다. 별도 사퇴 의사를 밝혔던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은 페미니즘 논란을 몰고 온 신지예 수석부위원장이 물러나자 책임을 진다는 차원인데 김종인 위원장의 강력한 주도권 행사로 물러나는 모양새다. 김기현 원내대표와 김도읍 정책위의장 등 원내지도부도 백의종군을 선언하고 이날 사퇴했다.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3일 오전 갑작스럽게 일정을 취소하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로 들어서고 있다. 2022.1.3/뉴스1


'윤석열 리더십' 마지막 기회


선거까지는 불과 65일 남았고 분위기 반전의 마지막 기회로 여겨지는 설 명절 연휴 전까지는 20여일 밖에 시간이 없다. 그야말로 속도전이다. 김 위원장은 윤 후보에게도 사전에 말하지 않고 개편을 선포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당사를 떠나면서 "(후보가) 사전에 좀 알았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 얘기만 했다"며 "사전에 내가 의논 안 하고 했으니까 몰랐던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앞으로 보여줄 윤 후보의 리더십이다. 김 위원장이 총대를 메고 승부수를 던졌지만 이후에는 후보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 선대위 재구성으로 위기 극복 능력과 쇄신 의지를 국민에게 보여주는 주인공이 언제까지 김 위원장일 수는 없다.

당장 여권에서도 이 부분을 공격한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우리는 (이재명) 후보 중심으로 선대위를 재구성했다"며 "그(쇄신) 메신지가 후보 메시지로 나오지 않고 김종인 위원장 메시지로 나온 게 우리랑 차이가 아닌가"라고 했다.

정치평론가인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후보가 전면에 안 나서고 김종인 위원장이 나섰다"며 "후보가 갖는 결심의 정도 또는 쇄신의 강도가 느껴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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