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는 더 이상 주류가 아니다"…야권 재편의 핵심 키는

[the300]

미래통합당이 21대 총선의 참패로 '패닉'에 빠졌다. 당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했지만 수습할 사람이 없다. 원내대표는 물론 최고위원들까지 선거에서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야권 재편이 필수 과제로 떠올랐다.



"보수는 더 이상 주류가 아니다"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선거상황실에서 총선 결과 관련 입장을 밝힌 후 상황실을 나서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2020.04.16. photo@newsis.com
통합당은 4·15 총선에서 103석(미래한국당 포함)을 얻는데 그쳤다. 반면 민주당은 180석(더불어시민당 포함)을 차지했다. 통합당은 정권을 '견제'할 힘을 달라고 국민들에게 읍소했지만 많은 표를 얻지 못했다.

"TK(대구·경북) 자민련(자유민주연합) 나와서 뭐하겠나"며 2017년 정진석 통합당(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한 말은 현실이 됐다. TK지역을 중심으로 PK(부산·울산·경남)지역과 강원지역을 제외한 다른 모든 지역의 유권자들이 통합당을 외면했다.

김종인 통합당 공동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자유한국당을 거쳐 오는 과정에서 당이 변화해야할 시대 상황에 대한 인식이 잘못됐다"며 "노력한 흔적도 보이지 않고 계속 보수, 보수만 외치다가 지금까지 온 것아니냐. 아무 변화도 안 한 것"이라고 패배의 이유를 설명했다.

시대가 변했는데 보수 진영은 변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정권을 잡은 2008년이후 12년이 흘렀다. 새누리당에게 정권을 준 중추 세력은 이제 상당수가 60대 이상의 노년층이 됐다. 그 당시 비주류로 여겨졌던 2040세대가 10여년의 세월이 흘러 사회의 중심에섰다. 그러나 보수 진영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채 과거 자신을 지지해준 유권자들만을 바라봤다.

보수 진영은 타인의 아픔에 대한 공감 능력마저 결여된 채 '막말'을 신념이라 믿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표출된 것이 '세월호참사 막말' '5.18망언' 등 이다. 김 위원장이 총선이 끝난 후"자세도 갖추지 못한 정당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한 것을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한 이유다.

정치컨설팅그룹 '민'의 박성민 대표는 "보수는 이제 주류가 아니다"며 "이를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야당도 변해야 한다"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4.16. photothink@newsis.com
통합당도 변해야한다. 이번 총선이 주는 메시지지다. 김 위원장은 "야당도 변화하라는 명령"이라며 "이번 총선에서 드러난 국민의 마음을 잘새겨서 야당도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현재 국면을 헤쳐나갈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황교안 당 대표는 사퇴했고 당헌·당규상 대표 권한대행을 맡도록 돼 있는 원내대표와 최고위원은 이번 총선에서 줄줄이 낙선했다.

심재철 원내대표를 비롯해 정미경, 신보라, 김영환, 이준석 최고위원 모두가 패했다. 최고위원 중에 살아남은 사람은 출마를 하지 않은 원희룡 제주지사와 부산 사하을에서 승리한 조경태 의원 뿐이다. 김광림 최고위원은 불출마했다.

통합당 관계자는 "구성원 모두 낙선한 상황에서 어느 누가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통합당은 선거 다음날 김 위원장의 기자회견 말고는 사실상 어떤 입장도 내놓지 못했다. 사실상 '기능 정지'상태에 처했다.



쇄신의 열쇠 쥔 차기 지도부…후보군은



통합당 안팎에선 조기 전당대회를 치르거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넘어갈 수 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든 조기 전당대회를 열든 중요한 것은 '혁신'이다. 누가 당권을 쥐느냐에 따라 혁신의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다. 차기 당권싸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통합당 텃밭으로 불리는 TK지역에선 무소속으로 당선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5선·대구 수성을)와 여권 잠룡 김부겸 민주당 의원을 꺾은 주호영 의원(5선·대구 수성갑)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된다. 

개혁보수인 유승민 의원도 통합당 재건을 위한 당권주자 후보군이다. 보수 본산인 대구에 적을 두고있으면서 '개혁보수'를 지향해 왔다는 점에서 통합당의 외연 확장에 적임자라는 평이 나온다.

PK지역에선 무소속으로 당선된 김태호 전 경남지사(3선·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와 서병수 전 부산시장(5선·부산 진구갑), 조경태 의원(5선·부산 사하을)이 물망에 오른다.

통합당이 사실상 '영남당'으로 전락해 버린 상황에서 TK지역과 PK지역이 세력 다툼을 벌일 경우 자칫 계파싸움이 벌어질 공산도 크다. 

이 때문에 외부에서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그러나 인물을 찾기 쉽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당대표보다 원내대표의 역할이 당분간 더 중요할 수도 있다. 통합당이 이번 총선에서 반대만 하는 '반대당', 발목만 잡는 '꼰대당'이라는 비판을 받았다는 점에서 여야간 '협치'를 원만하게 이끄는 것이 곧 당 쇄신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심재철 원내대표가 이번 총선에서 낙선함에 따라 임기가 6월에 끝난다. 당장 21대 총선 원구성 협상에 나설 원내대표를 뽑아야 하는 상황이다. 원내대표에는 무소속으로 살아돌아온 저력을 보여준 4선의 권성동 의원이 먼저 도전장을 던졌다.

권 의원은 당선 확정 후 "바로 복당할 것"이라며 "원내대표에 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3선의 유의동·하태경 의원 등도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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