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최숙현 사태 못 막으면 체육계도 '가해자'"

[the300]

문경란 전 스포츠혁신위원회 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故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 진상규명 및 스포츠 폭력 근절, 스포츠 구조개혁을 위한 국회 긴급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고(故)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 선수 사망 사건과 관련해 한국 체육계 전반의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부실 대응 논란에 휩싸인 대한체육회 해체 요구도 나왔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9일 국회에서 최 선수 사망 사건 진상규명 및 스포츠 폭력 근절을 위한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만연한 체육계 폭력·성희롱… 선수들 "아무런 대처 못했다"


허정훈 체육시민연대 공동대표가 이날 토론회에서 발표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스포츠 인권 특별조사단 2019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체육계에 만연한 신체 폭력과 성희롱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특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업팀 운동부 선수 1251명 중 26.1%(326명)가 신체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성희롱의 경우 여자 선수의 37%(616명 중 228명), 남자 선수의 12.7%(635명 중 81명)가 당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대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신체폭력 피해자의 67%, 성폭력 피해자의 46.2%가 "아무런 대처를 못했다"고 답했다.

인권 침해는 신체폭력과 성폭력뿐 아니라 폭언, 성적에 대한 지나친 압박, 사생활 통제 등 다양한 형태로 이뤄졌다.

9일 경북 칠곡군 주요 도로변에 폭행과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 선수의 가해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를 호소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최 선수는 칠곡 출신으로 초·중학교 시절 수영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아버지는 칠곡군레슬링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사진=뉴스1.



선수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근로계약서, '인권침해' 주원인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 출신인 여준형 젊은빙상인연대 대표는 "각 시·도 체육회가 (선수에 대한) 서로 다른 계약서를 갖고 있다"며 근로계약서 문제를 제기했다. 인권 침해의 주원인 중 하나로 선수에게 불리한 근로계약을 꼽은 것이다.

최 선수가 속했던 경주시체육회 계약서를 보면 '갑(체육회)이 필요하다 판단하는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을(선수)은 계약서의 해석이 서로 다른 경우 갑의 해석에 따른다', '을은 계약 해지에 항의할 수 없다' 등 선수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항들이 포함됐다.

여 대표는 "실업팀, 시·도 체육회 선수들은 프로 스포츠 선수들과 달리 계약 시 에이전트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며 "불리한 계약서에도 어쩔 수 없이 서명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폭행·폭언 여러 번 신고했으나 외면 당해"… 대한체육회 '해체' 주장도


최 선수의 사건처럼 선수가 폭행, 폭언 행태를 신고해도 졸속 조사에 그친다는 증언도 나왔다. 지도자의 지속적인 폭행과 폭언에 시달린 한 피겨스케이팅 선수의 모친은 "수많은 기관에 폭행, 폭언 사실을 신고했지만 외면당했다"며 "경찰은 처벌이 벌금 20만원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사퇴와 대한체육회 해체 요구도 나왔다. 함은주 스포츠인권연구소 연구원은 "대한체육회는 지난 4월 고 최숙현 선수가 당한 폭행을 알고 있었고, 6월에는 팀닥터의 진술서를 확보한 상태"이라며 "대한체육회는 사건이 반복될 때마다 늑장 대응, 뻔한 사과만 반복한다. 이기흥 회장은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국회, 정부,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대한체육회의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며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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