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에 도전한다고?… 중진 향한 국민의힘 초선들의 '경고장'

[the300][300소정이: 소소한 정치 이야기]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4·7재보선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치인에게 다선은 또 다른 명함이자 우대권이다. 다선을 경륜의 한 지표로 중시하는 관행이 뿌리깊게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거대 양당의 대표, 원내대표, 사무총장 등 요직은 대부분 중진 몫으로 돌아갔다. 정치권에서 '중진 중심주의' 문화가 굳어진 이유이자 결과다. 한국 정치의 고질병으로 꼽히는 계파투쟁에서도 중진들은 선봉장 역할을 자처했다.

21대 국회 초반 국회의원 4연임 금지 방안이 논의된 이유는 중진 중심주의의 병폐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4선을 법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자는 주장에 힘이 실릴 정도로 악화한 국민 여론을 반영한 움직임이다. 한국 정치의 문제점을 전부 중진 탓으로 돌리긴 어렵다. 다만 국회 신뢰도를 바닥으로 떨어뜨린 책임 소재를 찾자면 중진들의 이름이 가장 먼저, 자주 언급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중진 중심주의를 타파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주인공은 초선들이다. 초선 의원들은 지난 8일 "청년에게 인기 없는 정당, 특정 지역 정당이라는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라는 집단 성명을 발표했다. 당의 시대적 과제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당권 레이스에 뛰어든 것이다. 김웅·윤희숙·강민국·김미애·박수영 의원 등이 당 대표 또는 최고위원 경선 출마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진만의 리그'로 불려온 전당대회에 초선 대표 후보가 나오는 것만으로 신선한 충격을 안길 사건이다.

민주화 이후 보수정당 역사에서 정치신인이 당 대표로 선출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다. 중진들이 당내 기득권을 놓치 않아서다. 초선에겐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가 아닌 들러리 역할만 주어졌다. 정치 세대교체는 차일피일 밀리다가 해묵은 과제로 남았다. 정쟁에 매몰된 중진들이 세대교체를 외친 것부터 어불성설이었다. 중진들의 계파투쟁이 남긴 건 '꼰대 정당'이라는 조롱 섞인 별칭뿐이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의 행보에는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갈망과 절박함이 담겼다. 재보궐선거 승리에 취해 구태정치를 반복할 경우 내년 대선에서 정권 교체는커녕 국민들의 신뢰를 완전히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 국민의힘 후보에게 표를 줬던 20~30대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진정한 변화의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초선 의원은 "반드시 초선이 전당대회에 나가야 한다는 게 아니라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의미"라며 "이번뿐 아니라 '야당 내 야당'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초선을 향한 불편한 시선도 존재한다. 대선을 앞둔 중차대한 시기에 당내 분열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치경험이 짧다는 이유에서 능력 부족 문제도 거론된다. 초선들이 곱씹어야 할 지적이다. 그렇지만 개혁을 위한 움직임을 멈춰선 안 된다. 경륜이 성과를 담보하진 않는다는 선례를 초선들이 실력으로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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