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진보'와 '가짜 보수'의 3류 정치…너는 누구편이냐"

[대한민국 4.0 II] 진보의 위기-보수의 자격<1>-②양극단 기득권, 무오류 가치관 무장 '정치 실종'…"진정한 진보·보수 가치·자격 회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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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서울 여의도 국회. 2018.11.25. jc4321@newsis.com


가짜 진보‘와 ’가짜 보수‘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걸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맞서고 있는 3류 정치. 2020년 10월 현재 우리 정치의 자화상이다. 현재 정치권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질문은 ‘당신은 누구 편인가’다.

장덕진 서울대 교수는 “21대 국회는 20대보다 더 최악”이라며 “그들만의 정치가 더 심해진 것은 완전히 ’네편-내편‘으로 갈라놨기 때문이다. 양쪽 국회의원이 눈치를 보면서 극단주의자에게 휩쓸려 다니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치학자들은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진짜 진보‘가 맞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조국 사태, 윤미향 논란, 박원순 성추행 사건, 추미애 아들 의혹 등을 거치며 ’윤리적 책임‘에 앞서 “법적으로 뭐가 문제냐”를 따져 묻는 모습이 진보가 추구해온 공정의 가치와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서해상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에서는 ’전체주의적 모습‘까지 보였다. 범여권 인사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과 한마디에 ‘전화위복’(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과 ‘계몽군주’(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까지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평화정책 업적’을 ‘국민 개인의 비극적 죽음’보다 앞세웠다.

서민 단국대 교수는 “진보의 위기가 아니라 가짜 진보들이 설치는 것”이라며 “가짜가 진보를 참칭하고 진짜 진보는 가짜 진보에 묻어가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박상헌 공간과미디어연구소장은 “진보 정권이 ‘보수보다는 도덕적으로 나을 것’이라는 상징자본, 가치자본을 너무 짧은 시간 안에 탕진했다”고 지적했다.

반대편에는 ‘가짜 보수’가 존재한다. 태극기 부대에 동조하는 사람들, 전광훈으로 상징되는 극우세력의 손을 놓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보수의 품위는 온데간데 없고 철 지난 ‘빨갱이’ 타령과 ‘막말’을 배설한다. “아무리 그래도 국민의힘에 어떻게 한 표를 주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보수 야당은 간판 바꾸기에 급급하다. 탄핵 정국 이후 새누리당에서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 국민의힘으로 연이어 당명을 교체하며 변신을 꾀했다. 그러나 정작 국민은 이들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보수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게 맞는지 혼란스럽다. 철학이 드러나지 않으니 일각에서는 여전히 ‘발목잡기당’ 정도로 인식한다. 계속되는 선거 패배의 이유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이 사람들이 집권했을 때 더 나은 세상이 올 것 같다는 인상을 못 준다. 그래서 대안으로 보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가짜 진보’와 ‘가짜 보수’를 양극단에 위치한 기득권으로 규정했다. 당내에서 상대 계파를 절멸시키며 기득권을 획득한 ‘문빠(문재인 팬덤)’와 ‘박빠(박근혜 팬덤)’ 들이다. “내가 옳고 너는 틀리다”, “밀리면 끝”이라는 무오류의 가치관으로 무장한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걸고 맞붙고 있기 때문에 ‘정치의 실종’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진보와 보수가 이념 지향적이어야 하는데 ‘어떤 정치인을 추종하냐’에 따라 나눠지고 있다. 정치 인격화의 과정”이라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진영 내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면 이른바 ‘빠’라는 극단 세력의 비판을 받는다”며 “좌쪽과 우쪽의 급진주의가 남았다. 보수-진보의 구분 자체가 의미가 없어졌고 ‘너는 어디에 줄 섰느냐’만 남은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반이성주의와 패권주의를 벗어나 진보와 보수의 ‘자격’을 되찾는 길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진보의 경우 이념적 원리주의나 적대적 이분법보다 ‘혁신 정신’을 앞세우고 시장주의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성민 대표는 정부·여당을 향해 “욕구만 해결해주면 된다는 건 사회주의적 방법과 방식이다. 욕망까지도 허용하는 게 자본주의”라며 “좋은 집 좀 살고 싶고, 자산 좀 늘리고 싶다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욕망인데 이것까지도 탐욕으로 생각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는 도덕성을 회복하고 ‘막말’보다는 ‘품격있는 자유’를 앞세우면서, 사회안전망 확대나 양극화 해소와 같은 가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민 교수는 국민의힘을 향해 “보수라고 해서 복지를 외면하면 안 된다. 공약만 지킨다면 보수도 잘할 수 있다고 보는데 와 닿지 않는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지금까지 보수는 정부 역할을 강화하면 좌파라고 해왔는데 잘못된 것”이라며 “(변화한 상황에 맞춰) 독일의 기민당을 기준으로 그 정도 보수가 합당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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